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 이 사건 특허발명 — 신호 데이타베이스를 이용한 시뮬레이터
- 특허심판원 — 기재불비 아님 (2021당2564, 2023. 2. 28.)
- 특허법원 — 기재불비 인정 (2023허11050, 2023. 12. 20.)
- 대법원 — 기재불비 아님, 파기환송 (2024후10108, 2025. 8. 28.)
- 왜 결론이 달랐는가 — 개별 용어 해석과 발명 전체 맥락의 종합 판단
특허무효심판 기재불비, 심급마다 결론이 달라진 이유 — 대법원 2024후10108
대법원 2025. 8. 28. 선고 2024후10108 판결은, ‘신호 데이타베이스를 이용한 시뮬레이터’ 특허(제1516353호)의 명세서 기재요건 위반(기재불비) 여부가 다투어진 특허무효심판 사건에서, 원심인 특허법원의 등록무효 판단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 이 사건은 동일한 특허발명의 기재불비 여부를 놓고 특허심판원은 “기재불비가 아니다”, 특허법원은 “기재불비이다”, 대법원은 다시 “기재불비가 아니다”라는 상이한 결론을 내린 것으로, 명세서 기재요건의 판단 기준과 그 적용 방법에 관한 실무적 시사점이 큰 사건입니다.
이 사건 특허발명 — 신호 데이타베이스를 이용한 시뮬레이터
이 사건 특허발명(제1516353호, 출원일 2014. 9. 24., 등록일 2015. 4. 23.)은 ‘신호 데이타베이스를 이용한 시뮬레이터’에 관한 것입니다. 컴퓨터에 저장된 신호 데이타베이스에서 가상의 파형신호를 생성하고, 이를 시뮬레이터와 콘트롤러 사이에서 주고받으며 콘트롤러의 정상 동작 여부를 검증하는 시스템입니다. 실제 구동장치(수충격설비, 가스설비 등)를 연결하지 않고도 콘트롤러의 제어 기능을 사전에 시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컴퓨터와 데이타베이스를 활용한 시뮬레이션 시스템으로, 소프트웨어·하드웨어가 결합된 컴퓨터 관련 발명의 성격을 갖습니다. BM발명을 포함한 컴퓨터 관련 발명은 처리 과정이나 알고리즘을 청구범위에 기재하는 특성상 명세서 기재요건이 자주 문제되는 분야입니다.

이 사건 특허발명의 신호 흐름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구성요소 | 부호 | 기능 |
|---|---|---|
| 컴퓨터 | 10 | 신호 데이타베이스에서 가상의 파형신호(압력값, 수위값 등)를 입력신호①로 생성하여 시뮬레이터에 전달 |
| 시뮬레이터 | 20 | 입력신호①을 전류값·전압값인 입력값②으로 변환하여 콘트롤러에 전달 |
| 콘트롤러 | 30 | 입력값②을 받아 구동장치를 제어하기 위한 제어신호③을 생성하고, 제어신호③에 의해 구동장치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상의 출력신호④에 대응되는 조절값⑤를 생성하여 시뮬레이터에 전달 |
| 구동장치 | 40 | 수충격설비(41), 가스설비(42) 등 실제 설비 (시뮬레이션 시에는 실제 연결 불필요) |
이 신호 흐름에서 쟁점이 된 부분은 조절값⑤의 기술적 의미와 “조절값이 입력값과 동일하도록 피드백 제어”한다는 구성의 명확성이었습니다. 시뮬레이터(20)가 콘트롤러(30)로부터 전달받은 조절값⑤과 자신이 콘트롤러에 보낸 입력값②을 비교하여, 콘트롤러가 정상적으로 동작하는지 검증하는 것이 이 발명의 기술적 특이성입니다.
명세서 기재요건에 관한 법리 — 특허법 제42조
특허무효심판에서 기재불비 주장의 법적 근거가 되는 조항은 특허법 제42조 제3항 제1호와 제4항 제2호입니다.
