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표 등록 후 3년간 안 쓰면 취소된다 — 경쟁사 분쟁 중이라는 변명이 통하지 않는 이유

상표 등록 후 3년간 안 쓰면 취소된다 — 경쟁사 분쟁 중이라는 변명이 통하지 않는 이유

목차

대법원 2024후10504 판결(2026. 3. 12. 선고)은 등록상표를 3년 이상 사용하지 않은 상표권자가 “경쟁사 상표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어 쓸 수 없었다”고 항변한 사안에서, 이러한 사유는 주관적·내부적 요인에 불과하여 불사용의 정당한 이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습니다. 결론적으로 상표를 등록해 놓고 사용하지 않으면서, 경쟁사와의 분쟁 상황을 이유로 등록 유지를 도모하는 전략은 대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상표 불사용취소 제도란 무엇인가?

상표법 제119조 제1항 제3호는 상표권자, 전용사용권자 또는 통상사용권자 중 어느 누구도 정당한 이유 없이 등록상표를 그 지정상품에 대하여 취소심판청구일 전 계속하여 3년 이상 국내에서 사용하고 있지 아니한 경우, 그 상표등록을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제도의 취지는 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2후2463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명확히 정리된 바 있습니다. 우리 상표법은 일정한 요건만 구비하면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상표를 등록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록주의를 채택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실제 사용하지 않는 상표가 등록을 유지함으로써 타인의 상표 선택 기회를 부당하게 제한하는 폐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불사용취소 제도는 바로 이러한 등록주의의 폐해를 시정하고, 상표권자에게 등록상표를 실제로 사용할 의무를 부과하기 위한 것입니다.

다만, 상표법 제119조 제3항 단서는 상표를 사용하지 아니한 것에 대한 정당한 이유를 증명하는 경우에는 취소를 면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정당한 이유”의 범위가 바로 본 판결의 쟁점입니다.

종래 판례가 인정한 ‘정당한 이유’의 범위는?

종래 대법원 판례는 불사용의 정당한 이유에 대하여 비교적 명확한 기준을 설정해 왔습니다. 대법원 2000. 4. 25. 선고 97후3920 판결 등에 따르면, 정당한 이유란 다음과 같은 경우를 의미합니다.

(1) 질병, 천재지변 등 불가항력에 의하여 영업을 할 수 없는 경우 (2) 법률에 의한 규제, 판매금지, 국가의 수입제한조치 등에 의하여 부득이 등록상표의 지정상품이 국내에서 일반적·정상적으로 거래될 수 없는 경우

즉, 정당한 이유로 인정되려면 상표권자가 통제할 수 없는 객관적·외부적 요인에 따른 불가피한 사유가 있어야 합니다. 반대로 상표권자의 영업 부진, 사업 전략 변경, 내부 사정 등 주관적·내부적 요인에 따른 불사용은 정당한 이유로 인정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이러한 구분은 불사용취소 제도의 취지에 직결됩니다. 만약 상표권자의 주관적 사정까지 정당한 이유로 폭넓게 인정한다면, 사용하지 않는 상표의 등록을 사실상 무한정 유지할 수 있게 되어 제도의 존재 이유 자체가 훼손되기 때문입니다.

사건의 구체적 사실관계

당사자와 상표의 관계

본 사건은 귀금속 액세서리 업체인 주식회사 신라보석(원고·피상고인)과 화장품 브랜드인 주식회사 티르티르(피고·상고인) 사이의 상표 불사용취소 분쟁입니다.

구분신라보석 (상표권자)티르티르 (취소심판 청구인)
등록상표“Tirr Lirr” (제1514207호)“TIRTIR” (제40-1310418호), “티르티르” (제40-1310429호)
출원일/등록일2019. 1. 16. / 2019. 8. 26.2017. 12. 6.
지정상품화장품, 기능성 화장품, 스킨로션 등 16개 상품 (제3류)화장품 등
상표 현황등록 유지 중 (사용 사실 없음)2023. 7. 27. 무효 확정

문제의 상표들

이 사건 등록상표 Tirr Lirr — 하늘색 새 도안과 회색 문자로 구성된 신라보석의 등록상표

이 사건 등록상표 “Tirr Lirr” (신라보석, 제1514207호)

신라보석의 등록상표 “Tirr Lirr”는 하늘색 새 도안과 회색 영문 문자가 결합된 형태로, 화장품류를 지정상품으로 2019년에 등록되었습니다.

