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용기 디자인, 비슷해 보여도 디자인침해가 아닌 이유 — 공지 부분의 함정

식품용기 디자인, 비슷해 보여도 디자인침해가 아닌 이유 — 공지 부분의 함정

목차

대법원 제3부는 2025. 1. 23. 선고 2024후11026 권리범위확인(디) 사건에서, 식품보관용 용기에 관한 등록디자인과 확인대상디자인이 전체적으로 유사해 보이더라도 그 유사한 부분이 이미 선행디자인에 공지된 요소라면 중요도를 낮게 평가하여야 하고, 공지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특징적 부분의 차이가 전체적 심미감에 차이를 가져오므로 확인대상디자인은 등록디자인의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습니다. 특허심판원과 특허법원이 모두 “권리범위에 속한다”고 보았던 결론을 대법원이 뒤집은 사례로, 디자인 분쟁에서 공지 부분 평가 기준의 실무적 중요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판결입니다.


종래 디자인침해 대법원 판례의 법리 — 공지 부분의 중요도와 유사 범위

디자인권의 권리범위를 판단할 때 공지 부분을 어떻게 취급할 것인지에 관하여, 대법원은 오래전부터 일관된 법리를 설시해 왔습니다.

대법원 2004. 8. 30. 선고 2003후762 판결은 “디자인권은 물품의 신규성이 있는 형상, 모양, 색채의 결합에 부여되는 것으로서, 공지의 형상과 모양을 포함한 출원에 의하여 디자인등록이 되었다 하더라도 공지 부분에까지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권리를 인정할 수는 없으므로 디자인권의 권리범위를 정함에 있어 공지 부분의 중요도를 낮게 평가하여야 한다”라고 판시하였습니다. 이 법리는 대법원 2012. 4. 13. 선고 2011후3469 판결에서도 동일하게 확인된 바 있습니다.

이에 더하여 대법원 1997. 10. 14. 선고 96후2418 판결은, “옛날부터 흔히 사용되었고 단순하며 여러 디자인이 다양하게 창작되었던 물품 또는 구조적으로 그 디자인을 크게 변화시킬 수 없는 물품을 대상으로 한 디자인의 유사 범위는 비교적 좁게 보아야 한다”라고 판시하였습니다. 대법원 2013. 4. 11. 선고 2012후3794 판결도 같은 취지입니다.

즉, 종래 대법원 판례의 법리를 종합하면 ① 등록디자인에 공지 부분이 포함되어 있으면 그 부분의 중요도를 낮게 평가하여야 하고, ② 일상적으로 흔히 사용되는 물품일수록 디자인의 유사 범위를 좁게 보아야 하며, ③ 공지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특징적 부분이 유사하지 않다면 대비되는 디자인은 등록디자인의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번 2024후11026 판결은 바로 이 법리가 식품보관용 용기라는 구체적 물품에 적용된 사례입니다.


디자인침해에 대한 사실관계

당사자 구도

이 사건은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입니다. 원고(주식회사 ○○)가 자신의 확인대상디자인이 피고의 등록디자인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는다는 확인을 구하였습니다. 특허심판원이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자,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특허법원에 심결취소소송을 제기하였고, 특허법원 역시 확인대상디자인이 등록디자인의 권리범위에 속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에 원고가 대법원에 상고한 것입니다.

등록디자인과 확인대상디자인의 형상

대상 물품은 명칭이 “식품보관용 용기”인 원통형 용기입니다. 등록디자인과 확인대상디자인의 사시도 및 정면도를 대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등록디자인확인대상디자인
등록디자인 사시도확인대상디자인 사시도
사시도사시도
등록디자인 정면도확인대상디자인 정면도
정면도정면도

양 디자인을 대비하면, 전체적으로 입구부와 몸체부로 구성된 원통 형상이라는 점, 몸체부가 상부·중간부·하부의 3단으로 나뉘는 점, 상·하부는 돌출되고 중간부는 오목하게 들어간 수직벽이 형성된 점, 상부와 하부의 모서리가 부드러운 곡선으로 마무리된 점, 3단 몸체 중 상부보다 하부가, 하부보다 중간부가 더 긴 점 등에서 유사합니다.

그러나 공지 부분을 제외하고 세부 형상을 비교하면 다음과 같은 차이점이 드러납니다.

비교 항목등록디자인확인대상디자인
입구부 톱니형 돌기삼각 형상 돌기 5개 연속 배열사다리꼴 형상 돌기 4개 연속 배열
몸체 상·하부 돌출 형상상부: 둥글게 돌출 / 하부: 내려갈수록 좁아지는 형상상·하부 모두 수직 형상으로 돌출
바닥면평평한 형상중앙 부분이 둥글게 솟아올라 있는 형상

공지 부분의 확인 — 선행디자인 분석

대법원은 양 디자인 사이의 유사점이 이미 선행디자인들에 그대로 나타나 있는 공지 부분이라는 점을 구체적으로 확인하였습니다.

