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 특허무효심판에서 진보성 방어가 어려운 이유
- 청구인의 공격 — 구성요소 9개 분해, 선행문헌 11개 조합
- 특허권자 측의 방어 논리는 무엇이었는가?
- 심판원은 왜 무효 청구를 기각하였는가?
- 특허무효심판 진보성 방어,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
- 이 사건의 한계
사후적 고찰 금지 원칙이 특허무효심판에서 진보성 방어의 핵심 무기로 작동한 사건입니다. 청구인은 특허청구항의 구성요소를 9개로 분해한 뒤 11개 선행문헌에서 각각 대응 요소를 추출하고, 분자량 환산계수까지 적용하여 수치를 역산하는 방식으로 진보성을 부정하려 하였습니다. 특허심판원은 이를 전면 배척하였습니다. 구성요소를 기계적으로 분해하여 사후적으로 짜맞추는 방식은 진보성 판단에서 허용되지 않는다는 사후적 고찰 금지 원칙이 다시 한번 확인된 사건입니다(2025당780, 2026. 4. 3. 심결).
특허무효심판에서 진보성 방어가 어려운 이유
이 사건에서는 진보성 판단에 앞서, 청구인인 산업협동조합이 특허법 제133조 제1항의 이해관계인에 해당하는지가 먼저 다투어졌습니다. 심판원은 청구인이 비영리법인이고 직접적인 제조·판매 설비를 보유하지 않더라도, 조합원 제품에 대한 단체표준 제정·품질인증·공동유통 등 산업조정 기능을 수행하고 있어 직접적이고 현실적인 이해관계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 선결 쟁점을 넘긴 후, 본안인 진보성 판단이 이루어졌습니다.
특허무효심판을 제기받은 특허권자는 방어가 쉽지 않습니다. 공격하는 쪽은 선행문헌을 자유롭게 골라서 조합할 수 있지만, 방어하는 쪽은 이미 등록된 청구항을 기준으로 대응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선행문헌이 많을수록 방어 부담이 커집니다. 개별 구성요소 하나하나를 따져 보면, 대부분은 어딘가에 비슷한 기재가 존재하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러한 방식의 진보성 판단을 명확히 경계하고 있습니다. 특허 진보성 판단, 구성요소를 쪼개서 보면 다 공지라는 함정에서 다룬 바와 같이, 결합발명의 진보성 판단에서는 개별 구성요소가 공지인지가 아니라, 유기적으로 결합된 전체로서의 구성이 곤란한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이번 사건은 이 원칙이 실제 무효심판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청구인의 공격 — 구성요소 9개 분해, 선행문헌 11개 조합
공격 전략의 구조
청구인은 특허 제1930299호의 청구항 제1항을 다음과 같이 분해하여 공격하였습니다. 대상 특허는 망간을 주성분으로 하는 착색제를 이용한 착색벽돌 조성물 및 그 제조방법에 관한 것입니다.
청구인의 구성요소별 대비 구조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구성요소 | 이 사건 특허 | 청구인이 제시한 대응 선행문헌 |
|---|---|---|
| 주원료 (토사, 마사토) | 토사, 마사토 중 1종 이상, 50~100중량% | 비교대상발명 11(토사), 비교대상발명 3(마사토) |
| 입도 25메쉬 이하 분쇄 | 입도 25메쉬 이하로 분쇄 | 비교대상발명 2(10~30메쉬) |
| 주원료 함량 비율 | 주원료 50~100중량% | 비교대상발명 1(합산 환산 시 54~100중량%) |
| 부원료 (황토, 백토, 고령토) | 0~50중량% | 비교대상발명 8(황토, 고령토), 비교대상발명 9(백토) |
| 착색조성물 함량 | 0.5~2중량부 | 비교대상발명 3(안료 1.5~2.5중량부) |
| 이산화망간 함량 | MnO₂ 65~70중량부 | 비교대상발명 9(MnO₂ 1~4중량부) |
| 망간 함량 | Mn 40~45중량부 | 비교대상발명 10(MnO₂를 분자량 환산계수 0.632 적용하여 Mn으로 역산) |
| 철 함량 | Fe 6~8중량부 | 비교대상발명 10(Fe₂O₃를 분자량 환산계수 0.699 적용하여 Fe로 역산) |
| 이산화규소 함량 | SiO₂ 6~8중량부 | 비교대상발명 7(실리카 97% 이상 폐규석 미분) |
청구인은 이 같은 방식으로 제1항을 9개 구성요소로 분해한 뒤, 비교대상발명 1 내지 3 및 7 내지 11에서 각각 대응 요소를 추출하여 “실질적으로 동일하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나머지 청구항에 대해서도 추가 선행문헌(비교대상발명 4~6 등)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진보성 부정을 주장하였습니다.
분자량 환산이라는 수법
이 사건에서 주목할 부분은 청구인의 수치 대비 방식입니다. 청구인은 비교대상발명 10에 기재된 이산화망간(MnO₂) 3~10중량%에 분자량 환산계수 0.632를 적용하여 망간(Mn) 원소량 1.90~6.32%를 산출하고, 산화철(Fe₂O₃) 3~10중량%에 분자량 환산계수 0.699를 적용하여 철(Fe) 원소량 2.1~7.0%를 산출하였습니다.
