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 디자인 무효심결 확정과 준재심 — 확정된 조정결정도 번복될 수 있다
- 1. 준재심의 대상과 사유 — 민사소송법 제461조, 제451조 제1항 제8호
- 2.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의 특수성 — 이유 미기재 시 엄격한 판단 기준
- 3. 디자인등록 무효심결의 소급효 — 디자인보호법 제121조 제3항
- 쟁점 1: 준재심대상조서에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8호의 재심사유가 있는지 여부
- 쟁점 2: 디자인권 침해 여부 — 무효심결 확정의 소급효
- 실무적 시사점
특허법원 2025. 11. 27. 선고 2025재나10010 판결은, 디자인등록 무효심결이 확정된 후 형사 재심에서 무죄판결이 선고·확정된 사안에서 기존 민사 조정결정에 대한 디자인 무효심결 준재심을 인용한 사례입니다. 이 판결은 IP 침해소송에서 조정이나 합의로 종결된 사건이라 하더라도, 이후 권리 무효가 확정되면 형사 재심과 민사 준재심의 연쇄적 구제수단을 통해 그 결론이 완전히 뒤집힐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실무적으로 중요한 판결입니다.
본 글에서는 이 판결의 사실관계와 법원의 판단 구조를 분석하고, IP 분쟁 실무에서 유의해야 할 시사점을 검토합니다.
관련 법리의 체계적 정리
이 사건의 핵심 법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법률 영역의 규정이 교차하는 지점을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1. 준재심의 대상과 사유 — 민사소송법 제461조, 제451조 제1항 제8호
민사소송법 제461조는 확정된 조서 또는 확정된 결정·명령에 대하여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의 재심사유가 있는 경우 준재심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이 확정되면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발생하므로(민사조정법 제34조 제4항), 이에 대한 준재심 청구가 가능합니다.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8호는 “판결의 기초로 된 민사나 형사의 판결, 그 밖의 재판 또는 행정처분이 다른 재판이나 행정처분에 의하여 변경된 때”를 재심사유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재판이 판결의 기초로 되었다”는 것은 (1) 재판이 확정판결에 법률적으로 구속력을 미치는 경우, 또는 (2) 재판 내용이 확정판결에서 사실인정의 자료가 되었고, 그 재판의 변경이 확정판결의 사실인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경우를 의미합니다(대법원 1996. 5. 31. 선고 94다20570 판결).
특히 대법원은 재판 내용이 사실인정의 자료가 된 이상 그 재판 내용이 담긴 문서가 소송절차에서 반드시 증거방법으로 제출되어 증거자료로 채택된 경우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이 법리는 본 사건에서 관련 형사 판결이 조정결정 전에 직접 증거로 제출되지 않았더라도 재심사유를 인정하는 근거로 작용하였습니다.
2.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의 특수성 — 이유 미기재 시 엄격한 판단 기준
대법원은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에 대한 준재심사유의 인정에 관하여 별도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수소법원이 사건을 조정에 회부한 후 합의가 불성립하여 직권으로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을 한 경우, 이 결정은 수소법원의 사실인정과 판단에 기초하여 이루어진 것이므로 관련 재판의 변경이 결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면 준재심 청구가 가능합니다.
다만,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은 사실인정과 법적 판단 외에도 당사자 간의 형평이나 분쟁 해결의 적정성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이루어지며, 이유가 기재되지 않는 것이 통례입니다. 따라서 결정조서에 이유가 기재되어 있지 않은 경우 준재심사유의 존부는 판결에 대한 재심에 비하여 엄격하게 판단하여야 합니다(대법원 2005. 6. 24. 선고 2003다55936 판결).
이 “엄격한 판단” 기준이 바로 본 사건에서 법원이 이유 미기재라는 난점을 어떻게 극복하였는지가 핵심 쟁점이 됩니다.
3. 디자인등록 무효심결의 소급효 — 디자인보호법 제121조 제3항
디자인보호법 제121조 제3항 본문은 디자인등록을 무효로 한다는 심결이 확정된 경우 그 디자인권은 처음부터 없었던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소급효 규정은 무효심결 확정 이전에 이루어진 모든 권리행사의 법적 기초를 소급적으로 제거하는 효과를 가지므로, 이미 확정된 침해소송의 결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아울러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6호는 디자인권을 침해한 죄로 유죄의 선고를 받은 사건에서 그 권리에 대한 무효의 심결이 확정된 때를 형사 재심사유로 규정하고 있어, 무효심결 확정이 형사 유죄판결의 번복으로 이어지고, 이것이 다시 민사 준재심의 근거가 되는 연쇄적 구제 경로를 형성합니다.
사건의 경과 — 10년에 걸친 분쟁의 전개
이 사건은 발가락 교정기에 관한 디자인 분쟁으로, 2014년 디자인 출원부터 2025년 준재심 인용 판결까지 약 10년에 걸쳐 민사·형사·행정(심판) 절차가 복합적으로 전개된 사안입니다.
