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표가 비슷하면 무조건 침해일까? — 대법원 2019도11688 판결로 보는 상표 유사여부 판단법

상표가 비슷하면 무조건 침해일까? — 대법원 2019도11688 판결로 보는 상표 유사여부 판단법

“내 상표랑 비슷한 게 나왔는데, 이거 침해 아닌가요?”

상표를 가진 분이라면 한 번쯤 이런 고민을 해보셨을 겁니다. 인터넷 쇼핑몰을 둘러보다가 내 브랜드와 비슷한 이름이 붙은 제품을 발견한 순간,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질문이죠.
반대로, 새로운 브랜드를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이런 걱정도 하게 됩니다. “기존에 비슷한 상표가 있는 것 같은데, 이 정도면 괜찮은 걸까?”
오늘 소개해 드리는 판결은 바로 이 질문에 대해 법원이 어떤 기준으로 답을 내렸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입니다. 의료기기(코세정기) 분야에서 실제로 벌어진 상표 분쟁이고, 1심에서는 무죄가 나왔다가 2심에서 뒤집혀 유죄가 되고, 대법원까지 간 끝에 결론이 확정된 사례입니다.
여인재 변리사로서, 이 판결을 통해 일반인도 이해할 수 있는 상표 유사여부 판단의 핵심 원리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 사건의 배경

피해자 회사는 의료기기 제조·판매 회사로, 2013년 9월 특허청에 코세정기 관련 상표 두 건을 등록했습니다(이 사건 제1 등록상표, 제2 등록상표). 이 회사는 이보다 훨씬 전인 2006년 4월부터 해당 상표를 사용해 오고 있었습니다.
피고인은 2015년 3월경 별도의 회사를 설립한 뒤, 2016년 6월부터 2017년 7월까지 피해자의 등록상표와 유사한 상표를 동일한 상품인 코세정기에 부착하여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 판매했습니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명백한 침해였지만, 피고인 쪽은 생각이 달랐습니다. 피고인 회사는 특허심판원에 “이 상표는 원래 등록이 되면 안 되는 상표”라며 무효심판을 청구했고, 실제로 특허심판원은 이를 받아들여 상표등록을 무효로 하는 심결을 내렸습니다.
이 상황에서 1심 법원은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합니다. “상표등록이 무효로 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피고인에게 상표권 침해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논리였습니다.
하지만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등록상표

승부를 가른 핵심 — “기술적 표장”인가, “암시적 표장”인가

이 사건에서 상표의 유사여부 이전에, 먼저 등록상표 자체가 유효한지가 뜨거운 쟁점이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피고인 측이 “이 상표는 상품의 효능이나 용도를 그대로 표현한 것이라 누구나 쓸 수 있어야 하는 표현”이라고 주장했기 때문입니다.
상표법에는 중요한 원칙이 있습니다. 상품의 품질이나 효능, 용도를 직접적으로 나타내는 표현은 특정인이 독점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사과 주스에 “맛있는 사과”라는 상표를 붙인다면, 이것은 상품의 특성을 직접 표현한 것이라 상표로 보호받기 어렵습니다. 이런 것을 법률 용어로 “기술적 표장”이라고 합니다.
반면, 상품의 특성을 직접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은근히 연상시키는 정도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이런 것을 “암시적 표장”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충분히 상표로 등록받을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특허심판원은 해당 상표를 “기술적 표장”으로 보았습니다. 코세정기라는 상품의 용도나 효능을 직접 표현한 것이라고 본 것이죠. 하지만 특허법원은 정반대의 결론을 내렸습니다. 해당 상표는 전체로서 하나의 덩어리로 인식되는 것이고, 상품의 용도나 효능을 직접 표시한 것이 아니라 암시한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또한 특정인이 독점·배타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할 필요성도 없다고 보았습니다.
이 판단 차이가 사건의 결론을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이 상표는 이미 소비자들이 알고 있습니다” — 사용에 의한 식별력

특허법원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갑니다. 설령 이 상표가 기술적 표장에 해당하더라도, 오랜 사용을 통해 소비자들이 특정 회사의 상품으로 인식하게 되었다면 보호받을 수 있다는 점을 짚은 것입니다. 이것을 법률 용어로 “사용에 의한 식별력 취득”이라고 합니다.
피해자 회사는 2006년부터, 즉 상표 등록(2013년) 이전부터 약 7년간 이 상표를 계속 사용해 왔습니다. 특허법원은 등록결정일인 2013년 12월 기준으로, 코세정기 수요자들 사이에서 이 상표가 피해자 회사의 상품을 나타내는 것으로 충분히 인식되고 있었다고 인정했습니다.
이것은 상표를 준비하는 분들에게 매우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상표가 다소 설명적인 성격을 가지더라도, 꾸준히 사용하면서 시장에서 인지도를 쌓아가면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진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상표가 유사한지는 어떻게 판단했을까

