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 디자인이 될 수 있는 상품 형상도 상표로 보호받을 수 있는가?
- 입체상표란 무엇인가?
- 대법원 2023후11012 사건의 쟁점은 무엇인가?
- 대법원은 왜 원심을 파기했는가? — 디자인과 상표의 병존
- 대법원이 천명한 대원칙
- 대법원은 4가지 판단 요소를 어떻게 적용했는가?
디자인이 될 수 있는 상품 형상도 상표로 보호받을 수 있는가?
디자인이 될 수 있는 상품 형상이라 하더라도, 거래계에서 출처를 나타내는 식별표지로 기능한다면 상표로서 사용된 것으로 인정된다. 대법원은 2026년 2월 26일 선고한 2023후11012 판결에서 이 법리를 확인하였다.
이 판결의 핵심은 두 가지이다. 첫째, 디자인과 상표는 배타적·선택적 관계가 아니라 병존 가능한 관계이다. 둘째, 상품 형상의 상표적 사용 여부는 표장의 사용 방식, 등록상표의 주지저명성, 경쟁자의 사용 의도 등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한다.
대법원은 레저용 견인튜브의 입체적 형상이 등록된 입체상표의 권리범위에 속하는지가 다투어진 이 사건에서, 원심(특허법원)이 확인대상 표장을 ‘장식용 디자인에 불과하다’고 본 판단을 파기하고 사건을 환송하였다.
입체상표란 무엇인가?
입체상표란 상품 자체의 입체적 형상(3차원 형태)을 표장으로 등록한 상표를 말한다. 상표법 제2조 제1항 제1호에 따르면, 상표란 자기의 상품과 타인의 상품을 식별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표장이며, 표장에는 기호·문자·도형뿐 아니라 입체적 형상도 포함된다.
입체상표와 일반 상표의 핵심적 차이는 다음과 같다.
| 구분 | 일반 상표(문자·도형) | 입체상표 |
|---|---|---|
| 보호 대상 | 문자, 도형, 로고 등 2차원 표장 | 상품 자체 또는 포장의 3차원 형상 |
| 식별력 인정 | 출원 시 고유 식별력 인정 용이 | 원칙적으로 식별력 부인 — 사용에 의한 식별력 취득 필요 |
| 등록 난이도 | 상대적으로 낮음 | 높음 — 장기간 독점적·계속적 사용 증거 필요 |
| 실무적 의의 | 브랜드 네임·로고 보호 | 상품 디자인 자체를 반영구적으로 보호 가능 |
입체상표 등록의 실질적 관문은 사용에 의한 식별력(상표법 제33조 제2항)의 취득이다. 상품의 형상은 통상 기능이나 미감을 위한 것이지 출처를 표시하기 위한 것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오랜 기간의 독점적·계속적 사용을 통해 수요자 사이에서 특정 출처를 나타내는 것으로 인식될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
입체상표의 ‘상표적 사용’은 어떻게 판단하는가?
상표적 사용이란 표장이 상품의 출처를 나타내는 식별표지로서 기능하도록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대법원 2019후10418 판결(2021. 12. 16. 선고)이 확립한 기준에 따르면, 입체상표의 상표적 사용 여부는 다음 4가지 요소를 종합하여 판단한다.
| 순번 | 판단 요소 | 의미 |
|---|---|---|
| ① | 표장과 상품의 관계 | 표장이 상품에 어떤 방식으로 구현되어 있는가 |
| ② | 사용 방식(위치·크기) | 표장이 상품에 표시된 위치, 크기, 방식이 출처표시로서의 사용인가 |
| ③ | 등록상표의 주지저명성 | 등록상표가 수요자에게 특정 출처의 상품으로 알려져 있는가 |
| ④ | 사용자의 의도와 경위 | 표장을 사용한 자의 의도가 출처표시인가, 순수 디자인인가 |
이 판례의 핵심 법리는, 디자인이 될 수 있는 형상이라 하더라도 자타상품 출처표시로 사용되었다면 상표적 사용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등록상표와 유사한 표장이라도 순전히 디자인적으로만 사용된 것이라면 상표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처럼 어떤 상품 형상이 순전히 디자인인지 아니면 상표로서도 기능하는지는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 위 4가지 요소를 기반으로 구체적 사용 양태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문제이다.