권리의 성립과 침해 분쟁의 개시
| 시기 | 사건 경과 |
|---|---|
| 2014. 12. ~ 2015. 2. | 제1 등록디자인 출원·등록 (30-0785961, 발가락 지압 교정구, 권리자: 조정참가인 D) |
| 2016. 4. ~ 2016. 12. | 제2 등록디자인 출원·등록 (30-0885468, 발가락 교정기, 권리자: 원고 A사 및 조정참가인 D) |
| 2017. 3. | 피고 C, 발가락 교정기 제품 판매 개시 |
| 2017. 7. 21. | 원고, 피고를 상대로 가처분 신청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카합80990) |
| 2018. 1. 2. | 가처분결정 (피고 이의 → 2018. 4. 25. 인가결정, 피고 항고 → 2018. 9. 17. 기각) |
원고 A사는 조정참가인 D로부터 제1 등록디자인에 대한 전용실시권을 설정받고, 제2 등록디자인은 원고와 조정참가인이 공동으로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한편, 피고 C 역시 발가락 지압 교정구에 대한 자신의 등록디자인(30-0923283, 출원 2017. 1. 3., 등록 2017. 9. 11.)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피고의 판매 제품들은 피고 등록디자인에 따른 것으로 형상이 거의 동일하였습니다. 피고 C가 이러한 제품을 판매하자, 원고는 가처분과 함께 형사 고소 및 민사 침해소송을 순차적으로 진행하였습니다.
형사 유죄판결의 확정
피고에 대하여는 제2 등록디자인의 디자인권 침해(디자인보호법위반)와 함께 원고가 전용실시권을 보유한 등록실용신안의 전용실시권 침해(실용신안법위반)를 이유로 형사소추가 이루어졌고, 수원지방법원은 2018. 2. 8. 유죄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수원지방법원 2017고정3057). 피고가 항소·상고하였으나, 대법원은 2020. 7. 23. 디자인보호법위반 부분에 대한 상고는 이유 없다고 판단하면서도 실용신안법위반 부분에 대한 항소심의 판단에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고, 두 죄가 상상적 경합범의 관계에 있다는 이유로 항소심 판결 전부를 파기환송하였습니다(대법원 2019도9547). 환송 후 항소심은 디자인보호법위반에 대하여만 유죄판결을 선고하였고(수원지방법원 2020노3854, 이하 “관련 형사 판결”), 대법원 상고기각으로 2022. 2. 11. 확정되었습니다(대법원 2021도17157).
민사 침해소송과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
원고는 2019. 9. 17. 피고를 상대로 민사 침해소송을 제기하였고, 제1심 법원은 2021. 6. 25. 원고의 청구를 전부 인용하였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9가합564832). 피고가 항소한 특허법원 2021나1572 사건에서, 피고는 제1 등록디자인에 대한 무효심결(2022. 11. 29., 확정 2023. 1. 19.)을 증거로 제출하여 변론이 재개되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2023. 3. 20. 조정기일에서 당사자 간 합의가 불성립하자, 직권으로 다음과 같은 내용의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을 하였습니다.
| 조정 내용 | 세부 사항 |
|---|---|
| 피고의 행위 금지 | 별지 목록 1, 2, 3 기재 제품의 생산·사용·양도·수출·수입 등 금지 |
| 제품 폐기 | 공장·사무실·창고 내 제품 및 반제품 폐기 |
| 금전 지급 | 피고 → 원고 및 조정참가인에게 25,000,000원 + 지연손해금 지급 |
| 청구 포기 | 원고는 나머지 청구를 포기 |
| 민·형사 면책 | 조정참가인이 피고에 대하여 결정 확정일까지의 침해를 원인으로 민·형사상 이의를 일절 제기하지 않기로 함 |
이 조정결정은 이의 없이 2023. 4. 12. 확정되었습니다.
무효심결 확정과 형사 재심 무죄 — 연쇄적 번복의 시작
조정결정 확정 이후 상황이 급변합니다. 피고가 청구한 제2 등록디자인에 대한 무효심판에서, 특허심판원은 2024. 2. 26. 제2 등록디자인이 선행디자인들의 결합으로 쉽게 창작할 수 있는 디자인(디자인보호법 제33조 제2항)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무효심결을 하였고, 2024. 4. 23. 확정되었습니다. 이로써 제1, 2 등록디자인 모두 무효심결이 확정되어, 원고 측의 디자인권은 소급적으로 소멸하게 되었습니다.
