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차
- 상표 불사용취소 제도와 ‘정당한 이유’에 관한 종래 법리
- 사건의 사실관계 — 파산, 매각, 그리고 불사용취소심판
- 특허심판원 — 매각은 정당한 이유가 아니다
- 특허법원 — 파산도 정당한 이유가 아니다
- 대법원의 판단 — 파산관재인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 한계 및 유사 사건
대법원 2026. 3. 12. 선고 2024후11460 판결은, 파산선고를 받은 회사의 등록상표 불사용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를 판단한 사건입니다. 대법원은 파산절차 개시만으로는 불사용의 정당한 이유에 해당하지 않으며, 파산관재인이 상표 사용을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하지 않은 이상 등록취소를 면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이 판결은 파산절차에서 상표권이 어떻게 관리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파산관재인에게 어디까지 상표 관리 의무가 있는지에 관하여 실무적으로 중요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상표 불사용취소 제도와 ‘정당한 이유’에 관한 종래 법리
상표법 제119조 제1항 제3호는 상표권자, 전용사용권자 또는 통상사용권자 중 어느 누구도 정당한 이유 없이 등록상표를 그 지정상품에 대하여 취소심판청구일 전 계속하여 3년 이상 국내에서 사용하고 있지 아니한 경우, 그 상표등록을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등록주의를 채택한 데에 따른 폐해를 시정하고, 타인의 상표 선택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제도입니다(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2후2463 전원합의체 판결).
같은 조 제3항은 피청구인이 등록상표를 심판청구일 전 3년 이내에 국내에서 정당하게 사용하였음을 증명하지 못하면 취소를 면할 수 없되, 불사용에 대한 정당한 이유를 증명하면 취소를 면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종래 대법원 판례는 이 ‘정당한 이유’에 관하여, 질병이나 천재지변 등 불가항력에 의하여 영업을 할 수 없는 경우뿐만 아니라, 법률에 의한 규제, 판매금지, 국가의 수입제한조치 등에 의하여 부득이 지정상품이 국내에서 일반적·정상적으로 거래될 수 없는 경우와 같이, 등록상표를 사용할 수 있는 자가 통제할 수 없는 객관적·외부적 요인에 따른 불가피한 사유로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된 경우에 인정된다고 보아 왔습니다(대법원 2001. 4. 24. 선고 2001후188 판결). 반면, 영업 부진이나 법적 분쟁의 우려 등 주관적·내부적 요인만으로는 취소를 면할 수 없다는 것이 확립된 법리입니다.
사건의 사실관계 — 파산, 매각, 그리고 불사용취소심판
이 사건의 등록상표(이하 ‘이 사건 등록상표’)는 아래와 같습니다.
| 항목 | 내용 |
|---|---|
| 등록번호 | 제639053호 |
| 출원일/등록일 | 2004. 12. 2. / 2005. 11. 15. |
| 갱신등록일 | 2016. 3. 25. |
| 표장 | 원형 안에 소나무 도안 (아래 이미지 참조) |
| 지정상품 | 제29류: 콩, 고구마, 호박, 두부, 닭고기, 달걀, 우유, 고등어, 새우, 클로렐라 등 |
| 상표권자 | 조선무약합자회사 |

등록상표 제639053호 — 원형 안에 소나무 도안 (지정상품: 제29류 식품류)

상표등록원부 [권리란] — 등록번호 제0639053호 (출원일: 2004. 12. 2., 등록일: 2005. 11. 15.)
이 사건은 상표권자인 조선무약합자회사가 파산에 이르기까지의 긴 과정과, 파산 이후 상표권이 매각되었음에도 이전등록이 이루어지지 않은 특수한 사정이 결합된 복잡한 사건입니다. 사실관계를 시간순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회생 시도부터 파산까지
(1) 조선무약합자회사(이하 ‘상표권자’)는 2009. 8. 25.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회생절차 개시결정을 받았습니다.