한편, 티르티르가 보유하고 있던 선등록상표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선등록상표 TIRTIR — 티르티르의 영문 상표
선등록상표 티르티르 — 티르티르의 한글 상표

티르티르의 선등록상표 “TIRTIR”(좌) 및 “티르티르”(우)

그리고 신라보석은 귀금속 분야에서 별도의 선출원등록상표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선출원등록상표 Tirr Lirr POETIC JEWELRY 티르리르 — 신라보석의 귀금속 분야 등록상표

신라보석의 선출원등록상표 “Tirr Lirr POETIC JEWELRY 티르리르”

분쟁의 경과

사건의 흐름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신라보석은 2014년부터 “Tirr Lirr” 상표를 사용하여 귀금속류 액세서리 판매 영업을 하였습니다. 이후 화장품 시장 진출을 위해 2019. 1. 16. 화장품류를 지정상품으로 이 사건 등록상표를 출원하여 2019. 8. 26. 등록을 받았습니다.

(2) 그런데 티르티르는 이미 2017. 12. 6. “TIRTIR” 및 “티르티르” 상표를 화장품 등을 지정상품으로 등록해 둔 상태였습니다.

(3) 신라보석은 2019. 10. 8. 특허심판원에 티르티르의 선등록상표들에 대한 등록무효 심판을 청구하였습니다. 이 무효심판은 심판 및 소송 절차를 거쳐 2023. 7. 27. 최종적으로 티르티르 상표들을 무효로 하는 심결이 확정되었습니다.

(4) 한편 신라보석은 2022년 초부터 이 사건 등록상표를 이용한 화장품 사업 준비에 착수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상표 패키징 디자인 개발 의뢰, 화장품책임판매업 등록(2022. 6.), 화장품 제조·도소매업 업체와의 협의, 화장품책임판매관리자 교육 수료 등의 행위를 하였습니다.

(5) 그러나 신라보석은 이 사건 등록상표를 실제 화장품 상거래에서 사용한 적은 없었습니다. 신라보석의 주장에 따르면, 티르티르의 선등록상표가 존재하는 상태에서 유사한 상표를 화장품에 사용하면 상표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어 사용을 보류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6) 이에 티르티르는 2022. 8. 29. 신라보석을 상대로 이 사건 등록상표에 대한 불사용취소심판을 청구하였습니다.

특허심판원의 판단 — 취소심판 인용

특허심판원(2022당2403, 2023. 9. 1. 심결)은 티르티르의 취소심판 청구를 인용하여 이 사건 등록상표의 취소를 결정하였습니다.

특허심판원은 신라보석의 준비행위(패키징 디자인 개발, 화장품책임판매업 등록, 업체 접촉 등)가 상표법 제2조 제1항 제11호에서 규정하는 상표의 사용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나아가 불사용의 정당한 이유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은 근거(원문 취지)로 이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① 상표권에 관한 분쟁은 언제, 누구와 발생할지 알 수 없는 것이고, 또한 상표권 분쟁이 발생하였다고 하여 선등록상표가 등록무효로 될 때까지 이 사건 등록상표를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법령의 규정이 있는 것도 아니므로, 그 사용 여부는 어디까지나 위험의 감수 등에 대한 피청구인의 선택 또는 사업 전략에 의하는 것이다.

② 청구인(티르티르)이 먼저 피청구인(신라보석)에게 사용금지를 요구하거나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한 사실이 없고, 오히려 피청구인이 청구인의 선등록상표에 대한 무효심판을 청구함으로써 분쟁에 이르게 된 것이다.

③ 피청구인은 이 사건 등록상표의 출원 시에는 선등록상표와 비유사함을 전제로 출원·등록받았다가, 무효심판 절차에서는 스스로 그 전제를 변경하여 유사하다는 취지로 무효 주장을 하고 있는바, 이는 주관적 사유와 관련된 것이다.