특허법 제42조 제3항 제1호(실시가능 요건)는 발명의 설명에 그 발명이 속하는 기술분야에서 통상의 지식을 가진 사람이 그 발명을 쉽게 실시할 수 있도록 명확하고 상세하게 적을 것을 요구합니다. 대법원은 이에 관하여 “통상의 기술자가 출원 당시의 기술수준으로 보아 과도한 실험이나 특수한 지식을 부가하지 않고서도 발명의 설명에 기재된 사항에 의하여 물건 자체를 생산하고 이를 사용할 수 있으며, 구체적 실험 등으로 증명되지 않더라도 발명의 효과 발생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면 기재요건을 충족한다”고 판시하여 왔습니다(대법원 2016. 5. 26. 선고 2014후2061 판결, 대법원 2021. 12. 30. 선고 2017후1298 판결 등).
특허법 제42조 제4항 제2호(명확성 요건)는 청구범위가 명확하고 간결하게 적혀야 하며, 발명의 구성을 불명료하게 표현하는 용어는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규정합니다. 대법원은 이 요건의 판단 기준에 관하여 “발명이 속하는 기술분야에서 통상의 지식을 가진 사람이, 발명에 관한 설명이나 도면 등의 기재와 출원 당시의 기술상식을 고려하여, 청구범위에 적혀 있는 사항으로부터 특허를 받고자 하는 발명을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지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설시하였습니다(대법원 2022. 1. 27. 선고 2019다277751 판결).
여기서 주목할 점은, 두 요건 모두 “통상의 기술자”를 기준으로 판단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통상의 기술자가 명세서 기재와 출원 당시 기술상식을 고려하여 이해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 사건이 바로 그러한 경우였습니다.
심급별 판단 비교 — 동일한 특허, 세 가지 결론
이 사건의 특징은 동일한 특허발명의 기재불비 여부에 대하여 심급마다 상이한 결론이 내려졌다는 점입니다. 쟁점의 중심에는 “조절값⑤의 기술적 의미”와 “조절값이 입력값과 동일하도록 피드백 제어한다는 구성의 명확성”, 이 두 가지가 있었습니다.
특허심판원 — 기재불비 아님 (2021당2564, 2023. 2. 28.)
특허심판원은 무효심판 청구를 기각하면서, 이 사건 특허발명의 명세서 기재가 기재요건을 충족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특허심판원의 논리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① 조절값의 해석: 조절값⑤은 콘트롤러에서 시뮬레이터로 전달되는 신호의 일종으로 이해할 수 있고, 조절값을 입력값과 같도록 피드백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충분하다.
② 부분적 불명확의 허용: “명세서에 일부 미흡한 기재가 있다 해도 동작원리를 이해하지 못할 바 아님”이라고 하면서, “부분적으로 불명확한 부분이 있더라도 적법한 청구범위의 기재로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았다.
③ 기술적 특징이 아닌 부분: 기술적 특징이 아닌 부분까지 상세하게 기재할 필요는 없다.
특허심판원은 이와 별도로 진보성 판단에서도 “조절값이 입력값과 동일하도록 피드백 제어”하는 구성이 비교대상발명들로부터 도출될 수 없다고 보아 진보성을 인정하였습니다.
특허심판원은 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10후2582 판결의 법리, 즉 “통상의 기술자가 출원시 기술수준으로 보아 과도한 실험이나 특수한 지식 없이 정확하게 이해하고 재현할 수 있는 정도”이면 족하다는 기준을 적용하였습니다. 전체적인 판단의 관점은, 명세서의 기재가 다소 미흡하더라도 통상의 기술자가 발명의 동작원리를 파악할 수 있다면 기재요건을 충족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특허법원 — 기재불비 인정 (2023허11050, 2023. 12. 20.)
특허법원은 특허심판원의 판단을 뒤집고, 이 사건 특허발명이 명세서 기재요건을 위반하였다고 판단하여 등록을 무효로 하였습니다.
특허법원의 논리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① 청구범위 불명료: 청구범위에 불명료한 기재가 포함되어 있어 통상의 기술자가 발명을 명확하게 파악할 수 없다(제42조 제4항 제2호 위반).
② 실시가능 요건 불충족: 발명에 관한 설명이 통상의 기술자가 쉽게 실시할 수 있도록 명확하고 상세하게 기재되어 있지 않다(제42조 제3항 제1호 위반).