(2) 회생절차 중인 2009. 9. 14., 상표권자는 법원의 허가를 받아 기래물산 주식회사(이하 ‘원고’)로부터 4억 원을 차용하고, 2009. 11. 23. 이 사건 등록상표를 비롯한 8건의 상표권·서비스표권에 대하여 근질권을 설정해 주었습니다.
(3) 상표권자는 2010. 10. 27. 회생절차 폐지결정을 받았고(2010. 11. 24. 확정), 이후 두 차례에 걸쳐 회생절차 개시신청을 하였으나 모두 기각되었습니다(2010. 11. 12. 수원지방법원 신청 → 2011. 2. 15. 기각, 2015. 3. 11. 서울중앙지방법원 신청 → 2015. 7. 7. 기각).
(4) 상표권자는 2016. 3. 15. 스스로 파산신청을 하여, 2016. 4. 25. 파산선고를 받았고 초대 파산관재인이 선임되었습니다. 이후 2017. 4. 21. 초대 파산관재인이 사임하였고, 후임 파산관재인이 새로 선임되었습니다.
상표권 매각과 취소심판
(5) 후임 파산관재인은 2017. 7. 법원으로부터 매각허가결정을 받아, 조선무약합자회사 소유의 647건 상표권을 광동제약 주식회사(이하 ‘피고’)에게 37억 9,900만 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그러나 피고는 이에 따른 권리이전 등록을 마치지 않았습니다.
(6) 피고(광동제약)는 2022. 8. 10. 특허심판원에 상표권자의 파산관재인을 상대로 이 사건 등록상표에 대하여 상표법 제119조 제1항 제3호에 따른 불사용취소심판(2022당2247)을 청구하였습니다.
(7) 원고(기래물산)는 이 사건 등록상표의 이해관계인(근질권자)으로서 피청구인의 참가인으로 참가하여 취소를 다투었습니다.

상표등록원부 — 2번(갱신등록: 2016. 3. 25.), 3번(취소심판 예고등록: 2022. 8. 12., 심판번호 2022당2247, 청구인 광동제약 주식회사)
독특한 3자 구도와 피청구인의 방어 논리
이 사건에서 주목할 점은 매수인이 곧 취소심판 청구인이라는 독특한 구도입니다. 광동제약은 이미 37억 9,900만 원을 지급하고 상표권을 매수하였으나, 이전등록을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 같은 상표에 대하여 불사용취소심판을 청구하였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 법적으로 이전등록이 완료되지 않은 이상 상표권자는 여전히 조선무약합자회사이고, 광동제약은 ‘이해관계인’으로서 취소심판 청구 적격을 가지게 됩니다.
이러한 구도 속에서, 피청구인(파산관재인) 측은 정당한 이유로 두 가지를 주장하였습니다. 첫 번째는 파산절차 개시로 인하여 상표를 사용할 수 없었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2017. 7. 상표권을 광동제약에 매각하였으므로, 이 사건 등록상표의 사용·수익 권한은 매수인인 광동제약에 귀속되었고, 상표권자가 상표를 사용하면 오히려 매수인의 권리를 침해하게 되므로 사용할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즉, 매수인이 곧 취소심판 청구인이라는 점에서, 피청구인으로서는 “당신이 사서 가져간 상표를 우리가 어떻게 사용하느냐”는 논리로 방어를 시도한 것입니다.
한편 원고 기래물산은 4억 원의 대출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이 사건 등록상표에 근질권을 설정한 채권자입니다. 상표등록이 취소되면 담보가치가 소멸하므로, 기래물산으로서는 취소를 막기 위하여 참가인 자격으로 소송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특허심판원 및 원심(특허법원)의 판단
특허심판원 — 매각은 정당한 이유가 아니다
특허심판원(2022당2247, 2024. 1. 24.)은 피청구인의 두 가지 방어 논리를 모두 배척하고, 피고의 취소심판 청구를 인용하여 등록을 취소하였습니다. 특히 피청구인이 주장한 ‘상표권 매각으로 인한 사용 불가’에 관하여, 특허심판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습니다.
(1) 상표권 매매계약이 체결되었다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매매계약의 내용이 이행되지 않아 이 사건 등록상표의 상표권자는 여전히 조선무약합자회사입니다.