(1) 몸체 3단 구조의 공지 근거 — 선행디자인 6, 8, 9, 10

양 디자인의 가장 두드러진 유사점인 “입구부와 몸체부로 구성된 원통형, 몸체 3단 구조(상부·중간부·하부), 상·하부 돌출 및 중간부 오목”이라는 형상은 선행디자인 6, 8, 9, 10에 이미 나타나 있습니다.

선행디자인 6선행디자인 8선행디자인 9선행디자인 10
선행디자인6선행디자인8선행디자인9선행디자인10

위 선행디자인들은 모두 몸체가 상부·중간부·하부의 3단으로 나뉘고, 상·하부가 돌출된 원통형 식품보관용 용기 형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부분의 유사성은 등록디자인 고유의 창작적 기여로 볼 수 없으며, 권리범위 판단에서 중요도를 낮게 평가하여야 합니다.

(2) 입구부 톱니형 돌기의 공지 근거 — 선행디자인 1, 2, 3, 4

양 디자인의 또 다른 유사점인 “입구부 아랫단에 톱니 형상의 돌기가 배열된 점” 역시 선행디자인 1, 2, 3, 4에 이미 나타나 있습니다.

선행디자인 1선행디자인 2선행디자인 3 (확대도)선행디자인 4
선행디자인1선행디자인2선행디자인3선행디자인4

선행디자인 3에서 볼 수 있듯이, 용기 입구부에 톱니 형상의 돌기를 배열하는 것은 이미 공지된 구성입니다. 따라서 이 부분의 유사성 역시 중요도를 낮게 평가하여야 합니다.


원심(특허법원)의 판단

특허법원(2024. 8. 29. 선고 2024허12128 판결)은 확인대상디자인이 등록디자인과 유사하여 그 권리범위에 속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원심은 양 디자인의 전체적인 형상이 유사하다는 점에 무게를 두어 유사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입니다.

특허심판원 역시 같은 취지로 원고의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 청구를 기각한 바 있으므로, 1심(특허심판원)과 2심(특허법원) 모두 “권리범위에 속한다”는 결론에 이른 상태였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 공지 부분 제외 후 특징적 부분 대비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디자인의 유사 여부 판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보아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논리는 크게 세 단계로 구성됩니다.

① 유사점의 공지성 확인 — 중요도 하향 평가

대법원은 먼저 양 디자인 사이의 유사점이 실질적으로 공지된 것인지를 확인하였습니다. 그 결과 몸체 3단 구조(선행디자인 6, 8, 9, 10)와 입구부 톱니형 돌기(선행디자인 1, 2, 3, 4)라는 두 가지 유사점이 모두 선행디자인들에 그대로 나타나 있음을 인정하고, “그 중요도를 낮게 평가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② 물품 특성에 따른 유사 범위 축소

대법원은 나아가 “식품보관용 용기는 옛날부터 흔히 사용된 것으로서 여러 디자인이 다양하게 창작되었고 구조적으로도 그 디자인을 크게 변화시키기 어려운 물품”이라고 판시하였습니다. 따라서 식품보관용 용기를 대상으로 한 디자인의 유사 범위는 비교적 좁게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96후2418 판결 이래 확립된 법리를 이 사건 물품에 구체적으로 적용한 것입니다.

③ 특징적 부분의 차이 → 전체적 심미감의 차이

대법원은 공지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특징적 부분을 대비하여, 다음 세 가지 차이점이 양 디자인의 전체적 심미감에 차이를 가져온다고 판단하였습니다.

  • (1) 톱니형 돌기의 형상과 개수: 등록디자인은 삼각 형상 5개, 확인대상디자인은 사다리꼴 형상 4개로 형상과 개수 모두 상이합니다.
  • (2) 몸체 상·하부의 돌출 형상: 등록디자인은 상부가 둥글게, 하부가 아래로 갈수록 좁아지는 형상으로 돌출되어 있는 반면, 확인대상디자인은 상·하부 모두 수직 형상으로 돌출되어 있습니다.
  • (3) 바닥면 형상: 등록디자인은 평평한 바닥면인 반면, 확인대상디자인은 바닥 중앙이 둥글게 솟아올라 있습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형상의 차이가 양 디자인의 전체적인 심미감에 차이를 가져온다고 볼 수 있으므로, 확인대상디자인은 등록디자인과 동일·유사하지 아니하여 등록디자인의 권리범위에 속하지 아니한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실무적 의의 및 시사점

