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 디자인 창작자 허위 기재, 등록이 무효될까
- 특허법원과 대법원은 어떻게 판단했는가
- 특허법원의 판단 (2015허2457, 2015. 9. 11. 선고)
- 대법원의 판단 (2015후1669, 2018. 7. 20. 선고)
디자인 창작자 허위 기재, 등록이 무효될까

디자인 창작자 허위 기재만으로는 등록이 무효되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2015후1669 판결(2018. 7. 20. 선고)에서, 디자인을 창작한 자로부터 권리를 승계받은 사람이 출원한 이상 출원서의 창작자 기재가 잘못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무효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이 사건은 특허심판원, 특허법원, 대법원 세 심급 모두에서 동일한 결론이 유지된 사안으로, 디자인 출원 실무에서 창작자 기재의 법적 의미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선례입니다.
디자인보호법에서 창작자 기재는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구 디자인보호법의 규정 체계
이 사건에 적용된 구 디자인보호법(2013. 5. 28. 법률 제11848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은 디자인등록을 받을 수 있는 자격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1) 제3조 제1항 본문: “디자인을 창작한 자 또는 그 승계인은 이 법에서 정하는 바에 의하여 디자인등록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2) 제23조의4 제1항 본문: “디자인등록을 받을 수 있는 권리는 이전할 수 있다.”
(3) 제68조 제1항 제2호: “제3조 제1항 본문의 규정에 의한 디자인등록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지지 아니한 경우”를 등록무효사유로 규정.
이 규정 체계에서 주목할 점은, 무효사유가 되는 것은 “디자인등록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지지 아니한 자”의 출원이지, “출원서에 창작자를 잘못 기재한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즉 창작자가 아니더라도 창작자로부터 권리를 적법하게 승계받은 자는 디자인등록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으므로, 이 경우 출원서의 창작자란에 누구를 기재했는지는 등록의 유·무효를 좌우하지 않습니다.
미국의 창작자출원주의와의 차이
참고로, 미국 특허법은 오랫동안 “발명자출원주의(inventor-applicant system)”를 채택하여 출원인과 발명자의 일치를 엄격히 요구해 왔습니다. 그러나 한국 디자인보호법은 이러한 창작자출원주의를 채택하지 않고 있어, 창작자로부터 권리를 승계받은 제3자가 자신의 이름으로 출원하는 것이 법적으로 허용됩니다. 이 사건의 특허심판원도 이 점을 명시적으로 지적하였습니다.
이 사건은 어떤 배경에서 시작되었는가
당사자 관계와 디자인 개발 경위
이 사건의 등록디자인은 대상 물품을 “의자용 등받이”로 하는 디자인등록 제644735호(출원일 2011. 8. 17., 등록일 2012. 5. 15.)입니다.
사건의 사실관계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항목 | 내용 |
|---|---|
| 진정한 창작자 | 김OO (피고의 법정대리인) |
| 출원서 기재 창작자 | 피고 (미성년자, 김OO이 법정대리인으로 기재) |
| 디자인 개발 시점 | 2011년 6월 중순 착수, 6월 말 완료 |
| 금형 제작 착수 | 2011년 7월 초 |
| 금형 제작비 부담 | 주식회사 가이아(원고, 청구인) |
| 디자인 개발비 등 기타 비용 | 김OO 부담 |

▲ 이 사건 등록디자인 제644735호 — 의자용 등받이 도면 (출처: 특허심판원 2014당2496 심결문 별지 1)
김OO은 2011년 6월부터 의자용 등받이 디자인 개발에 착수하여 그 달 말경에 완료하였고, 금형 제작비는 주식회사 가이아가 부담하되 순수 금형 제작비 외의 디자인 및 기타 비용은 김OO이 부담하기로 합의하였습니다. 그런데 출원서에는 진정한 창작자인 김OO이 아닌, 김OO이 법정대리인으로 되어 있는 미성년자 피고가 창작자로 기재되었습니다.
분쟁의 발단: 침해소송과 무효심판의 교차
디자인등록 이후, 피고(디자인권자)는 주식회사 가이아를 상대로 등록디자인권 침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2014가단14702)을 제기하였습니다. 이에 대응하여 주식회사 가이아는 2014. 10. 8. 특허심판원에 이 사건 등록디자인의 무효심판(2014당2496)을 청구하였습니다.
주식회사 가이아의 무효심판 청구 논거는 크게 세 가지였습니다.