이는 선행문헌에 기재된 산화물을 원소 단위로 역산하여 대상 특허의 원소량 기재와 대비하는 방식입니다. 선행문헌이 개시하지 않은 내용을 화학적 환산을 통해 만들어 낸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허권자 측의 방어 논리는 무엇이었는가?
(1) 유기적 결합 전체로서의 판단
특허권자 측은 이 사건 특허의 기술사상이 개별 원료나 수치가 아니라, 원료계와 착색조성물의 유기적 결합 전체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였습니다. 이 사건 특허는 통상 주원료로 채택하기 곤란하다고 인식되던 토사 또는 마사토를 원료계의 중심에 두면서도, 특정 망간계 착색조성물과의 결합을 통해 착색, 저온소성, 우수한 물성을 동시에 달성하는 것입니다. 개별 구성요소를 따로 떼어 보면 안 되고, 이러한 전체 기술사상의 곤란성을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방어의 출발점이었습니다.
(2) 비교대상발명들 간의 이질성
11개 비교대상발명은 각각 상이한 원료계를 전제로 하고 있었습니다. 고령토-장석-점토계, 백토-흑점토계, 점토-맥반석계, 점토-폐규석계, 황토-고령토-소석회계, 백토-흑점토-산업폐기물계, 점토-마사-금속산화물계, 폐토사 재활용계 등으로, 서로 기술적 과제와 해결수단이 다른 발명들이었습니다.
이처럼 서로 다른 원료계와 기술적 전제를 가진 문헌들에서 개별 성분만을 추출하여 조합하는 것은, 같은 선행발명, 다른 대비 — ‘새로운 거절이유’의 판단 기준에서도 살펴본 바와 같이, 진보성 대비의 적절한 방식이 될 수 없습니다.
(3) 결합 동기의 부존재
특허권자 측은 선행기술 어디에도 이 사건 특허와 같은 전체 구성을 채택할 암시나 동기가 없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입증하였습니다. 비교대상발명 11의 폐토사는 건설폐기물 재활용 과정에서 얻어진 것으로서 자연상태의 토사와 출처와 성상이 다르고, 비교대상발명 3이나 10의 마사토 또는 마사는 다른 원료와 함께 사용되는 보조 원료에 불과하여, 이 사건 특허처럼 주원료 50~100중량%를 구성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구조라는 점이 지적되었습니다.
(4) 사후적 고찰 금지 원칙 원용
방어측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사후적 고찰 금지 원칙이었습니다. 청구인의 주장 방식 자체가, 대상 특허의 명세서에 기재된 발명의 내용을 이미 알고 있음을 전제로, 구성요소를 역으로 재배열하고 수치를 역산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점이 부각되었습니다.
심판원은 왜 무효 청구를 기각하였는가?
판단의 법적 근거
특허심판원은 진보성 판단의 대원칙을 다음과 같이 설시하였습니다.
“어느 특허발명의 청구범위에 기재된 청구항이 복수의 구성요소로 되어 있는 경우에는 각 구성요소가 유기적으로 결합한 전체로서의 기술사상이 진보성 판단의 대상이 되는 것이지 각 구성요소가 독립하여 진보성 판단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므로, 그 특허발명의 진보성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청구항에 기재된 복수의 구성을 분해한 후 각각 분해된 개별 구성요소들이 공지된 것인지 여부만을 따져서는 안 되고, 특유의 과제 해결원리에 기초하여 유기적으로 결합된 전체로서의 구성의 곤란성을 따져 보아야 한다.” — 대법원 2007. 9. 6. 선고 2005후3284 판결, 대법원 2009. 7. 9. 선고 2008후3377 판결
제1항 발명에 대한 판단
심판원은 청구인이 제시한 구성요소별 대비를 세 개의 차이점으로 나누어 검토하였습니다.
(1) 원료계의 차이 (차이점 1)
이 사건 특허는 토사 또는 마사토를 주원료 50~100중량%로 사용합니다. 통상 토사는 여러 종류의 흙이 섞여 불균일한 상태여서 주원료로 채택하기 곤란하다고 인식되어 왔습니다. 그럼에도 이 사건 특허는 토사 또는 마사토를 원료계의 중심에 두고, 특정 착색조성물과의 결합을 통해 품질을 확보하는 데 기술적 의의가 있습니다.
반면 11개 비교대상발명은 고령토, 장석, 점토, 백토, 맥반석, 폐규석, 소석회 등 각기 다른 원료계를 전제로 하고 있어, 이 사건 특허와 같은 원료계 전체를 채택하고 있는 문헌은 없었습니다.
