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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자등록증에 적힌 내 상호를 간판이나 홈페이지에 사용했을 뿐인데, 상표권 침해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을까요. 대법원은 2023. 9. 21. 선고 2023도352 판결에서, 상호 전체를 그대로 또는 영문으로 변환하여 사용한 경우에는 상표권의 효력이 미치지 않지만, 상호의 일부만을 추출하여 별도로 사용한 경우에는 상표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 판결은 자영업자가 자신의 상호를 어디까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지, 그리고 어디부터가 타인의 상표권을 침해하는 것인지에 관한 실무적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종래 실무: 상호 사용과 상표권의 충돌
자영업자가 사업자등록을 하면서 정한 상호를 간판, 명함, 홈페이지 등에 표시하는 것은 영업활동의 기본입니다. 그런데 그 상호가 타인이 이미 등록한 상표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경우, 상표권 침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충돌을 조율하기 위해 상표법 제90조 제1항 제1호는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상표법 제90조(상표권의 효력이 미치지 아니하는 범위) 제1항 제1호 “자기의 성명, 명칭 또는 상호, 초상, 서명, 인장 또는 저명한 아호, 예명, 필명과 이들의 저명한 약칭을 상거래 관행에 따라 사용하는 상표”에 대하여는 상표권의 효력이 미치지 아니한다.
즉, 자기 상호를 “상거래 관행에 따라” 사용하는 한, 설령 타인의 등록상표와 동일하더라도 상표권 침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쟁점이 되는 것은, “상거래 관행에 따라 사용”한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상호의 일부만 변형하여 사용하는 경우에도 이 규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지 하는 점입니다.
한편, 결합상표의 유사 여부 판단에 관하여 대법원은 2017. 2. 9. 선고 2015후1690 판결에서 중요한 기준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결합상표는 구성 부분 전체의 외관, 호칭, 관념을 기준으로 유사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원칙이나, 요부가 있는 경우에는 그 요부만으로 대비하여 유사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는 법리입니다. 요부인지 여부는 ① 그 부분이 주지, 저명하거나 일반 수요자에게 강한 인상을 주는 부분인지, ② 전체 상표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인지, ③ 다른 구성 부분과 비교한 상대적인 식별력 수준, ④ 지정상품과의 관계, ⑤ 거래실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합니다.
이번 2023도352 판결은 이러한 결합상표 요부 판단 법리와 상호 사용에 의한 상표권 효력 제한 규정이 동시에 문제된 사건으로서, 두 법리가 구체적 사안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보여주는 실무적으로 의미 있는 판결입니다.
사건 사실관계
이 사건의 등록상표와 피고인이 사용한 표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당사자 및 상표 관계
| 구분 | 내용 |
|---|---|
| 등록상표 | BURN FITNESS |
| 상표등록일 | 2020. 2. 13. |
| 지정상품 | 헬스클럽경영업 등 |
| 피고인 상호 | 번피트니스 (헬스클럽 운영) |
| 사용상표 1 | BUR + 도안화된 N (영문자 BUR과 일부 도안화된 영문자 N이 일렬 구성) |
| 사용상표 2 | BURN FITNESS (상호 ‘번피트니스’의 영문 표기) |
| 사용 장소 | 업소, 홈페이지, 인스타그램 |
| 사용 기간 | 2020. 2. 말경 ~ 2021. 8. 12.경 |

피고인은 창원시에서 ‘번피트니스’라는 상호의 헬스클럽을 운영하면서, 업소 간판과 홈페이지, 인스타그램 등에 두 종류의 표장을 사용하였습니다. 사용상표 1은 상호 ‘번피트니스’의 ‘번’에 해당하는 영문자 ‘BURN’을 변형하여, ‘BUR’과 도안화된 ‘N’을 일렬 배치한 표장입니다. 사용상표 2는 상호 ‘번피트니스’를 영문으로 그대로 표기한 ‘BURN FITNESS’입니다.