이처럼 본 판결은 디자인 권리범위확인 분쟁에서 공지 부분의 평가가 결론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임을 다시 한번 확인한 판결입니다. 특허심판원과 특허법원이 2심까지 “권리범위에 속한다”고 판단하였음에도 대법원이 이를 뒤집었다는 사실은, 공지 부분의 중요도 평가 기준이 실무에서 얼마나 엄격하게 적용되어야 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이 판결에서 도출할 수 있는 실무적 시사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선행디자인 조사의 중요성: 디자인 권리범위확인 분쟁에서 선행디자인 조사는 공격과 방어 양면에서 결정적입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피심판청구인)가 선행디자인 6, 8, 9, 10 및 1, 2, 3, 4를 제시하여 양 디자인의 유사점이 공지 부분임을 입증한 것이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단에 직접적으로 기여하였습니다. 디자인권자 입장에서도 자신의 등록디자인에 포함된 공지 부분을 사전에 파악하고 있어야 권리 행사의 범위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습니다.

(2) 일상 물품의 좁은 유사 범위: 식품용기, 식기류, 조명기구 등 일상적으로 흔히 사용되는 물품은 디자인의 유사 범위가 비교적 좁게 판단됩니다. 이는 해당 분야에서 이미 다양한 디자인이 창작되어 있어 디자인적 자유도가 제한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물품에 대한 디자인권을 취득하더라도, 세부 형상의 미세한 차이만으로도 비유사 판단이 내려질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하여야 합니다.

(3) “전체적으로 비슷하다”는 인상만으로는 부족: 이 사건에서 등록디자인과 확인대상디자인은 일반인의 눈에는 상당히 유사해 보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특허심판원과 특허법원도 전체적 유사성에 무게를 두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유사한 부분이 공지 부분인지 여부를 먼저 검토하고, 공지 부분의 중요도를 낮춘 후 나머지 특징적 부분만을 대비하는 엄격한 분석 방법론을 적용하였습니다. 디자인 분쟁에서 단순히 “전체적으로 비슷하다”는 주장만으로는 권리범위 귀속을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4) 디자인권자의 전략적 고려: 디자인 출원 단계에서부터 공지 요소와 차별화된 특징적 부분을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등록 후 권리 행사 시에도, 공지 부분을 제외한 특징적 부분이 상대방 디자인에도 그대로 재현되어 있는지를 중심으로 권리범위 귀속 여부를 판단하여야 합니다.


한계 및 유사사건

이 판결은 대법원이 원심을 파기환송한 것이므로, 최종적인 결론은 환송 후 특허법원의 판단에 따르게 됩니다. 다만, 대법원이 양 디자인의 특징적 부분 차이가 “전체적인 심미감에 차이를 가져온다”고 명시적으로 판시하였으므로, 환송심에서 결론이 달라지기는 어려울 것이라 생각됩니다.

디자인 권리범위확인 분쟁에서 공지 부분의 평가와 유사 범위의 판단 기준에 관하여는, 디자인 침해 경고장을 받았다면? — 권리범위확인심판의 함정과 대응 전략(2022후10418 사건 분석)에서도 다룬 바 있습니다. 또한 디자인 유사 범위의 실무적 판단 기준에 관하여는 난간용 파이프 디자인, ‘참신하다’고 주장해도 유사의 폭은 넓어지지 않는다(2025허10295 사건 분석)도 참고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향후 디자인 권리범위확인 분쟁에서는, 양 디자인의 유사점이 공지 부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철저히 검토하고, 물품의 특성에 따른 유사 범위의 광협을 면밀히 분석하는 것이 실무적으로 중요하겠습니다. 특히 식품용기와 같은 일상 물품의 경우, 등록디자인의 보호 범위가 당초 기대보다 좁게 판단될 수 있으므로, 디자인 출원 시부터 공지 요소와의 차별점을 극대화하고, 권리 행사 시에도 특징적 부분의 재현 여부에 초점을 맞추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작성자: 여인재 변리사 | 프로필 보기 전문분야: 상표·디자인 분쟁, 특허 심판·소송 최종 업데이트: 2026-03-23


참조판례 – 대법원 2004. 8. 30. 선고 2003후762 판결 – 대법원 2012. 4. 13. 선고 2011후3469 판결 – 대법원 1997. 10. 14. 선고 96후2418 판결 – 대법원 2013. 4. 11. 선고 2012후3794 판결

참조법령 – 디자인보호법 제92조(디자인권의 효력) – 디자인보호법 제122조(권리범위 확인심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