대법원 판결 해설: 상표 유사성과 설문조사의 중요성 (2023후11180 거절결정 사건을 중심으로)

대법원 판결 해설: 상표 유사성과 설문조사의 중요성 (2023후11180 거절결정 사건을 중심으로)

1. 사건 개요 및 배경

이번 사건은 **“VICTORIA”**라는 상표를 출원한 회사가 특허청으로부터 거절결정을 받은 뒤,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는 점에서 시작됩니다. 이미 등록된 “VITTORIA” 상표가 존재한다는 이유로 혼동 우려가 인정되었고, 특허청의 판단이 적법하다는 결론이 내려지자, 결국 대법원까지 이어진 소송에서 두 상표가 유사하다고 본 원심의 판단이 확정되었습니다.

  • 출원상표: “VICTORIA”
  • 기존등록상표: “VITTORIA”
  • 대상 상품: 탄산수, 음료류 등

대법원은 “VICTORIA”와 “VITTORIA”를 비교했을 때, 외관·호칭·관념에서 상당 부분 유사하다고 보고 소비자(수요자)가 오인·혼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시했습니다. 특히 탄산수와 같은 식음료 분야에서는 상표가 지니는 ‘첫인상’이 구매 결정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작은 차이라도 시장에서 혼동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출원상표
선등록상표

2. 상표 유사성의 판단기준

상표의 유사 여부를 판단할 때는 통상적으로 **“전체 관찰의 원칙”**과 **“요부(要部) 대비”**라는 두 가지 관점을 함께 적용합니다.

2.1 전체 관찰의 원칙

상표 전반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는 원칙으로, 외관(시각적 이미지), 호칭(발음), 관념(의미, 연상 개념) 등의 요소를 두루 고려합니다.

  1. 외관: 두 상표가 각각 어떤 글자체, 크기, 색상, 디자인 요소를 가지고 있는지. 특히 글자 배열이 유사한지.
  2. 호칭: 실제 발음했을 때 어느 정도 유사성을 가지는지.
  3. 관념: 두 상표가 내포하는 의미나 연상 작용이 비슷하거나 동일한지.

이 사건에서 “VICTORIA”와 “VITTORIA”는 스펠링에서 C와 T의 차이가 있을 뿐, 나머지 부분이 상당히 흡사했습니다. 또한 읽는 방식 역시 “빅토리아”와 “비토리아”로 아주 비슷해, 호칭 측면에서도 소비자가 쉽게 혼동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2.2 요부 대비

‘전체 관찰’만으로는 구체적인 구별이 어려울 때, 상표 내에서 소비자에게 가장 강한 인상을 심어주는 **“요부(要部)”**를 중심으로 비교합니다. 글자 수가 많은 복합상표라도 시각적으로나 청각적으로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이 비슷하면, 전반적으로 유사하다고 판단하기 쉽습니다.

  • 사례 적용:
    • “VICTORIA”에서 “VI-”로 시작되는 앞부분이 상당히 강조되고,
    • “VITTORIA” 역시 “VI-”로 시작되면서 뒤이어 ‘T’가 이어지는 점이 특징입니다.
    • 판례에서는 이러한 핵심 부분이 상당히 비슷하다는 점을 주목했습니다.

3. 수요자 설문조사의 증거력 쟁점

원고(출원인) 측은 두 상표가 명확히 구분된다며, 실제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증거로 제출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설문조사의 진행 방식과 결과에 대해 객관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했고, 이를 그대로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1. 편향적 질문 구성
    • 설문 대상자에게 두 상표를 동시에 제시하고, “이 두 상표는 유사하다고 생각하느냐?”라는 직접적 질문을 하게 되면, 특정 답변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 예를 들어, “두 상표 중 하나가 더 익숙하십니까?”, “어떤 점에서 다른가요?” 등 소비자가 자유롭게 답변할 수 있는 방식이 더 신빙성 높다고 봅니다.
  2. 표본 선정의 대표성 문제
    • 상표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특정 지인, 특정 지역, 특정 업계 종사자 위주로 조사했다면 실제 수요자의 평균적 인식을 대변하기 어렵습니다.
    • 설문조사의 신뢰도를 높이려면 다양한 연령, 지역, 직업군을 무작위로 선정해야 하며, 응답 규모도 충분히 커야 합니다.
  3. 문항 및 선택지 구성이 특정 답변 유도
    • 응답지의 순서나 표현 방식이 “비슷하다”는 쪽으로 쉽게 기울어지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 설문은 중립적이고 균형 잡힌 형태여야 하며, 응답지 배치 순서와 질문 항목 순서를 세심하게 검토해야 합니다.