대법원 2023후11012 사건의 쟁점은 무엇인가?
대법원 2023후11012 사건은 레저용 견인튜브의 입체적 형상이 등록된 입체상표의 권리범위에 속하는지가 다투어진 적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의 상고심이다. 사건은 특허심판원 → 특허법원(2023허10910) → 대법원으로 진행되었다.
등록상표권자(피고)는 어떤 권리를 보유하고 있었는가?
등록상표권자(피고)는 2003년부터 약 23년간 독특한 입체적 형상의 견인튜브를 제조·판매하여 온 업체이다. 피고가 보유한 지식재산권의 구조는 다음과 같다.
| 구분 | 등록 시기 | 보호 대상 | 존속 상태 |
|---|---|---|---|
| 등록디자인 | 2004년 출원·등록 | 견인튜브 입체적 형상 | 2019년 존속기간 만료로 소멸 (디자인보호법상 존속기간: 출원일부터 20년) |
| 등록상표(입체상표) | 별도 출원·등록 | 동일 견인튜브 형상을 표장으로 등록 (지정상품: 예인 가능한 레저스포츠용 공기주입식 수상기구 등) | 유효 (상표권은 10년마다 갱신 가능 — 반영구적 존속) |
이 사건 등록상표의 입체적 형상은 아래와 같다(왼쪽 위부터 사시도, 정면도, 좌측면도, 평면도).

주목할 점은, 피고가 동일한 상품 형상에 대하여 디자인권(유한 존속)과 입체상표권(반영구 존속)을 이중으로 확보하였다는 사실이다. 디자인권이 2019년 소멸한 이후에도, 입체상표권을 통해 해당 형상에 대한 독점적 보호를 유지할 수 있는 전략적 구조였다.
경쟁사(원고)는 어떤 상품을 판매하였는가?
원고는 피고와 경쟁관계에 있는 업체로서, 피고의 등록상표와 유사한 형태의 견인튜브를 제조·판매하고 있었다. 확인대상 표장인 원고 상품의 외형은 아래와 같다.
확인대상 표장 — 원고 상품(견인튜브)의 실제 사용 모습
피고(등록상표권자)는 원고 견인튜브의 형상이 자신의 등록상표 권리범위에 속한다고 주장하며 적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청구하였다. 특허심판원은 피고의 청구를 인용하였으나, 특허법원은 이를 취소하였고, 피고가 대법원에 상고한 것이 본건이다.
시장 내 유사 형상 부재 — 왜 중요한가?
판결문에 따르면, 피고 상품의 판매 전 및 등록디자인 출원·등록 당시까지 이 사건 등록상표나 등록디자인과 같은 입체적 형상을 띤 다른 견인튜브가 시장에 존재하였다는 자료가 없었다. 이 사실은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 주지저명성 강화: 피고가 해당 형상의 견인튜브를 시장에 최초로 도입하였으므로, 수요자가 해당 형상을 피고 상품의 출처표시로 인식할 개연성이 높다.
- 상표적 사용 인정의 근거: 시장에 유사 형상이 없었다는 것은 해당 형상의 독자적 식별력을 뒷받침하는 사정이 된다.
특허법원(원심)은 왜 상표적 사용을 부정했는가?
특허법원은 2023허10910 판결에서, 확인대상 표장(원고 견인튜브의 입체적 형상)이 “장식용 디자인에 불과할 뿐 상품의 출처표시 또는 식별표지로 사용된 것이 아니다”라고 판단하였다.