이제 핵심 질문으로 돌아오겠습니다. 법원은 등록상표와 침해상표가 유사한지를 어떻게 판단했을까요?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원심(2심)의 판단에 대해 “표장 및 지정상품이 동일·유사하다”는 결론이 관련 법리와 증거에 비추어 정당하다고 확인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법원이 적용한 판단 틀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표장의 유사성입니다. 상표의 외관(어떻게 생겼는지), 호칭(어떻게 불리는지), 관념(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지는지)을 종합적으로 비교합니다. 이 세 가지 중 하나라도 유사하여 일반 수요자가 상품의 출처를 혼동할 우려가 있다면 유사한 상표로 볼 수 있습니다.
둘째, 지정상품의 동일·유사성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등록상표의 지정상품과 침해상표가 사용된 상품이 모두 코세정기로 동일했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는 별다른 다툼이 없었습니다.
셋째, 전체적 관찰의 원칙입니다. 상표를 구성하는 개별 요소를 떼어서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인상을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이 사건에서 특허법원이 해당 상표가 “전체로서만 호칭·관념되는 것”이라고 판시한 것도 바로 이 원칙의 적용입니다.
넷째, 거래 실정의 고려입니다. 실제 시장에서 소비자가 상품을 구매할 때의 상황을 고려합니다. 이 사건에서 침해상표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동일한 종류의 상품에 사용되었기 때문에, 소비자가 출처를 혼동할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무효심판을 걸었으니 괜찮겠지”라는 판단이 위험한 이유

이 사건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 중 하나는, 피고인이 등록상표에 대해 무효심판을 청구한 상태에서도 침해 책임을 면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피고인의 논리는 이랬습니다. “이 상표는 어차피 무효가 될 상표인데, 무효가 될 상표를 침해했다고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
실제로 특허심판원은 한때 이 상표등록을 무효로 하는 심결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1심 법원은 피고인의 손을 들어주었죠.
하지만 2심 법원은 달랐습니다. 핵심 논리는 이렇습니다. 피고인이 침해 행위를 할 당시, 그 등록상표가 무효심판에 의하여 무효로 될 것임이 명백한 상황이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특허법원에서 무효심결이 취소되었고, 대법원도 이를 확정했습니다. 즉, 결과적으로 그 등록상표는 유효한 상표였습니다.
여기에 침해 고의의 인정 근거도 더해집니다. 피해자 회사는 2006년부터 해당 상표를 사용해 온 반면, 피고인은 2015년에야 회사를 설립했습니다. 같은 코세정기 시장에서 약 9년의 선사용 차이가 있는 상황에서, 피고인이 기존 상표의 존재를 몰랐다고 보기는 어려웠던 것입니다.

하나의 유사상표로 두 개의 등록상표를 침해하면 — 대법원이 짚어준 실무 포인트

대법원은 2심의 유죄 판단 자체에는 동의하면서도, 죄를 세는 방식에 대해 한 가지 지적을 남겼습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사용한 유사상표 하나가 피해자의 등록상표 두 건을 동시에 침해한 상황이었습니다. 2심 법원은 이를 하나의 포괄적인 죄로 처리했지만, 대법원은 각 등록상표에 대한 침해가 별개의 포괄일죄를 구성하고, 이것들이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것은 무슨 의미일까요? 쉽게 말하면, 등록상표가 여러 개인 경우 침해 한 건이 아니라 등록상표 수만큼의 별도 침해가 성립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다만 이 사건에서는 결론적으로 형량에 차이가 없어 판결 결과에는 영향이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이 법리는 상표권자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줍니다. 동일한 브랜드에 대해 복수의 상표를 등록해 두면, 침해 발생 시 보다 강력한 법적 대응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인재 변리사의 정리 — 이 판결에서 기억해야 할 세 가지

첫째, 상표 유사여부의 판단은 “소비자의 눈”이 기준입니다. 법원은 전문가의 시각이 아니라 일반 수요자가 상품을 구매하는 보통의 상황을 기준으로 혼동 가능성을 판단합니다. 외관, 호칭, 관념 중 어느 하나라도 유사해서 출처를 헷갈릴 수 있다면, 유사상표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둘째, 상표의 보호 범위는 고정된 것이 아닙니다. 이 사건에서 보듯, 같은 상표에 대해 특허심판원은 “기술적 표장이라 보호 불가”라고 했다가 특허법원이 “암시적 표장이라 보호 가능”으로 뒤집었습니다. 또한 오랜 기간 사용하면서 쌓인 인지도가 식별력을 강화시켜 보호 범위를 넓힐 수도 있습니다. 상표는 등록 후에도 사용을 통해 그 가치가 계속 변화합니다.

셋째, 경쟁 상표에 대해 무효심판을 걸었다는 사실만으로는 안전하지 않습니다. 유사한 상표를 사용하면서 “어차피 저 상표는 무효가 될 테니 괜찮다”는 판단은 매우 위험합니다. 이 사건의 피고인이 정확히 이 판단을 했고, 결국 벌금 300만 원의 형사 처벌을 받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브랜드를 런칭하기 전에 선행상표 조사를 철저히 하고, 유사성에 의심이 있다면 전문가의 검토를 받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상표, 만들기 전에 한 번 물어보세요

상표는 한 번 정하면 사업의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칩니다. 간판, 포장, 온라인 광고, 고객의 기억까지. 그래서 처음 시작할 때의 판단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 이름, 써도 괜찮을까?”라는 질문이 드신다면, 그것이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신호입니다. 여인재 변리사가 선행상표 조사부터 유사여부 분석, 출원 전략 수립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www.sodamip.com

소담의 법률전문가를 소개합니다.

상표전문변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