④ 피청구인이 화장품 관련 사용 준비행위를 한 것은, 선등록상표의 무효심판 미확정으로 이 사건 등록상표를 사용할 수 없었다는 주장과 서로 배치된다.

특허심판원은 이 사건 등록상표의 불사용이 불가항력이나 법률 규제 등 객관적 사유가 아닌, 무효심판 결과에 대한 스스로의 선택과 유사 여부에 관한 입장 변경 등 주관적 사유에 기인한 것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특허법원은 왜 심결을 취소하였는가?

그러나 특허법원(2023허13971, 2024. 5. 9. 선고)은 원심을 달리 판단하여 특허심판원의 심결을 취소하였습니다. 특허법원이 정당한 이유를 인정한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신라보석이 이 사건 등록상표를 화장품류에 사용하면, 티르티르 상표들과 표장이 유사한 상표를 동일·유사한 지정상품에 사용하는 것이 되어 상표권 침해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

(2) 신라보석은 이 사건 등록상표에 대한 등록을 받은 다음 티르티르 상표들에 대한 등록무효 심판을 청구하였는데, 무효심결이 확정되기까지 티르티르 상표들의 등록이 무효가 될지 여부를 확실하게 예측할 수 없었다.

(3) 신라보석에게 이 사건 등록상표의 사용이 상표권 침해행위가 된다는 점을 알면서도 이를 사용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형사처벌의 위험 감수를 강요하는 것이다. 또한 만약 신라보석이 이 사건 등록상표를 사용하였더라면 수요자의 출처 혼동을 초래하여 궁극적으로 공익에도 반하는 결과가 된다.

(4) 신라보석은 티르티르 상표들에 대한 등록무효 심판을 청구하고 화장품 사업을 위한 준비행위를 하는 등 상표 사용의사를 표시하였다.

특허법원은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하여, 신라보석에게는 이 사건 등록상표를 사용하지 못한 데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 원심 파기환송

‘경쟁사 상표 침해 우려’는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있는가?

대법원은 특허법원의 판단을 파기환송하면서, 상표 불사용의 정당한 이유에 대한 법리를 다음과 같이 명확히 하였습니다.

“이러한 정당한 이유가 인정되어 상표등록의 취소를 면하기 위해서는, 질병 기타 천재 등의 불가항력에 의하여 영업을 할 수 없는 경우뿐만 아니라, 법률에 의한 규제, 판매금지 또는 국가의 수입제한조치 등에 의하여 부득이 등록상표의 지정상품이 국내에서 일반적·정상적으로 거래될 수 없는 경우와 같이, 등록상표를 사용할 수 있는 자가 통제할 수 없는 객관적·외부적 요인에 따른 불가피한 사유로 등록상표를 지정상품에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었다는 점을 상표등록 취소심판의 피청구인이 증명하여야 한다. 등록상표를 사용할 수 있는 자의 영업 부진이나 법적 분쟁의 우려 등과 같은 주관적·내부적 요인에 따른 사유만으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표등록의 취소를 면할 수 없다.”

상표 유사성 인정의 전제와 그 한계

대법원은 구체적 논거에 앞서, 이 사건 등록상표(Tirr Lirr)와 티르티르 상표들(TIRTIR) 사이의 유사성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전제하였습니다. 양 상표는 모두 조어 상표로 관념을 대비하기 어렵고 외관도 유사하지 않으나, 호칭에서 유사하여 일반 수요자나 거래자가 출처에 관하여 오인·혼동을 일으킬 우려가 있는 유사한 상표에 해당한다고 인정하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처럼 양 상표의 유사성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그러한 사정이 곧 상표권자가 통제할 수 없는 객관적·외부적 불가피 사유에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즉, 경쟁사 상표와의 유사성으로 인한 침해 우려가 실재하더라도, 이는 주관적·내부적 요인에 불과하다는 것이 대법원의 논리 구조입니다.