특허법원의 논리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 특허법원의 논거 | 내용 |
|---|---|
| 전제 | 상품 자체의 외형을 이루는 형상은 본질적으로 디자인적 요소이다 |
| 판단 | 견인튜브의 입체적 형상은 장식용 디자인에 불과하다 |
| 결론 | 상표적 사용이 아니므로 상표 유사 여부를 판단할 필요 없이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는다 |
특허법원의 접근 방식은, 형상의 본질적 성격(디자인인가 상표인가)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사실상 디자인과 상표를 이분법적으로 구분한 것이었다.
대법원은 왜 원심을 파기했는가? — 디자인과 상표의 병존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을 파기하고 사건을 특허법원에 환송하였다. 파기의 핵심 이유는 원심이 디자인과 상표를 배타적 관계로 본 오류에 있다.
대법원이 천명한 대원칙
“디자인과 상표는 배타적·선택적인 관계에 있지 않다.” — 대법원 2023후11012 판결
이 법리의 의미는, 어떤 형상이 디자인이 될 수 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상표적 사용을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디자인으로서의 기능(미적 가치)과 상표로서의 기능(출처 식별)은 하나의 형상에 동시에 존재할 수 있으며, 양자는 상호 배척하지 않고 병존한다.
대법원은 4가지 판단 요소를 어떻게 적용했는가?
대법원은 상표적 사용 판단의 4가지 요소를 이 사건에 구체적으로 적용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 판단 요소 | 대법원의 구체적 적용 | 결론 |
|---|---|---|
| ① 표장과 상품의 관계 | 확인대상 표장은 원고 상품(견인튜브) 자체의 외형으로 드러나게 사용됨 | 상표적 사용 징표 |
| ② 사용 방식 | 등록상표의 독특한 형태적 특징을 갖춘 형상이 상품 전체 외관으로 사용되어, 등록상표의 사용 방식과 별로 다르지 않음 | 상표적 사용 징표 |
| ③ 주지저명성 | 2003년부터 약 23년간 판매, 신문·잡지 소개·광고, 독특한 형태적 특징, 시장 내 유사 형상 부재 등을 종합 → 수요자에게 피고 상품의 출처표시로 잘 알려져 있었음 | 상표적 사용 강력 징표 |
| ④ 사용자 의도·경위 | 피고와 경쟁관계에 있는 원고가 등록상표의 명성에 편승하기 위하여 유사 형상을 사용하였다고 볼 수 있음 | 상표적 사용 징표 |
대법원의 결론
대법원은 위 4가지 요소를 종합하여, 원고 상품의 형상은 “디자인이 될 수 있는 형상이면서 실제 거래계에서 다른 상품과 구별하는 식별표지로도 사용되는 표장”이므로, 순전히 디자인적으로만 사용되었다고 할 수 없고, 상표로서 사용되었다고 판단하였다.
다만 대법원은 상표의 유사 여부(등록상표와 확인대상 표장이 외관·칭호·관념에서 유사한지)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고 원심에 환송하였다. 따라서 최종적인 권리범위 속부(권리범위에 속하는지 여부)는 환송심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디자인-상표 이중보호 전략은 왜 중요한가?
디자인-상표 이중보호 전략이란, 동일한 상품 형상에 대하여 디자인권(유한 존속)과 상표권(반영구 존속)을 동시에 확보하는 지식재산 포트폴리오 전략을 말한다. 이 전략의 실효성이 대법원 2023후11012 판결에서 사실상 확인되었다.
이중보호 전략의 구조
이 사건 피고의 사례로 이중보호 전략의 구조를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 시점 | 디자인권 | 입체상표권 | 보호 상태 |
|---|---|---|---|
| 2003년 | 미등록 | 미등록 | 상품 형상 최초 도입 — 사용에 의한 식별력 축적 시작 |
| 2004년 | 출원·등록 (존속기간 20년) | 별도 출원·등록 | 이중보호 개시 — 디자인권 + 상표권 동시 보유 |
| 2019년 | 소멸 (존속기간 만료) | 유효 (10년 갱신) | 디자인권 소멸 후 입체상표권이 보호 승계 |
| 2026년 현재 | 소멸 | 유효 | 약 23년간의 사용 실적으로 주지저명성 확보 |
만약 피고가 디자인권만 보유하였다면, 2019년 디자인권 소멸 이후 누구나 해당 형상의 견인튜브를 자유롭게 제조·판매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입체상표권을 통해 디자인권 소멸 이후에도 해당 형상에 대한 독점적 보호를 유지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원심과 대법원의 시각은 어떻게 다른가?