(1) 출원서에 진정한 창작자인 김OO 대신 피고가 창작자로 기재되어 창작자가 허위로 기재되었으므로 구 디자인보호법 제68조 제1항 제2호(제3조 제1항 위반)
(2) 이 사건 등록디자인이 출원 전 공지된 비교대상디자인과 유사
(3) 비교대상디자인으로부터 용이하게 창작할 수 있는 디자인
특허심판원은 어떻게 판단했는가 — 묵시적 승계의 인정
특허심판원(2014당2496, 2015. 3. 20. 심결)은 세 가지 쟁점 모두에서 청구인의 주장을 배척하고 심판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창작자 허위 기재 쟁점
특허심판원은 먼저 진정한 창작자가 김OO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였습니다. 피고 스스로도 침해소송 준비서면에서 “디자인을 창작한 자는 김OO이고, 이의 비용을 부담한 자도 김OO”이라고 주장한 바 있었습니다.
그러나 심판원은 다음과 같은 논리로 이것이 무효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1) 구 디자인보호법 제3조 제1항은 창작자뿐 아니라 그 승계인도 등록을 받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2) 한국은 미국과 같은 “창작자출원주의”를 채택하고 있지 않으므로, 권리를 승계받아 출원하면 디자인권자가 될 수 있다.
(3) 피고가 명시적으로 디자인등록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승계받은 증거는 없으나, 묵시적으로 승계받지 않았다는 증거도 없다.
(4) 진정한 창작자인 김OO 본인이 피고의 등록에 대해 “디자인등록을 받을 수 없는 자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지 않다.
(5) 청구인은 피고가 권리 없는 자라는 주장만 할 뿐, 묵시적 승계마저 없었다는 점을 달리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심판원은 “디자인등록을 받을 수 있는 권리의 승계는 재산권이므로 자유롭게 이전할 수 있으며, 승계는 명시적 계약에 의해서뿐만 아니라 묵시적으로도 가능하다”는 법리를 제시하였습니다.
유사 여부 및 용이 창작 쟁점
비교대상디자인에 대해서는, 비교대상디자인 1은 공지 시점·장소·방법이 불분명하고, 비교대상디자인 2는 의자 등받이의 구체적 형상 및 모양을 확인할 수 없으며, 비교대상디자인 3은 구체적 형상은 확인되나 공연 실시 시점이 불명확하다는 이유로, 이 사건 등록디자인의 신규성 또는 용이 창작 위반 주장을 모두 배척하였습니다.
특허법원과 대법원은 어떻게 판단했는가
특허법원의 판단 (2015허2457, 2015. 9. 11. 선고)
특허법원에서는 비교대상디자인의 범위가 달라졌습니다. 특허심판원 단계에서 심리된 비교대상디자인 1~3은 공지 시점이나 형상 확인이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배척되었는데, 특허법원에서는 이와 별개로 2010. 10.경 인터넷(○○○닷컴)에 게재된 의자용 등받이 디자인을 비교대상디자인으로 하여 대비 판단을 진행하였습니다.
| 비교 항목 | 이 사건 등록디자인 | 비교대상디자인 |
|---|---|---|
| 정면부 상부 | 가늘고 긴 구멍 없음 | 가늘고 긴 구멍 있음 |
| 정면부 하부 돌출부 | 특정 형상의 돌출부 | 상이한 형상의 돌출부 |
| 전체적 심미감 |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심미감에 큰 차이 | 등받이 상부 구멍, 하부 돌출부 형상이 상이 |

▲ 등록디자인(좌)과 비교대상디자인(우) 정면 형상 비교 (출처: 특허심판원 심결문 별지)
특허법원은 양 디자인이 정면부(배면부) 상부에 형성되는 가늘고 긴 구멍의 유무, 정면부 하부에 형성된 돌출부의 형상에서 현저한 차이점이 있고, 이로 인하여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심미감에 큰 차이가 있어 서로 유사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용이 창작 여부에 대해서도, 이러한 차이점이 미감적 가치가 인정되지 않는 상업적·기능적 변형에 해당하거나 의자용 등받이 디자인 분야에서 흔한 창작수법 또는 표현방법에 불과하다고 할 수 없으므로, 비교대상디자인으로부터 용이하게 창작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창작자 허위 기재 쟁점에 대해서도 특허심판원과 동일하게, 디자인등록을 받을 수 있는 권리의 승계인에 의하여 출원된 이상 출원서에 창작자가 사실과 다르게 기재되어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무효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2015후1669, 2018. 7. 20. 선고)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을 모두 정당하다고 인정하고 상고를 기각하였습니다. 대법원이 제시한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구 디자인보호법 제3조 제1항 본문은 디자인을 창작한 자 또는 그 승계인은 디자인보호법에서 정하는 바에 의하여 디자인등록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제68조 제1항 제2호는 제3조 제1항 본문의 규정에 의한 디자인등록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지지 아니한 자가 출원하여 디자인등록을 받은 경우를 등록무효사유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디자인을 창작한 자가 아니라도 그로부터 디자인등록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승계한 자가 직접 출원하여 디자인등록을 받은 경우에는 그러한 등록무효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이 판시는 출원서의 창작자 기재가 형식적 사항에 불과하며, 등록의 유·무효를 판단하는 실질적 기준은 출원인이 디자인등록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적법하게 보유하고 있었는지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입니다.