특허법원은 제42조 제4항 제2호(청구범위 명확성)와 제3항 제1호(실시가능 요건)를 모두 위반한 것으로 판단하였습니다. 다만, 이 사건 대법원 판결문에는 특허법원의 판단 근거가 결론 위주로만 기재되어 있어, 특허법원이 제시한 구체적 논거의 상세는 확인할 수 없습니다. 대법원이 요약한 원심 판단에 비추어 보면, “조절값”이라는 용어의 기술적 의미가 청구범위와 명세서 기재만으로는 명확하지 않고, “조절값이 입력값과 동일하도록 피드백 제어”한다는 구성 역시 통상의 기술자가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실시하기 어렵다고 본 것으로 판단됩니다.
특허법원의 판단은 개별 용어와 개별 구성의 명확성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조절값”이라는 용어 자체가 명세서에서 충분히 정의되어 있는지, “피드백 제어”라는 구성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가 명세서에서 명확하게 설명되어 있는지를 개별적으로 검토한 결과, 각각 불충분하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대법원 — 기재불비 아님, 파기환송 (2024후10108, 2025. 8. 28.)
대법원은 특허법원의 판단에 “명세서 기재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하며 원심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
대법원 판단의 논리 구조를 순서대로 살펴보겠습니다.
(1) 판단 방법론의 제시 — 종합적 고찰
대법원은 먼저, 명세서 기재요건의 판단 방법론을 명확히 하였습니다. “발명이 속하는 기술분야에서 통상의 지식을 가진 사람이, 발명에 관한 설명이나 도면 등의 기재와 출원 당시의 기술상식을 고려하여, 청구범위에 적혀 있는 사항으로부터 특허를 받고자 하는 발명을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지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9다277751 판결 참조)는 법리를 재확인하면서, 기술적 과제와 해결수단, 명세서 기재를 종합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2) 조절값⑤의 기술적 의미 해석
대법원은 조절값⑤의 의미에 대하여 명확한 해석을 제시하였습니다. 조절값⑤이란 “콘트롤러가 구동장치에 제어신호를 보냈을 때 그 구동장치가 출력할 것으로 예상되는 출력신호에 대응하는 전류값과 전압값”이라고 판시하였습니다.
이 해석의 요점은, 조절값⑤의 생성 주체가 콘트롤러(30)라는 점입니다. 콘트롤러(30)가 자신의 제어신호③에 의해 구동장치(40)가 출력할 것으로 예상되는 출력신호④를 내부적으로 산출하고, 이 예상 출력신호④에 대응되는 전류값·전압값을 조절값⑤으로 생성하여 시뮬레이터(20)에 전달한다는 것입니다. 실제 구동장치를 연결하지 않은 시뮬레이션 환경에서도, 콘트롤러가 “적절한 알고리즘 등을 통하여 미리 예상할 수 있고, 또 그 출력신호에 대응되는 전류값과 전압값을 적절한 방법으로 설정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3) 피드백 제어 구성의 해석
“조절값이 입력값과 동일하도록 피드백 제어”한다는 구성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구체적인 해석을 제시하였습니다. 이는 조절값⑤과 입력값②을 시뮬레이터(20)가 비교하여, 동일하면 콘트롤러(30)의 정상 동작을 확인하고, 동일하지 않으면 이상 동작으로 확인한 후 두 값이 동일해지도록 피드백 제어를 수행하는 것이라고 판시하였습니다.
이 해석에 따르면, 시뮬레이터(20)가 콘트롤러(30)에 보낸 입력값②과 콘트롤러(30)가 되돌려 보낸 조절값⑤을 대조하는 것은, 콘트롤러의 내부 연산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졌는지를 검증하는 메커니즘입니다. 입력값②으로 “이 정도 압력이 가해지고 있다”는 신호를 보냈을 때, 콘트롤러가 적절한 제어를 수행한 결과로 돌려보내는 조절값⑤이 원래의 입력값②과 일치한다면 콘트롤러가 정상적으로 동작하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는 것입니다.