검사는 피고인이 두 표장 모두를 사용함으로써 피해자의 등록상표권을 침해하였다고 기소하였습니다.
원심 판단: 전부 무죄 (제1심 → 항소심 유지)
제1심(창원지방법원)은 두 사용상표 모두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였고, 원심(항소심)은 제1심의 무죄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였습니다. 그 판단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사용상표 1에 대한 판단: 원심은 등록상표 ‘BURN FITNESS’의 요부를 ‘BURN’ 부분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따라서 등록상표 전체를 기준으로 전체관찰을 하면 등록상표와 사용상표 1은 유사하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사용상표 2에 대한 판단: 사용상표 2는 피고인이 자기의 상호인 ‘번피트니스’를 영문으로 표기한 것으로서, 자기의 상호를 상거래 관행에 따라 사용하는 상표에 해당하므로 상표법 제90조 제1항 제1호에 의하여 등록상표권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대법원 판단: 사용상표 1은 침해, 사용상표 2는 비침해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 주목할 점은 두 사용상표에 대한 판단이 정반대로 갈렸다는 것입니다.
(1) 사용상표 1: 등록상표와 유사 — 상표권 침해
대법원은 원심이 등록상표의 요부를 ‘BURN’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 잘못이라고 보았습니다. 그 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FITNESS’ 부분의 식별력 부정: 등록상표를 구성하는 ‘BURN’ 부분과 ‘FITNESS’ 부분은 띄어쓰기로 서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이 가운데 ‘FITNESS’ 부분은 지정상품인 ‘헬스클럽경영업’의 효능이나 용도를 표시하는 것으로서 식별력이 없습니다. 헬스클럽에서 ‘FITNESS’라는 단어는 업종 자체를 설명하는 기술적 표현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BURN’ 부분의 요부 인정: 반면 ‘BURN’ 부분은 식별력이 없는 ‘FITNESS’ 부분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일반 수요자에게 강한 인상을 주고, 전체 상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낮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BURN’이 지정상품과의 관계에서 “운동을 통해 체지방 또는 칼로리, 스트레스 등을 태우다”는 의미를 암시한다고 볼 수는 있으나, 지정상품의 효능이나 용도, 성질 등을 직감하게 하는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즉, ‘BURN’은 지정상품과 다소 관련성이 있더라도 기술적 표현에까지는 이르지 않으므로, ‘FITNESS’와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식별력이 높다는 것입니다. 나아가 대법원은 ‘BURN’이 상품 거래상 누구에게나 필요한 표시라고 할 수도 없어 공익상 특정인에게 독점시키는 것이 적당하지 않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시하여, 요부 인정의 근거를 보완하였습니다.
따라서 대법원은 ‘BURN’ 부분이 독립하여 상표의 출처표시기능을 수행하는 요부에 해당한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유사 판단: 등록상표의 요부 ‘BURN’과 사용상표 1을 대비하면, 글자체 및 도안화의 정도에 있어 다소 차이가 있으나 그와 같은 차이가 일반 수요자 내지 거래자의 특별한 주의를 끈다고 보기 어려워 외관이 유사하고, 모두 ‘번’으로 호칭되고 관념이 동일하므로, 양 상표를 동일하거나 유사한 지정상품에 함께 사용할 경우 일반 수요자나 거래자로 하여금 상품의 출처에 관하여 오인, 혼동을 일으키게 할 염려가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상표법 제90조 항변 배척: 사용상표 1에 대해서는 상호 사용 항변도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대법원은 “사용상표 1은 피고인의 상호인 ‘번피트니스’ 자체를 사용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상호 ‘번피트니스’에서 ‘번’ 부분만 추출하여 영문으로 변환하고 도안화한 것은, 상호를 상거래 관행에 따라 사용한 것이 아니라 별도의 상표를 사용한 것에 해당한다는 취지입니다.