피고는 이를 기초로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6호에 따라 형사 재심을 청구하였고, 수원지방법원은 2024. 9. 27. 재심개시결정을 한 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수원지방법원 2024재노21). 이 형사 재심판결은 2024. 8. 26. 확정되었습니다(다만, 본 준재심 판결문에는 무죄판결 선고일이 “2025. 8. 18.”로 기재되어 있으나, 확정일 “2024. 8. 26.”과의 시간적 선후관계상 선고일의 오기로 보입니다).
이러한 일련의 경과를 정리하면, 디자인 무효심결 확정 → 형사 재심 무죄 확정 → 민사 준재심 청구라는 연쇄적 구제 경로가 형성된 것입니다.
쟁점 1: 준재심대상조서에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8호의 재심사유가 있는지 여부
쟁점의 핵심 — 이유 미기재 결정에서 “기초재판”의 입증
본 사건에서 가장 어려운 법적 쟁점은,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조서에 이유가 기재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관련 형사 판결이 결정의 “기초재판”이었음을 어떻게 인정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앞서 검토한 바와 같이, 대법원 2003다55936 판결은 이유가 미기재된 조정결정에 대해서는 준재심사유를 판결에 대한 재심보다 엄격하게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은 법적 판단 외에도 형평, 분쟁 해결의 적정성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여 이루어지므로, 이유가 기재되어 있지 않으면 어떤 재판이 결정의 기초가 되었는지를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법원의 간접사실 종합 방법론
특허법원은 이유 미기재라는 난점에도 불구하고, 결정 전후의 소송 경과와 결정 내용의 구조를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재심사유를 인정하였습니다. 법원이 제시한 간접사실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조정결정 이전의 소송 경과입니다. 제1 등록디자인에 대한 무효심결이 이미 2023. 1. 19. 확정되어 있었고, 피고가 심결문을 증거로 제출하여 변론이 재개되었습니다. 피고는 제2 등록디자인에 대하여도 무효심판을 청구한 사실을 법원에 제출하였습니다. 즉, 조정결정 시점에서 법원은 제1 등록디자인이 무효임을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둘째, 조정결정의 내용 자체에서 드러나는 판단 구조입니다. 법원은 피고가 원고와 조정참가인에게 같은 액수의 금전을 지급하도록 결정하였는데, 제2 등록디자인의 디자인권자가 원고와 조정참가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법원이 제2 등록디자인에 대한 침해를 전제로 조정결정을 한 것으로 추론할 수 있습니다. 만약 이미 무효가 확정된 제1 등록디자인만을 기초로 조정결정을 하였다면, 원고와 조정참가인에게 동일 금액을 지급하도록 결정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셋째, 관련 형사 판결과의 연결성입니다. 관련 형사 판결이 조정결정 전에 직접 증거로 제출되지는 않았으나, 제1심 절차에서 형사 1심 판결, 항소심 판결, 대법원 판결이 모두 증거로 제출되어 있었고, 제1심 판결에는 대법원이 디자인보호법위반 부분에 대한 상고를 이유 없다고 판단한 점이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판단의 의의
법원은 이러한 간접사실들을 종합하여, 관련 형사 판결에서 제2 등록디자인에 대한 디자인보호법위반죄가 유죄로 인정된 점이 조정결정의 판단 자료가 되었다고 인정하였습니다. 나아가 형사 재심판결에서 제2 등록디자인의 무효심결 확정을 이유로 무죄가 선고·확정되었으므로, 관련 형사 판결의 변경이 조정결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여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8호의 재심사유를 인정하였습니다.
이 판단은 이유가 기재되지 않은 조정결정에 대해서도, 결정 전후의 소송 경과, 결정 내용의 구조적 분석, 관련 절차에서의 증거 제출 상황 등을 종합하여 준재심사유를 인정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대법원 2003다55936 판결이 제시한 “엄격한 판단” 기준의 구체적인 적용례를 제시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쟁점 2: 디자인권 침해 여부 — 무효심결 확정의 소급효
준재심사유가 인정된 이상, 법원은 본안(디자인권 침해 여부)에 대하여도 판단하였습니다.
디자인보호법 제121조 제3항 본문에 따라 디자인등록을 무효로 한다는 심결이 확정되면 그 디자인권은 처음부터 없었던 것으로 간주됩니다. 본 사건에서 제1 등록디자인(2023. 1. 19. 무효심결 확정)과 제2 등록디자인(2024. 4. 23. 무효심결 확정) 모두에 대한 무효심결이 확정되었으므로, 양 디자인권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게 됩니다.