대법원이 제시한 7가지 논거

대법원은 신라보석이 상표권 침해 우려로 이 사건 등록상표를 사용하지 않은 것을 객관적·외부적 요인에 따른 불가피한 사유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 다음 일곱 가지 근거를 제시하였습니다.

(1) 출원 시 사용의사와 불사용의 정당한 이유는 별개이다

신라보석은 티르티르 상표들이 이미 등록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등록상표를 출원하였는데, 이는 장래에 이 사건 등록상표를 사용할 의사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상표 출원 시 상표 사용의사가 있었다는 것과 그 후 등록상표를 사용하지 않은 데 정당한 이유가 있다는 것은 전혀 별개로 평가되어야 할 사정이라고 판시하였습니다. 출원 시 사용의사가 있었다는 사실이 곧 이후의 불사용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2) 적법한 심사를 거쳐 등록된 상표이다

이 사건 등록상표는 출원 후 특허청 심사관의 심사절차를 거쳐 선출원에 의한 타인의 등록상표와 동일·유사한 상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되어 등록된 것입니다. 즉, 특허청이 심사 단계에서 이미 선등록상표들과 유사하지 않다고 판단하여 등록을 허용한 것이므로, 등록 후 상표를 사용하는 것이 곧 침해가 된다고 볼 수 없습니다.

(3) 사용 여부는 상표권자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이다

상표권의 존재 및 그 내용은 상표공보 또는 상표등록원부 등에 공시되어 일반 공중도 통상의 주의를 기울이면 이를 알 수 있습니다(대법원 2013. 7. 25. 선고 2013다21666 판결 참조). 신라보석은 화장품 분야 영업을 위한 준비행위를 하였으므로 해당 사업 분야에서 상표권 침해에 대한 주의의무를 부담하며, 이 사건 등록상표를 사용할 것인지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 사용하지 않기로 선택한 결과도 상표권자에게 귀속된다고 보아야 합니다.

(4) 권리남용 항변 등 법적 구제수단이 있다

신라보석은 이 사건 등록상표의 사용이 티르티르 상표들의 상표권을 침해하는 행위인지가 소송 등에서 다투어질 경우, 티르티르 상표들의 등록무효 사유를 근거로 권리남용 항변을 하거나, 별도의 등록무효 심판을 청구하는 등 상표권 침해에 따른 책임에 관하여 객관적인 법적 판단을 받아볼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침해 주장에 대한 방어 수단이 존재함에도 이를 활용하지 않고 단순히 사용을 회피한 것은 상표권자의 선택에 해당합니다.

(5) 무효심결이 침해 여부를 직접 판단한 것은 아니다

티르티르 상표들에 대한 등록무효 사건의 판결이나 심결에서 판단한 내용은 티르티르 상표들 자체에 등록무효 사유가 있는지에 관한 것입니다. 이를 가지고 곧바로 이 사건 등록상표의 사용이 티르티르 상표들의 상표권을 침해한다는 법원이나 특허심판원의 구체적 판단이 있었다거나, 신라보석에게 이 사건 등록상표를 사용하지 않아야 할 부작위 의무가 존재하였던 것으로 볼 수 없습니다.

(6) 불가항력·법률 규제 요건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대법원은 나아가, 신라보석이 이 사건 등록상표를 그 지정상품에 사용하지 않은 것이 질병 기타 천재 등의 불가항력에 의하여 영업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거나, 법률의 규제 등에 의해 그 지정상품이 국내에서 일반적·정상적으로 거래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볼 만한 사정도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이는 정당한 이유의 전형적 요건인 불가항력이나 법률 규제 어디에도 본 사안이 포섭되지 않는다는 소결론에 해당합니다.

(7) 정당한 이유를 인정하면 제도의 취지에 반한다

만약 어떤 상표를 사용하지 않은 것에 대하여 다른 상표의 상표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점을 정당한 이유로 인정한다면, 그 상표가 실제 사용되지 않으면서 등록이 유지되는 결과가 됩니다. 이는 상표법 제119조 제1항 제3호, 제3항의 제도 취지에 반합니다.

준비행위의 법적 평가

대법원은 신라보석의 사용 준비행위에 대해서도 명확한 법적 평가를 내렸습니다.