(2) 사용상표 2: 상호의 영문 표기 — 상표권 효력 미침
반면, 사용상표 2에 대해서는 원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였습니다. 사용상표 2 ‘BURN FITNESS’는 피고인의 상호 ‘번피트니스’를 영문으로 표기한 것으로서, 자기의 상호를 상거래 관행에 따라 사용하는 상표에 해당하므로 등록상표권의 효력이 미치지 않습니다.
파기의 범위: 포괄일죄에 의한 전부 파기
대법원은 사용상표 1 부분의 법리 오해를 이유로 원심을 파기하였는데, 사용상표 1에 의한 공소사실과 사용상표 2에 의한 공소사실(원심이 무죄로 판단한 부분)은 포괄일죄의 관계에 있으므로, 결국 원심판결은 전부 파기되어야 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는 사용상표 2에 대한 원심의 무죄 판단 자체가 잘못이라는 것이 아니라, 공소사실 간의 법률적 관계(포괄일죄)로 인해 일부 파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두 사용상표의 판단이 갈린 이유
같은 피고인이 사용한 두 표장에 대해 대법원의 판단이 정반대로 갈린 이유는 다음과 같이 정리됩니다.
| 구분 | 사용상표 1 (BUR+도안화N) | 사용상표 2 (BURN FITNESS) |
|---|---|---|
| 상호와의 관계 | 상호 ‘번피트니스’의 일부(‘번’)만 추출하여 도안화 | 상호 ‘번피트니스’ 전체를 영문 변환 |
| 상거래 관행 해당 여부 | 상호 자체의 사용으로 볼 수 없음 | 상호의 영문 표기로서 상거래 관행에 해당 |
| 상표법 제90조 적용 | 적용 불가 | 적용 (상표권 효력 미침) |
| 상표 유사 여부 | 등록상표 요부 ‘BURN’과 유사 | (효력 제한으로 판단 불요) |
| 결론 | 상표권 침해 | 비침해 |
이 대비에서 드러나는 결정적 차이는, 상호를 전체적으로 사용했는지 아니면 상호의 일부만 추출하여 사용했는지에 있습니다. 상호 전체를 영문으로 변환하여 사용하는 것은 상거래 관행에 포함될 수 있으나, 상호의 일부를 떼어내어 별도로 도안화하는 것은 더 이상 “상호의 사용”이 아니라 “독자적인 상표의 사용”에 해당하게 됩니다.
실무적 의의
이 판결이 자영업자와 브랜딩 실무에 주는 시사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상호를 그대로 사용하면 보호받을 수 있으나, 변형하면 보호받지 못합니다. 상표법 제90조에 의한 상호 사용 항변은 “자기의 상호를 상거래 관행에 따라” 사용하는 경우에만 인정됩니다. 상호의 일부를 추출하여 로고화하거나 도안화하면, 이는 상호의 사용이 아니라 별도 상표의 사용으로 취급됩니다. 따라서 간판이나 홈페이지에 상호의 줄임말, 약칭, 이니셜 등을 별도의 로고 형태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상표법 제90조의 보호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2) 헬스, 피트니스 업종에서 업종 관련 영문 단어는 식별력이 약합니다. ‘FITNESS’, ‘GYM’, ‘HEALTH’, ‘SPORT’ 등 업종 자체를 설명하는 영문 단어는 지정상품과의 관계에서 기술적 표현에 해당하여 식별력이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결합상표에서 이러한 기술적 표현 부분은 요부로 인정받지 못하므로, 나머지 식별력 있는 부분이 요부가 되어 유사 판단의 기준이 됩니다. 이는 헬스장뿐만 아니라 카페(CAFE, COFFEE), 미용실(HAIR, BEAUTY), 음식점(KITCHEN, COOK) 등 다양한 업종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원리입니다.