따라서 법원은 제1 등록디자인에 관한 전용실시권 침해 및 제2 등록디자인에 관한 디자인권 침해를 원인으로 한 원고의 청구는 더 나아가 살필 것 없이 이유 없다고 판단하여, 준재심대상조서를 취소하고 제1심 판결을 취소한 후 원고의 청구를 전부 기각하였습니다. 소송비용에 관하여는 준재심 전후의 소송 총비용을 원고와 피고가 각자 부담하도록 정하였는데, 이는 당초 조정결정에서도 소송비용을 각자 부담으로 정한 경위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 부분의 판단은 무효심결 확정의 소급효에 관한 확립된 법리를 적용한 것으로, 법리 자체에 새로운 점은 없습니다. 그러나 실무적으로는 조정으로 종결된 사건에서도 이 소급효가 관철되어 기존 조정결정이 완전히 번복될 수 있음을 확인한 점에 의의가 있습니다.
실무적 시사점
1. 형사 재심 → 민사 준재심의 연쇄적 구제 경로
이 판결은 IP 침해 사건에서 디자인 무효심결 확정 이후 피고가 활용할 수 있는 구제 수단의 전체 경로를 보여줍니다.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6호에 따른 형사 재심으로 유죄판결을 번복한 후, 민사소송법 제461조·제451조 제1항 제8호에 따른 준재심으로 민사 조정결정까지 취소하는 2단계 구제 경로가 실제로 작동한 사례입니다.
이는 IP 침해로 형사 유죄판결과 민사 배상·금지 명령을 동시에 받은 피고가, 이후 권리 무효를 입증하면 형사·민사 양 측면에서 모두 구제받을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특히 형사 재심판결의 확정이 민사 준재심의 요건인 “기초재판의 변경”에 해당한다는 점이 실무상 중요합니다.
2. 이유 미기재 조정결정에 대한 준재심사유 입증 방법론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에는 통상 이유가 기재되지 않으므로, 어떤 재판이 결정의 기초가 되었는지를 직접적으로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본 판결은 다음과 같은 간접사실의 종합을 통해 이 난점을 극복하는 방법론을 제시하였습니다.
- 조정결정 전에 어떤 증거와 정보가 법원에 제출되어 있었는지
- 조정결정의 금전 지급 구조가 어떤 권리의 침해를 전제한 것인지
- 관련 절차(제1심, 형사소송 등)에서의 증거 제출 및 판단 내용이 어떠하였는지
이러한 접근법은 향후 유사한 준재심 사건에서 참고할 수 있는 실무적 가이드라인을 제공합니다.
3. IP 권리자의 리스크 관리 관점
이 판결은 IP 권리자 측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무효 위험이 있는 권리에 기초하여 조정이나 합의를 도출하더라도, 이후 그 권리가 무효로 확정되면 조정결정 자체가 준재심으로 번복될 수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 원고 측은 제1 등록디자인의 무효심결이 이미 확정된 상황에서 조정에 응하였는데, 남아 있던 제2 등록디자인마저 이후 무효로 되면서 조정결정의 기초가 완전히 무너진 것입니다.
따라서 IP 침해소송에서 조정이나 합의를 진행할 때에는 다음 사항을 고려하여야 합니다.
- 기초 권리의 유효성에 대한 면밀한 사전 평가
- 무효심판이 계속 중인 경우 그 결과를 조정 조건에 반영하는 방안(예: 해제조건 설정)
- 복수의 권리에 기초한 경우, 일부 권리의 무효가 전체 조정에 미치는 영향 검토
4. 조정 시 권리 유효성 조건의 명시 필요성
본 사건의 교훈 중 하나는, IP 침해소송에서 조정이나 합의를 할 때 기초 권리의 유효성에 관한 조건을 명시적으로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입니다. 예컨대, “본 조정은 제○ 등록디자인의 유효를 전제로 하며, 동 디자인의 무효심결이 확정될 경우 본 조정의 효력에 관하여 별도 협의한다”와 같은 조항을 두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조건이 없었기 때문에 본 사건에서는 준재심이라는 우회적이고 복잡한 경로를 통해서만 구제가 이루어질 수 있었습니다.
결론
특허법원 2025재나10010 판결은 디자인 무효심결 준재심의 실무적 적용 범위를 확인한 판결로, IP 소송 실무에서 다음의 핵심적 법리를 재확인하였습니다. 디자인등록 무효심결이 확정되면 디자인권은 소급적으로 소멸하고, 이에 기초한 형사 유죄판결은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6호에 따라 재심으로 번복될 수 있으며, 그 형사 재심판결의 확정은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8호의 “기초재판의 변경”에 해당하여 확정된 조정결정에 대한 준재심사유가 됩니다.
특히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에 이유가 기재되어 있지 않더라도, 결정 전후의 소송 경과와 결정 내용의 구조적 분석을 통해 준재심사유를 인정할 수 있다는 점은 향후 유사 사건의 실무에 직접적인 참고가 될 것입니다.
따라서 향후 IP 침해소송에서 조정이나 합의를 진행하는 실무자는, 기초 권리의 무효 가능성이 현존하는 상황에서의 조정이 갖는 리스크를 충분히 인식하고, 이에 대한 적절한 조건 설정과 리스크 관리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