(2) 상표권의 이전은 등록하여야만 제3자 대항력이 발생하므로, 사인 간의 계약으로 ‘상표권의 매각’이 있었다 하더라도 권리이전 등록이 이루어지지 않은 이상 상표권자에게 사용의무가 있습니다.
(3) 따라서 상표권의 매각은 질병 등 불가항력이나 법률에 의한 규제 등 상표권자의 귀책사유로 인하지 아니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불사용의 정당한 이유라 할 수 없습니다.
특허법원 — 파산도 정당한 이유가 아니다
원고(기래물산)가 이에 불복하여 특허법원에 심결취소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2024허26). 특허법원은 2024. 10. 3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면서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습니다.
(1) 이 사건 등록상표는 취소심판 청구일 전 3년 이내에 국내에서 사용된 사실이 없습니다.
(2) 상표권자가 파산선고를 받게 된 경위(회생절차 개시 → 폐지 → 재신청 기각 → 자진 파산), 파산선고 이전의 사용관계, 파산관재인이 법원에 상표 사용을 위한 영업 허가신청을 하였는지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볼 때, 불사용에 정당한 이유가 없습니다.
(3) 따라서 상표법 제119조 제1항 제3호에 따라 등록이 취소되어야 합니다.
대법원의 판단 — 파산관재인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대법원은 2026. 3. 12. 상고를 기각하면서, 원심의 판단에 법리 오해 등의 잘못이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대법원이 제시한 판단의 틀은 다음과 같이 정리됩니다.
불사용의 ‘정당한 이유’에 관한 일반론
대법원은 먼저, 정당한 이유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등록상표를 사용할 수 있는 자가 통제할 수 없는 객관적·외부적 요인에 따른 불가피한 사유로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었다는 점을 피청구인이 증명하여야 한다고 확인하였습니다. 영업 부진이나 법적 분쟁의 우려 등 주관적·내부적 요인만으로는 취소를 면할 수 없다는 기존 법리를 재확인한 것입니다.
파산절차에서의 판단 기준 — 파산관재인 기준
대법원은 나아가, 파산절차에서의 판단 기준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법리를 제시하였습니다. 이 부분이 이 판결의 가장 중요한 판시사항입니다.
채무자회생법에 따라 파산채무자가 파산선고 당시에 가진 모든 재산은 파산재단에 속하고(제382조 제1항), 파산재단을 관리 및 처분하는 권한은 파산관재인에게 속하므로(제384조), 파산재단에 속하는 등록상표의 상표권을 관리 및 처분하는 권한도 파산관재인에게 속한다. 따라서 상표권자가 파산선고를 받고 파산관재인이 선임된 기간 동안 그 등록상표 불사용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는 파산재단에 속하는 등록상표의 상표권을 관리하는 파산관재인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이 판시의 의미를 풀어보면 이렇습니다. 파산선고가 나면 채무자(상표권자)는 재산에 대한 관리·처분 권한을 잃고, 그 권한은 파산관재인에게 귀속됩니다. 상표권도 파산재단에 속하는 재산이므로, 상표를 사용할 수 있는 자는 더 이상 채무자가 아니라 파산관재인입니다. 따라서 불사용의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를 판단할 때에도, 채무자가 아닌 파산관재인을 기준으로 그에게 통제할 수 없는 객관적·외부적 사유가 있었는지를 살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사건에 대한 구체적 판단
대법원은 위 법리를 이 사건에 적용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습니다.
(1) 이 사건 등록상표는 취소심판 청구일 전 계속하여 3년 이상 지정상품에 대하여 국내에서 사용되지 않았습니다.
(2) 상표권자는 회생절차 개시결정 및 폐지결정, 두 차례 회생절차 개시신청 기각결정을 거쳐 스스로 파산신청을 하였습니다. 이러한 경위에 비추어 볼 때, 파산절차가 개시되었다는 사유만으로는 객관적·외부적 요인에 따른 불가피한 사유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3) 피고(광동제약)가 상표권을 매수하였으나 이전등록을 마치지 않았으므로, 상표권자는 여전히 조선무약합자회사입니다. 파산선고로 인하여 상표권은 파산재단에 속하게 되었고, 그 관리·처분 권한은 파산관재인에게 속합니다.