(3) 상호와 상표는 별개의 법적 체계입니다. 사업자등록증에 상호를 등록한 것과 상표를 등록한 것은 전혀 다른 법적 효과를 갖습니다. 상호는 상법에 따라 영업의 주체를 표시하는 명칭이고, 상표는 상표법에 따라 상품이나 서비스의 출처를 표시하는 표지입니다. 상호를 먼저 사용하고 있었다 하더라도, 타인이 동일하거나 유사한 상표를 먼저 등록하면 상표권이 우선합니다. 다만 상표법 제90조에 의하여 상호를 상거래 관행에 따라 사용하는 범위 내에서는 상표권의 효력이 제한됩니다.
(4) 형사사건에서도 상표 유사 판단 기준은 동일합니다. 이 사건은 상표권 침해를 이유로 한 형사사건(상표법위반죄)이지만, 대법원은 민사사건에서와 동일한 결합상표 요부 판단 법리(2015후1690 판결 등)를 적용하였습니다. 형사사건이라고 하여 상표 유사 판단에 다른 기준이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자영업자를 위한 실무 체크리스트
이 판결의 법리를 바탕으로, 자영업자가 상호 사용 시 상표권 침해를 예방하기 위해 점검해야 할 사항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점검 항목 | 안전 | 위험 |
|---|---|---|
| 상호 전체를 그대로 표시 | 상표법 제90조 보호 가능 | – |
| 상호를 영문으로 변환하여 표시 | 상거래 관행에 해당할 수 있음 | – |
| 상호의 일부만 추출하여 로고화 | – | 별도 상표 사용으로 볼 수 있음 |
| 상호의 약칭을 도안화하여 사용 | – | 상표법 제90조 보호 불가 |
| 부정경쟁 목적으로 사용 | – | 상표법 제90조 제1항 단서에 의해 보호 배제 |
가장 안전한 방법은 상호를 정하기 전에 미리 상표 검색을 통해 동일하거나 유사한 등록상표가 있는지 확인하고, 가능하다면 상호와 동일한 상표를 직접 출원하여 등록받는 것입니다. 상호만 등록하고 상표 등록을 하지 않으면, 이 사건과 같이 자신의 상호를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한계 및 유의사항
이 판결에는 몇 가지 한계와 추가적으로 고려할 사항이 있습니다.
(1) 이 판결은 파기환송 판결이므로, 환송 후 원심에서 구체적인 양형이나 최종 결론이 어떻게 내려졌는지는 별도로 확인이 필요합니다. 대법원은 사용상표 1의 상표권 침해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법리를 제시하였으나, 최종 유무죄 판단은 환송심의 몫입니다.
(2) 상표법 제90조 제1항은 단서에서 “상표권의 설정등록이 있은 후에 부정경쟁의 목적으로” 상호 등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효력 제한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부정경쟁 목적이 쟁점이 되지 않았으나, 상호 사용의 항변이 인정되려면 부정경쟁 목적이 없어야 한다는 점도 실무상 유의해야 합니다.
(3) ‘BURN’이 지정상품과의 관계에서 암시적 표현에 해당하는지, 기술적 표현에 해당하는지의 경계는 사안마다 달라질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BURN’이 “태우다”의 의미를 암시한다고 볼 수는 있으나 기술적 표현에까지 이르지는 않는다고 보았지만, 유사한 업종에서 다른 단어가 같은 판단을 받을지는 개별 사안에 따라 달라집니다.
(4) 이 판결은 결합상표의 요부 판단에 관한 것으로, 단일 문자 상표나 도형 상표에는 직접 적용되지 않습니다. 결합상표에서 복수의 요부가 인정되는 경우에 관해서는, 같은 형사사건 유형인 대법원 2024도8174 판결(결합상표에서 복수 요부 인정 — 화장품 상표 사건)도 함께 참고할 수 있습니다.
작성자: 여인재 변리사 | 프로필 보기 전문분야: 상표·디자인 분쟁, 특허 심판·소송 최종 업데이트: 2026-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