(4) 통상의 기술자 기준의 적용
대법원은 최종적으로, “통상의 기술자라면 이 사건 제1항 발명의 출원 당시 기술상식을 고려하여 기술적 의미를 파악하고 이를 실시하는 데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왜 결론이 달랐는가 — 개별 용어 해석과 발명 전체 맥락의 종합 판단
세 심급의 판단을 비교하면, 결론의 차이를 가져온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명세서 기재요건을 판단하는 관점의 차이에 있었습니다.
| 판단 기관 | 결론 | 판단의 관점 |
|---|---|---|
| 특허심판원 | 기재불비 아님 | 부분적으로 불명확하더라도 전체 동작원리를 이해할 수 있으면 충분 |
| 특허법원 | 기재불비 | 개별 용어(“조절값”)와 개별 구성(“피드백 제어”)의 명확성을 분리하여 검토, 각각 불충분하다고 판단 |
| 대법원 | 기재불비 아님 | 기술적 과제·해결수단·명세서 기재를 종합하여 통상의 기술자가 발명을 파악할 수 있는지 판단 |
특허법원은 “조절값”이라는 용어의 정의가 명세서에서 불충분하다는 점, “피드백 제어”의 구체적 방법이 명시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개별적으로 지적하며 기재불비를 인정하였습니다. 개별 구성요소 각각의 명확성에 초점을 맞춘 접근 방식이었습니다.
반면, 대법원은 개별 용어나 구성만을 분리하여 판단하지 않고, 발명 전체의 기술적 과제(콘트롤러의 정상 동작 검증)와 그 해결수단(신호 데이타베이스 기반 시뮬레이션 및 비교 검증), 그리고 명세서의 도면과 설명 전체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였습니다. 이러한 종합적 관점에서 보면, “조절값”이나 “피드백 제어”라는 용어가 개별적으로는 다소 불명확하게 보이더라도, 발명 전체의 기술적 맥락 속에서 통상의 기술자가 그 의미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고 본 것입니다.
이는 특히 데이타베이스 활용형 시뮬레이션 시스템이나 BM발명을 포함한 컴퓨터 관련 발명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줍니다. 이러한 유형의 발명은 소프트웨어적 처리 과정, 데이타베이스 활용 방법, 신호 처리 알고리즘 등을 청구범위에 기재하게 되는데, 각 단계나 용어를 개별적으로 분리하여 살펴보면 불명확해 보일 수 있는 부분이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경우에도 발명의 기술적 과제와 해결수단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통상의 기술자의 이해 가능성을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또한, 대법원의 판단에서 주목할 부분은 “적절한 알고리즘 등을 통하여 미리 예상할 수 있고”, “적절한 방법으로 설정할 수 있다”는 표현입니다. 명세서에 구체적인 알고리즘이나 설정 방법이 일일이 기재되어 있지 않더라도, 통상의 기술자가 출원 당시의 기술상식에 기초하여 이를 구현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 기재요건을 충족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10후2582 판결에서 “당해 발명의 성격이나 기술내용 등에 따라서는 명세서에 실시례가 기재되어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통상의 기술자가 이해하고 재현할 수 있으면 충분하다고 판시한 법리와 같은 맥락입니다.
이를 같은 명세서 기재요건이 문제된 다른 사건과 비교하면 차이가 더 분명합니다. 예를 들어, 화학발명에서 명세서에 기재된 유일한 실시례를 청구범위에서 제외한 사건(대법원 2024후10658)에서는, 명세서에 2.5수화물에 관한 실시례만 기재하면서 청구범위에서는 이를 제외하고 광범위한 형태를 청구하였기 때문에, 통상의 기술자가 청구범위 전체에 걸쳐 실시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기재불비가 인정되었습니다. 반면, 이 사건에서는 명세서와 도면에 발명의 전체적인 동작원리가 기재되어 있고, 개별 용어의 의미도 기술적 맥락 속에서 파악 가능하다는 점에서 기재불비가 부정된 것입니다.