원심(특허법원)과 대법원의 판단이 갈린 근본적 원인은, 상품 형상의 성격 규명에 관한 접근 방식의 차이에 있다.
| 구분 | 특허법원(원심) | 대법원 |
|---|---|---|
| 접근 방식 | 형상의 본질적 성격에 초점 | 형상의 실제 거래계 기능에 초점 |
| 전제 | 상품의 외형은 본질적으로 디자인적 요소 | 디자인과 상표는 하나의 형상에 병존 가능 |
| 주지저명성 | 별도 검토 없음 | 약 23년간 독점적 사용에 따른 주지저명성을 적극 인정 |
| 경쟁자 의도 | 별도 검토 없음 | 명성 편승 의도를 상표적 사용의 징표로 평가 |
| 결론 | 장식용 디자인에 불과 → 권리범위 불속 | 상표적 사용 인정 → 원심 파기환송 |
대법원의 접근은 형상의 본질보다 실제 거래계에서의 기능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입체상표권자에게 유리한 방향의 해석이다.
이 판결의 실무적 시사점은 무엇인가?
대법원 2023후11012 판결은 입체상표의 권리범위확인심판에서 ‘상표적 사용’ 판단 기준을 구체화한 판결이다. 이 판결이 실무에 미치는 영향을 4가지로 정리한다.
① 디자인-상표 이중보호 전략의 실효성
독특한 상품 형상을 보유한 기업은 디자인등록(존속기간 20년)과 입체상표 등록(10년 갱신, 반영구)을 병행함으로써, 디자인권 소멸 이후에도 해당 형상에 대한 독점적 보호를 유지할 수 있다. 다만 이 전략이 유효하려면 해당 형상이 수요자 사이에서 특정 출처의 상품임을 나타내는 사용에 의한 식별력을 취득하여야 하므로, 장기간에 걸친 일관된 사용과 광고·홍보가 전제된다.
② 주지저명성이 상표적 사용 판단의 결정적 요소
대법원은 등록상표의 주지저명성을 상표적 사용 판단의 핵심 요소로 삼았다. 이는 입체상표 권리행사의 성패가 등록 자체보다 등록 후의 사용 실적과 인지도에 좌우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입체상표권자는 등록 이후에도 해당 형상의 지속적 사용, 광고, 언론 노출 등을 통해 주지저명성을 축적·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③ 경쟁사의 사용 의도도 판단 요소에 해당
대법원은 원고(경쟁사)가 피고의 등록상표 명성에 편승하기 위하여 유사 형상을 사용하였다는 점을 상표적 사용 인정의 근거 중 하나로 삼았다. 상품 형상의 채택 경위가 순수하게 기능적·심미적인 것인지, 아니면 경쟁사 상품과의 혼동을 유발하려는 것인지에 따라 상표적 사용 여부의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④ 환송심에서 유사 여부가 추가 심리 예정
대법원은 확인대상 표장이 상표로서 사용되었다는 점만을 판단하고, 상표의 유사 여부(등록상표와 확인대상 표장 사이의 외관·칭호·관념 유사성)에 대해서는 원심에 환송하였다. 환송심에서 상표 유사 여부 및 지정상품 동일·유사 여부가 추가로 심리될 예정이다.
핵심 정리: 레저·스포츠용품 등 상품 형상의 독특성이 브랜드 가치와 직결되는 산업 분야에서는, 디자인등록과 입체상표 등록을 병행하는 이중보호 전략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입체상표 출원 시에는 해당 형상의 식별력 취득을 뒷받침할 수 있는 사용 증거(판매 실적, 광고 자료, 언론 보도 등)를 체계적으로 축적해 나가는 것이 권리의 실효적 행사를 위한 필수 전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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