결국 법원은 원고가 제출한 설문조사가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형태로 진행되었다고 보기 어려워 신빙성이 낮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는 상표 분쟁에서 흔히 제시되는 설문조사가 “절차적 공정성”과 “조사 설계의 전문성”을 갖추지 않으면 효력을 크게 인정받기 어렵다는 교훈을 줍니다.

4. 탄산수 시장에서의 혼동 가능성

본 사건에서 문제가 된 상품인 탄산수는 비교적 가격대가 낮고, 대중성이 높은 편에 속합니다. 이러한 상품은 소비자들이 매장에서 빠르게 선택·구매하는 경우가 많아, 상표가 더욱 중요한 식별 수단이 됩니다.

  • 구매 결정 요인: 맛, 브랜드 인지도, 디자인, 패키지 등이지만, 실제로는 상표에서 받는 첫인상이 크기 때문에 유사한 글자나 발음만으로도 상품을 혼동할 수 있음.
  • 시장 경쟁: 탄산수 시장은 브랜드 차별화와 마케팅 경쟁이 치열한 분야로, 유사한 브랜드가 존재할 경우 시장 경쟁자가 고객을 가져갈 수 있다는 문제가 발생.
  • 소비자 인식: 탄산수는 뚜렷한 개성보다는 ‘탄산’이라는 공통 속성 안에서 맛과 브랜드로 차별화하는 시장이므로, 미묘한 글자 차이가 가볍게 여겨지기 쉽습니다.

이처럼 시장 특성상, 소비자는 “빅토리아(VICTORIA)”나 “비토리아(VITTORIA)” 모두 비슷한 느낌으로 인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이 법원의 핵심 판단 근거 중 하나입니다.

5. 시사점 및 교훈

5.1 사전 조사의 중요성

상표를 출원하기 전, 유사 상표 검색을 충분히 거쳐야 합니다. 국내외를 망라하고 신속한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는 KIPRIS 등을 통해 선행상표가 존재하는지 꼼꼼히 살펴봐야 합니다. 특히 국제적으로 진출할 계획이 있다면, 각 국가별 출원·등록정보도 함께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5.2 전문가와의 협업

변리사나 상표 전문 변호사 등 전문가를 통해 상표의 요부를 미리 분석하고, 잠재적인 분쟁 가능성을 진단받는 과정이 매우 중요합니다. 사소해 보이는 철자 차이가 실제 분쟁 상황에서는 ‘판단의 핵심’이 될 수 있습니다.

5.3 설문조사 설계의 객관성 확보

  • 무작위 표본 추출: 인구통계학적 특성이 다양한 집단을 대상으로 해야 합니다.
  • 질문 구성의 중립성: 질문을 할 때 두 상표를 동시에 보여주는 대신, 별도 그룹으로 구분해 A/B 테스트 형태로 비교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 결과 분석의 투명성: 조사 결과를 해석할 때 전문가의 통계적 검증을 통해 편향된 결론을 방지해야 합니다.

5.4 브랜드 전략 수립

만약 등록이 거절되거나 분쟁 가능성이 있다면, 브랜드명을 완전히 변경하거나 글자체와 디자인을 다르게 구성해 명확히 구별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상표 출원과 브랜드 전략은 단순한 네이밍을 넘어선 장기적 투자이며, 이 과정을 소홀히 하면 향후 막대한 법적 분쟁과 비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특허사무소 소담은, 법무법인 소담과 함께 상표출원, 상표등록 뿐만 아니라 상표권 침해소송에 대해서도 한번에 진행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