(2) 착색조성물의 차이 (차이점 2)
이 사건 특허의 기술적 특이성은 착색 및 점결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착색조성물을 0.5~2중량부(벽돌 소재 100중량부 기준으로 0.5~2%에 해당하는 극소량)만 사용하면서도, 별도의 점결제나 첨가제 없이 착색과 물성 확보를 동시에 달성하는 데 있습니다. 비교대상발명들은 복수의 개별 첨가제, 표면도포재, 대량 배합재를 사용하는 구조여서, 이 사건 특허와 같은 소량 단일 조성물 구조를 전제로 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3) 착색조성물 내부 조성의 차이 (차이점 3)
이 사건 특허는 이산화망간, 망간, 철, 이산화규소가 하나의 착색조성물 안에서 특정 함량범위로 결합되어 존재하는 구성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비교대상발명들에는 망간계, 철계, 규소계 성분이 산발적으로 나타나기는 하나, 이는 개별 첨가제이거나 천연 원료의 일반적 성분으로 언급될 뿐, 하나의 조성물 안에 특정 범위로 조합된 구성은 전혀 개시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분자량 환산 방식에 대한 판단
심판원은 청구인의 분자량 환산 논증에 대하여 특히 강하게 배척하였습니다.
“비교대상발명 10에 기재된 화합물 또는 산화물을 사후적으로 원소량으로 환산하고, 다시 그 환산값을 이 사건 제1항 발명의 특정 성분비와 대비하여 동일성을 논하는 것은, 비교대상발명 10이 실제로 개시한 기술내용을 있는 그대로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이 사건 제1항 발명을 기준으로 수치를 역산하여 맞추는 것에 불과하다.”
이는 선행기술의 개시 내용을 있는 그대로 파악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것입니다.
나머지 청구항에 대한 판단
심판원은 제3항 및 제9항(전처리 공정: 노천 1차 숙성 → 25메쉬 이하 분쇄 → 사일로 2차 숙성), 제7항(건조-소성 공정: 35~95℃ 건조, 700~1,110℃ 소성)에 대해서도 동일한 법리를 적용하여 진보성 부정을 배척하였습니다. 각 공정이 제1항의 원료계 및 착색조성물과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기능하는 것이므로, 개별 공정요소를 선행문헌에서 추출하여 재배열하는 방식으로는 진보성을 부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나아가 제4항, 제5항(제1항 또는 제3항의 종속항), 제10항, 제11항(제7항 또는 제9항의 종속항)에 대해서도, 독립항의 진보성이 부정되지 않는 이상 종속항의 진보성 역시 부정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특허무효심판 진보성 방어,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
이 사건에서 도출되는 실무상 시사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전체로서의 기술사상을 강조하라
상대방이 구성요소를 분해하여 공격할 때, 방어측은 “개별 구성요소가 공지인지”가 아니라 “유기적으로 결합된 전체로서의 구성이 곤란한지”를 판단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점을 일관되게 주장하여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도 토사-착색조성물의 유기적 결합이 방어의 중심이었습니다.
(2) 선행문헌 간 결합 동기의 부존재를 입증하라
선행문헌의 수가 많을수록, 각 문헌의 기술적 과제와 해결수단이 서로 다르다는 점을 체계적으로 분석하여 제시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11개 문헌이 각각 서로 다른 원료계를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이 결합 동기 부존재의 핵심 근거가 되었습니다.
(3) 사후적 고찰 금지 원칙을 적극 활용하라
상대방이 대상 특허의 명세서를 알고 있음을 전제로 선행기술을 역으로 재배열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여야 합니다. 특히 분자량 환산, 수치 역산, 백분율 환산 등 인위적인 계산을 통해 동일성을 주장하는 경우, 이는 선행기술이 실제로 개시한 내용을 넘어서는 사후적 판단에 해당한다는 반박이 유효합니다.
(4) 비교대상발명을 있는 그대로 파악하라고 요구하라
진보성 판단에서 선행기술은 “있는 그대로” 파악하여야 합니다. 산화물을 원소량으로 환산하거나, 중량부를 백분율로 환산하는 등의 인위적 가공은 선행기술의 개시 범위를 넘어서는 것입니다. 이 사건의 심결은 이 점을 명확히 확인하였습니다.
(5) 종속항의 유기적 결합 관계를 활용하라
종속항에 대한 진보성 공격에 대해서는, 종속항의 부가 구성이 독립항의 원료계와 유기적으로 결합될 때 비로소 의미가 있다는 점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전처리 공정(제3항, 제9항)과 건조-소성 공정(제7항)은 모두 제1항의 원료계에 종속되어 기능하는 것으로 판단되었습니다.
이 사건의 한계
이 사건의 판단은 착색벽돌 조성물이라는 특정 기술분야에서의 원료계 결합 관계를 전제로 한 것입니다. 기술분야가 다르거나 구성요소 간 결합의 유기성이 약한 경우에는 동일한 결론이 도출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또한 이 사건은 특허심판원 심결이므로, 향후 특허법원에서 다투어질 가능성이 있으며, 그 경우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특허무효심판에서 진보성 방어에 직면한 특허권자는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기술분야의 특성에 맞추어 방어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특히 상대방이 다수의 선행문헌을 조합하여 공격하는 경우, 사후적 고찰 금지 원칙을 축으로 하여 유기적 결합 전체로서의 기술사상과 결합 동기의 부존재를 체계적으로 입증하는 것이 방어의 핵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