(4) 파산절차는 취소심판 청구일 3년 전에 이미 진행 중이었으므로, 3년의 불사용 기간 동안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는 파산관재인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합니다.
(5) 채무자회생법 제486조는 “파산관재인은 법원의 허가를 받아 채무자의 영업을 계속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파산관재인이 이 규정에 따라 법원의 허가를 받아 필요한 범위 내에서 영업을 계속하였다면, 이 사건 등록상표를 지정상품에 사용할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6) 그러나 파산관재인이 이러한 영업 허가신청을 한 사정은 찾아볼 수 없고, 그 밖에 파산관재인에게 상표 사용을 불가능하게 하는 다른 불가피한 사유도 없습니다.
관련 법령 정리
이 판결의 이해를 위하여, 관련 법령의 주요 조문을 정리합니다.
| 법령 | 조문 | 내용 |
|---|---|---|
| 상표법 제119조 제1항 제3호 | 불사용취소 | 정당한 이유 없이 취소심판청구일 전 계속하여 3년 이상 국내에서 사용하지 않은 경우 취소 가능 |
| 상표법 제119조 제3항 | 입증책임 | 피청구인이 사용 사실 또는 불사용의 정당한 이유를 증명하여야 함 |
| 상표법 제96조 제1항 | 이전등록의 효력 | 상표권의 이전은 등록하여야 효력이 발생 (상속 등 일반승계 제외) |
| 채무자회생법 제382조 제1항 | 파산재단의 범위 | 파산선고 당시 채무자가 가진 모든 재산은 파산재단에 속함 |
| 채무자회생법 제384조 | 파산관재인의 권한 | 파산재단을 관리 및 처분하는 권한은 파산관재인에게 속함 |
| 채무자회생법 제486조 | 영업의 계속 | 파산관재인은 법원의 허가를 받아 채무자의 영업을 계속할 수 있음 |
실무적 의의 및 시사점
이 판결은 파산절차와 상표 불사용취소가 교차하는 영역에서 여러 가지 실무적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1) 파산절차만으로는 불사용의 정당한 이유가 되지 않는다
이 판결은 파산절차가 개시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상표 불사용의 ‘정당한 이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습니다. 파산은 채무자의 경영 실패라는 내부적 사정에 기인하는 것이므로, 천재지변이나 법률에 의한 규제 등 외부적·객관적 요인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입니다. 특히 이 사건에서 상표권자는 회생절차 폐지 후 두 차례 회생 재신청이 기각되자 스스로 파산신청을 한 것이어서, 더욱 객관적·외부적 요인이라고 보기 어려웠습니다.
(2) 파산관재인도 상표 관리를 위한 조치를 검토하여야 한다
대법원은 파산관재인이 채무자회생법 제486조에 따라 법원의 허가를 받아 영업을 계속할 수 있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파산관재인이 이러한 허가신청을 한 사정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을 정당한 이유 부정의 근거로 삼았습니다. 이는 파산관재인이 단순히 재산을 환가·배당하는 역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파산재단에 속하는 상표권의 가치를 보전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었는지가 정당한 이유 판단에서 중요한 고려요소임을 시사합니다.
구체적으로, 파산관재인은 상표 불사용취소를 방어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조치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 채무자회생법 제486조에 따른 영업 허가를 신청하여 필요한 범위 내에서 상표를 사용
- 제3자에게 통상사용권을 설정하여 상표 사용을 유지
- 상표권 매각 시 이전등록을 신속히 완료하여 매수인에게 사용의무를 이전
이 사건의 파산관재인은 위와 같은 조치를 전혀 하지 않았고, 대법원은 이를 이유로 정당한 이유를 부정하였습니다.