실무적 의의 및 시사점
이 사건이 실무에 주는 시사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명세서 기재요건 판단은 ‘종합적 고찰’이 원칙
대법원은 명세서 기재요건의 충족 여부를 판단할 때, 청구범위의 개별 용어나 개별 구성만을 분리하여 검토할 것이 아니라, 발명의 기술적 과제와 해결수단, 명세서의 발명에 관한 설명과 도면, 출원 당시의 기술상식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하였습니다. 이는 대법원 2006. 11. 24. 선고 2003후2072 판결, 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2후1613 판결 등에서 이어져 온 법리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따라서, 특허무효심판에서 기재불비를 주장하는 당사자는 개별 용어의 불명확성만을 지적하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발명 전체의 맥락에서도 통상의 기술자가 해당 발명을 파악하거나 실시할 수 없다는 점까지 논증하여야 합니다. 반대로, 기재불비 주장에 대응하는 특허권자 측에서는 개별 용어가 다소 불명확하더라도 발명 전체의 기술적 맥락과 출원 당시 기술상식을 종합하면 통상의 기술자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주장할 필요가 있습니다.
(2) 데이타베이스 활용형 발명·BM발명 등 컴퓨터 관련 발명의 명세서 전략
이 사건의 특허발명은 신호 데이타베이스를 활용한 시뮬레이션 시스템으로, 소프트웨어·하드웨어 결합형 컴퓨터 관련 발명에 해당합니다. 이러한 발명은 하드웨어 구성요소 간의 신호 흐름, 소프트웨어적 처리 과정, 데이타베이스 활용 방법 등을 청구범위에 기재하게 되는데, 각 구성의 기술적 의미를 명세서에서 충분히 뒷받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만,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이 보여주듯이, 모든 용어의 정의와 모든 처리 과정의 구체적 알고리즘을 빠짐없이 기재할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통상의 기술자가 출원 당시 기술상식을 고려하여 “적절한 알고리즘 등을 통하여” 구현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 기재요건을 충족합니다. 그러나 이 기준의 적용은 사안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명세서 작성 시에는 발명의 기술적 과제와 해결수단의 관계가 명확하게 드러나도록 기재하고, 주요 용어에 대해서는 발명 전체의 맥락에서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설명을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3) 심급별 판단 불일치에 대한 대비
이 사건은 특허심판원(기재불비 부정) → 특허법원(기재불비 인정) → 대법원(기재불비 부정)으로, 동일한 특허발명에 대하여 심급마다 결론이 엇갈린 사례입니다. 이러한 결론의 불일치는 명세서 기재요건 판단에 내재된 불확실성을 보여줍니다.
같은 맥락에서, 결합발명의 진보성 판단에서도 심급별 결론이 달라진 사건(대법원 2024후10641)이 있었습니다. 기재불비든 진보성이든, 특허 유·무효 판단의 중간 심급에서 결론이 뒤집힌다는 것은 해당 쟁점에 대한 해석의 여지가 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실무적으로는 특허심판원 단계에서 유리한 결과를 얻었더라도 이후 심급에서의 반전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하며, 반대로 불리한 결과를 받았더라도 상급심에서의 법리 적용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전략을 수립하여야 합니다.
한계 및 유사사건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은 파기환송 판결이므로, 환송 후 특허법원이 대법원의 법리에 따라 어떠한 구체적 결론을 내릴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대법원은 기재요건 판단의 방법론(종합적 고찰)에 관한 법리 오해를 지적하며 환송하였으므로, 환송심에서는 이 방법론에 따라 다시 심리가 이루어질 것입니다.
또한, 이 판결의 법리가 모든 컴퓨터 관련 발명이나 BM발명의 기재요건 판단에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이 강조한 바와 같이, 기재요건의 충족 여부는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하므로, 발명의 기술분야, 기술적 복잡성, 출원 당시의 기술수준 등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유사한 쟁점이 다루어진 대법원 판례로는 다음이 있습니다.
- 대법원 2022. 1. 27. 선고 2019다277751 판결: 청구범위의 명확성 판단 기준으로 “발명에 관한 설명이나 도면 등의 기재와 출원 당시의 기술상식을 고려하여 파악”할 것을 판시한 사건
- 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10후2582 판결: 명세서에 실시례가 기재되어 있지 않더라도 통상의 기술자가 이해·재현할 수 있으면 기재요건을 충족한다고 판시한 사건
- 대법원 2016. 5. 26. 선고 2014후2061 판결: 통상의 기술자가 발명의 효과 발생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으면 기재요건을 충족한다고 판시한 사건
작성자: 여인재 변리사 | 프로필 보기 전문분야: 상표·디자인 분쟁, 특허 심판·소송 최종 업데이트: 2026-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