(1) 티르티르 상표들에 대해 등록무효 심판을 청구한 것은 상표법 제2조 제1항 제11호 각 목의 상표의 사용 행위라고 할 수 없습니다(대법원 2001. 4. 24. 선고 2001후188 판결 참조).

(2) 이 사건 등록상표를 사용하기 위하여 준비행위를 하였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이 사건 등록상표를 사용하지 않은 데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습니다(대법원 2000. 4. 25. 선고 97후3920 판결 참조).

이러한 판시는 상표법상 “사용”의 개념이 엄격하게 해석된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것입니다. 상표법 제2조 제1항 제11호에 따르면, 상표의 사용이란 (1) 상품 또는 상품의 포장에 상표를 표시하는 행위, (2) 상표를 표시한 것을 양도·인도하거나 전시·수출·수입하는 행위, (3) 상품에 관한 광고·거래서류 등에 상표를 표시하고 전시·알리는 행위를 말합니다. 패키징 디자인 개발이나 화장품책임판매업 등록 등은 이 중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습니다.

특허법원 판단과 대법원 판단의 비교

본 사건에서 특허법원과 대법원의 판단이 정면으로 엇갈린 점은 ‘정당한 이유’의 해석 범위에 있습니다.

판단 요소특허법원 (정당한 이유 인정)대법원 (정당한 이유 불인정)
상표 유사성유사하므로 침해 가능성이 크다호칭 유사성은 인정하되, 침해 우려는 정당한 이유의 근거가 아님
침해 우려의 성격객관적 위험 — 실제 침해 가능성이 큰 상황주관적·내부적 요인 — 상표권자의 선택 문제
형사처벌 위험사용 강제 = 형사처벌 위험 감수 강요권리남용 항변 등 법적 방어 수단 존재
공익(출처 혼동)사용 시 소비자 혼동 = 공익 침해제도 취지(불사용 상표 정리)가 우선
사용 준비행위사용의사의 증거로 긍정적 평가사용과는 별개, 정당한 이유의 증거 아님
출원 시 심사별도 평가 없음적법하게 등록된 상표이므로 사용이 당연히 침해라 볼 수 없음

양 법원의 판단이 이처럼 엇갈린 근본적 이유는, 침해 우려를 어떤 성격의 요인으로 분류하느냐에 있습니다. 특허법원은 선등록상표의 존재 자체가 상표권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발생한 객관적 장애로 보았습니다. 실제로 유사 상표를 사용하면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으므로, 사용을 보류한 것은 합리적 선택이지 상표권자의 자발적 결정이 아니라는 논리입니다. 반면 대법원은, 상표등록 제도 아래에서 적법하게 등록받은 상표를 사용할지 여부는 결국 상표권자가 법적 위험과 방어 수단을 스스로 평가하여 결정하는 것이므로 주관적·내부적 판단의 문제라고 보았습니다. 이러한 시각 차이가 정당한 이유 인정 여부의 결론을 달리하게 한 것입니다.

이 판결에서 주목할 논리 구조

출원 시점과 무효심판 시점의 입장 변경 문제

본 사건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신라보석의 자기모순적 태도입니다. 이는 대법원 판결에서 직접 다룬 사항이 아니라, 특허심판원 심결에서 독자적으로 지적한 내용입니다. 심결문에 따르면, 신라보석은 이 사건 등록상표를 출원할 당시에는 티르티르 상표와 비유사하다는 전제에서 출원·등록을 받았습니다. 특허청의 심사과정에서도 같은 전제에서 등록결정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런데 이후 신라보석이 티르티르 상표들에 대한 등록무효 심판 및 심결취소 소송 절차에서는 스스로 그 전제를 변경하여, 양 상표가 유사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였습니다. 이러한 입장 변경은 결국 상표 불사용의 원인이 객관적·외부적 요인이 아닌 주관적 사유에 기인한 것임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준비행위와 불사용 주장의 모순

또한 심결문은 신라보석이 한편으로는 화장품 관련 사용 준비행위를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선등록상표의 무효심판 미확정으로 사용할 수 없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서로 배치된다고 지적하였습니다.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 왜 적극적으로 사용 준비를 하였는지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실무적 의의 및 시사점 — 등록상표 관리에서 반드시 알아야 할 사항

이처럼 본 판결은 등록상표의 불사용에 대한 “정당한 이유”의 범위를 보다 명확히 한 점에서 실무적으로 중요한 의의가 있습니다.