디자인 출원 실무에서 주의할 점은 무엇인가
창작자 기재 오류가 무효사유가 아닌 이유
이 판결이 확인한 법리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은 구조가 됩니다.
| 상황 | 무효사유 해당 여부 |
|---|---|
| 창작자가 직접 출원 (창작자 기재 정확) | 무효사유 아님 |
| 창작자로부터 권리를 승계받은 자가 출원 (창작자 기재 정확) | 무효사유 아님 |
| 창작자로부터 권리를 승계받은 자가 출원 (창작자 기재 부정확) | 무효사유 아님 |
| 권리를 승계받지 않은 제3자가 출원 (무권리자 출원) | 무효사유에 해당 |
무효 판단의 핵심 질문 “출원서에 창작자를 정확히 기재했는가?”가 아니라, “출원인이 디자인등록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자인가?” → 권리 승계인이면, 창작자 기재 오류는 형식적 사항에 불과
즉, 무효 여부의 판단 기준은 출원서의 창작자란 기재 내용이 아니라, 출원인이 디자인등록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적법하게 보유하고 있었는지에 있습니다.
실무적 시사점
(1) 승계 관계 입증의 중요성
이 사건에서 명시적인 권리 승계 계약서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심판원은 묵시적 승계 가능성을 인정하고, 청구인이 묵시적 승계마저 없었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하였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는 이 사건의 특수한 사정(진정한 창작자인 법정대리인이 미성년자인 피고 명의로 출원하였고, 창작자 본인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점)에 기인한 것이라 사료됩니다. 실무적으로는 디자인등록을 받을 수 있는 권리의 양도·양수에 대한 서면 계약을 체결해 두는 것이 분쟁 발생 시 입증 부담을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2) 무효심판 공격 전략으로서의 한계
이 사건에서 주식회사 가이아는 디자인권 침해소송에 대한 방어 수단으로 무효심판을 청구하면서, 창작자 허위 기재를 공격 논거로 삼았습니다. 그러나 세 심급 모두에서 이 주장이 배척되었습니다. 따라서 상대방의 디자인등록을 무효로 만들고자 할 때, 창작자 기재가 잘못되었다는 주장만으로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습니다. 출원인이 진정한 “무권리자”라는 점, 즉 창작자로부터의 승계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까지 입증해야 합니다. 디자인 침해소송에서의 방어 전략 전반에 관하여는 디자인 침해 경고장을 받았다면? — 권리범위확인심판의 함정과 대응 전략을 함께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3) 금형 비용 부담과 디자인권의 관계
이 사건에서 주식회사 가이아는 금형 제작비를 부담했다는 사실을 근거로 자신에게 권리가 있다고도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심판원은 디자인의 “창작” 행위와 “실시” 행위(물품의 생산·사용·양도 등)는 별개의 개념이며, 금형 제작은 실시의 전 단계에 해당하는 것이지 창작 행위 자체가 아니므로, 금형 소유권이 디자인등록의 무효 여부와는 관련이 없다고 명확히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주식회사 가이아는 피고의 손해배상청구소송 제기 및 권리범위확인심판 청구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도 주장하였으나, 심판원은 이러한 행위가 법률에 규정된 정당한 권리행사에 해당한다고 하여 이 주장도 배척하였습니다.
이 판결의 한계
이 사건에 대해서는 몇 가지 유의할 점이 있습니다.
(1) 이 사건은 구 디자인보호법(2013. 5. 28. 전부 개정 전)이 적용된 사건입니다. 현행 디자인보호법에서도 창작자 또는 승계인이 등록을 받을 수 있다는 기본 구조는 동일하나(제3조 제1항), 무효사유 규정(제121조)의 세부 내용에는 차이가 있으므로 현행법 적용 시에는 별도의 검토가 필요합니다.
(2) 이 사건에서 묵시적 승계가 인정된 것은, 진정한 창작자(법정대리인)와 출원인(미성년자인 피고) 사이의 가족 관계라는 특수성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습니다(특허법원 판결에 따르면 양자는 부자 관계입니다). 창작자와 출원인 사이에 가족 관계가 아닌 통상의 거래 관계만 존재하는 경우에도 동일한 결론이 내려질 것인지는 사안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3) 이 판결은 디자인 분야에 한정된 것이지만, 특허법 제33조 제1항도 “발명을 한 사람 또는 그 승계인”이 특허를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유사한 법리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다만 특허 분야에서의 발명자 기재 문제에 대한 구체적 판례 동향은 별도의 검토가 필요합니다.
참고 법령 및 판례 – 구 디자인보호법 (2013. 5. 28. 전부 개정 전) – 대법원 2018. 7. 20. 선고 2015후1669 판결
작성자: 여인재 변리사 | 프로필 보기 전문분야: 상표·디자인 분쟁, 특허 심판·소송 최종 업데이트: 2026-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