(3) 상표권 매각은 이전등록 없이는 방어 수단이 되지 않는다
이 사건에서 피청구인은 “상표권을 매수인에게 매각하였으므로 사용·수익 권한이 매수인에게 귀속되었고, 상표권자가 사용하면 오히려 매수인의 권리를 침해하게 된다”는 독특한 논리로 방어를 시도하였습니다. 그러나 특허심판원은 이 주장을 배척하면서, 권리이전 등록이 이루어지지 않은 이상 상표권자에게 사용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상표법 제96조 제1항에 따르면 상표권의 이전은 등록하여야 효력이 발생하므로, 매매계약만으로는 법적인 권리 변동이 생기지 않습니다. 이 사건에서 광동제약은 37억 9,900만 원에 647건의 상표권을 매수하고도 이전등록을 마치지 않았고, 그 결과 상표권자는 여전히 조선무약합자회사로 남아 있었습니다. 매수인이 이전등록을 지체하는 사이에 상표가 불사용으로 취소되면, 매수 대금을 지급하고도 권리를 취득하지 못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일반적인 거래에서는 매수 즉시 이전등록을 완료하는 것이 권리 보전의 기본임을 다시 확인할 수 있습니다.
(4) 근질권자의 위험 — 담보로 잡은 상표가 사라질 수 있다
이 사건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당사자는 원고 기래물산입니다. 기래물산은 4억 원의 대출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이 사건 등록상표에 근질권을 설정받았으나, 상표등록이 취소됨으로써 담보가치가 완전히 소멸하게 되었습니다.
상표권에 근질권을 설정하는 경우, 근질권자는 다음 사항에 유의하여야 합니다.
- 상표가 실제로 사용되고 있는지 정기적으로 확인
- 상표권자의 영업 상태 및 재무 건전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 상표권자가 파산 등 경영위기에 처한 경우, 통상사용권 또는 전용사용권 설정을 적극적으로 요구하여 상표 사용을 유지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
다만, 근질권자가 단순히 근질권만을 보유하는 것으로는 불사용취소를 방어할 수 없다는 점에 유의하여야 합니다. 상표법 제119조 제1항 제3호가 규정하는 사용권자는 ‘전용사용권자’ 또는 ‘통상사용권자’이지, ‘근질권자’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근질권자가 불사용취소를 방어하려면, 별도로 전용사용권 또는 통상사용권을 설정받아 실제로 상표를 사용하여야 합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상표권자(또는 파산관재인)의 협력이 필수적이므로, 근질권 설정 시점에 이러한 사항을 미리 계약으로 정해 두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한계 및 유사 사건
이 판결은 파산절차에서의 상표 불사용에 관한 기준을 제시하였으나, 다음과 같은 쟁점은 이 판결의 사안과 다르므로 별도의 판단이 필요합니다.
(1) 회생절차 중의 상표 불사용: 이 사건은 파산절차가 문제된 사안이므로, 회생절차 진행 중에 상표를 사용하지 못한 경우에 같은 기준이 적용되는지는 별론입니다.
(2) 파산관재인이 영업 허가를 신청하였으나 법원이 불허한 경우: 이 사건에서는 파산관재인이 영업 허가신청 자체를 하지 않았으므로, 허가신청을 하였으나 법원이 이를 불허한 경우에는 다른 판단이 나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3) 인·허가가 필요한 지정상품의 경우: 이 사건의 지정상품은 제29류(콩, 두부, 닭고기, 달걀, 우유 등 식품류)로서 별도의 식품 관련 인·허가가 필요한 품목들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이 점을 명시적으로 다루지 않았으나, 파산관재인이 채무자회생법 제486조에 따라 영업을 계속하고자 하는 경우 식품위생법 등에 따른 영업 인·허가를 별도로 취득하여야 하는지, 그리고 이러한 인·허가 취득의 현실적 어려움이 정당한 이유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는 향후 유사 사건에서 다투어질 수 있는 쟁점이라 생각됩니다.
상표 불사용취소심판에서의 다양한 방어 전략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OEM 수출과 묵시적 통상사용권 — 상표 불사용취소를 이기는 3가지 방어 전략 글도 함께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작성자: 여인재 변리사 | 프로필 보기 전문분야: 상표·디자인 분쟁, 특허 심판·소송 최종 업데이트: 2026-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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