등록상표는 반드시 사용해야 한다

상표를 등록받았다면 3년 이내에 반드시 지정상품에 대한 실제 상거래에서의 사용을 개시해야 합니다. 단순한 사용 준비행위(패키징 디자인 개발, 사업자 등록, 업체 접촉 등)만으로는 상표법상 “사용”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경쟁사 분쟁은 불사용의 변명이 되지 않는다

경쟁사와 상표 분쟁이 진행 중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자신의 등록상표를 사용하지 않는 정당한 이유가 되지 않습니다. 상표를 사용할지 여부는 상표권자의 자기 결정 영역이며, 그에 따른 결과도 상표권자에게 귀속됩니다.

사용 전략은 분쟁 상황과 별도로 수립해야 한다

본 판결이 시사하는 주요 실무 교훈은, 등록상표의 사용 전략을 경쟁사와의 분쟁 진행 상황과 별도로 수립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분쟁이 유리하게 해결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사용하겠다는 전략은 불사용취소의 위험을 초래합니다.

침해 우려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법적 수단을 활용해야 한다

대법원이 명시한 바와 같이, 상표권 침해가 문제되는 경우 상표권자에게는 권리남용 항변이나 등록무효 심판 청구 등 법적 구제수단이 있습니다. 이러한 수단을 활용하면서 동시에 등록상표를 사용하는 것이, 사용을 전면 보류하는 것보다 상표권 보전에 유리합니다.

관련 판결과의 비교 — 불사용 정당한 이유의 인정 범위

본 판결과 비교할 수 있는 사안으로, 파산 절차에서의 불사용 정당한 이유가 문제된 사례들이 있습니다. 파산이라는 외부적 사유로 영업 자체가 불가능해진 경우는, 본 사건에서 문제된 “경쟁사 상표권 침해 우려”와는 그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파산은 상표권자가 통제할 수 없는 객관적 사유에 해당할 여지가 있는 반면, 경쟁사와의 분쟁 상황에서의 사용 보류는 상표권자의 자발적 선택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불사용취소 방어 전략과 관련하여, OEM 수출이나 묵시적 통상사용권에 의한 사용 주장이 인정된 특허법원 판례들도 참고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례들은 “사용” 자체를 입증하는 방어 전략이 “정당한 이유” 주장보다 실무적으로 더 효과적일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본 판결이 다루지 않는 한계

본 판결은 타인 상표권 침해 우려가 불사용의 정당한 이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판시하였으나, 다음과 같은 사항은 별도로 다루고 있지 않습니다.

(1) 법원이나 특허심판원으로부터 사용금지 가처분 또는 사용금지 명령이 내려진 경우에도 동일한 판단이 적용되는지 여부. 이러한 경우는 법률에 의한 규제에 준하는 객관적·외부적 요인으로 볼 여지가 있으나, 본 판결에서는 직접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2) 상표 간의 유사성이 객관적으로 매우 높아 동일 상표 수준의 충돌이 있는 경우에도 동일한 기준이 적용되는지 여부. 본 사건에서 대법원은 양 상표의 외관은 유사하지 않고 호칭만 유사하다고 판시하였으므로, 동일 상표 수준의 충돌이 있는 극단적 사안에서의 판단은 유보된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습니다.

(3) 파기환송 후 특허법원이 다른 사정을 추가로 심리하여 다른 결론에 이를 가능성. 대법원은 정당한 이유에 관한 법리 오해만을 파기 사유로 삼았으므로, 환송심에서 다른 쟁점이 추가로 다루어질 수 있습니다.


작성자: 여인재 변리사 | 프로필 보기 전문분야: 상표·디자인 분쟁, 특허 심판·소송 최종 업데이트: 2026-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