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사무소 소담의 여인재 변리사입니다.
얼마 전 흥미로운 사건을 마무리했습니다. 직물 디자인 등록에 대한 이의신청을 방어하는 일이었는데, 겉보기엔 비슷해 보이는 두 디자인의 차이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가 관건이었죠. 다행히 특허청으로부터 등록 유지 결정을 받았고, 이 과정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여러분과 나누고자 합니다.
디자인 등록 후에도 안심은 금물
많은 분들이 디자인 등록증을 받으면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하시는데, 실제로는 그때부터가 시작입니다. 등록공고일로부터 3개월간은 누구든지 이의신청을 제기할 수 있거든요. 특히 경쟁이 치열한 텍스타일 업계에서는 이런 일이 드물지 않게 발생합니다.
이의신청 제도는 사실 필요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심사 과정에서 놓친 부분을 공중이 지적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니까요. 문제는 이의신청이 들어왔을 때 권리자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입니다. 대응 기간도 짧고, 심사관 3인의 합의체를 설득해야 하니 부담이 상당합니다.
바구니 짜임 패턴, 뭐가 다른가
이번 사건의 쟁점은 명확했습니다. 우리 의뢰인의 직물지 디자인(제1297883호)과 이의신청인이 제시한 침구용 원단 디자인이 모두 ‘바구니 짜임’ 형태의 기하학적 패턴을 사용하고 있었거든요. 솔직히 처음 봤을 때는 저도 ‘이거 비슷한데?’ 싶었습니다.
하지만 디자인 실무를 오래 하다 보면 알게 됩니다. 전체적인 인상이 비슷해 보여도 디테일이 다르면 완전히 다른 디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요. 특히 기하학적 패턴처럼 널리 사용되는 모티프일수록 세부 구성의 차이가 중요해집니다.

세 가지 차이점이 만든 결정적 순간
답변서를 준비하면서 두 디자인을 수십 번 비교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찾아낸 핵심 차이점은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 기본 단위 패턴의 형태가 달랐습니다. 우리 디자인은 평행사변형, 상대방은 직사각형이었죠. 이 차이가 뭐 그리 대단하냐고요? 평행사변형은 기울어진 형태 때문에 시각적 긴장감을 만들어냅니다. 반면 직사각형은 안정적이고 차분한 느낌을 주죠. 패션 디자이너들이 패턴 하나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미묘한 차이 때문입니다.
둘째, 패턴을 구성하는 개수가 달랐습니다. 우리는 4개 단위로 묶음을 만들었고, 상대방은 3개였습니다. 숫자 하나 차이지만, 이게 전체 리듬감을 완전히 바꿔놓더라고요. 음악에서 3박자와 4박자가 다른 것처럼 말입니다.
셋째, 패턴 사이 공간 처리가 달랐습니다. 우리 디자인은 묶음 사이를 비워두어 통기성 있는 느낌을 주었고, 상대방은 빈틈없이 채워 밀도감을 표현했습니다. 이 차이가 평면적 느낌과 입체적 느낌의 차이를 만들어냈습니다.
특허청 심사관들을 설득한 논리
이런 차이점들을 단순히 나열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왜 이런 차이가 ‘다른 심미감’을 형성하는지를 논리적으로 설명해야 했죠. 대법원 판례를 인용하면서, 디자인의 유사 여부는 세부적인 점의 동일 여부가 아니라 전체적으로 보는 사람이 느끼는 심미감의 차이로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특히 기하학적 패턴 디자인의 경우 유사 범위를 좁게 해석해야 한다는 최근 심사 경향도 적극 활용했습니다.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기본 모티프일수록, 작은 차이에도 큰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는 논리였죠.
결국 특허청은 우리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였습니다. 세 가지 차이점이 종합적으로 작용하여 두 디자인이 서로 다른 심미감을 준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디자인 분쟁, 초기 대응이 승부처
이번 사건을 통해 다시 한번 느낀 것은 이의신청 대응에서 초기 전략이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점입니다. 답변서 제출 기한이 정해져 있고, 한 번 제출한 주장을 뒤집기는 어렵기 때문에 처음부터 제대로 된 방어 논리를 구성해야 합니다.
실무 경험상, 디자인 이의신청을 당하신 분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감정적으로 대응하거나 지나치게 기술적인 설명에만 치중하는 것입니다. 심사관들은 법리와 판례에 근거한 논리적 주장을 원합니다. 또한 디자인 분야별로 심사 기준과 경향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분야의 특수성을 이해하고 있는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마치며
디자인권은 겉으로 드러나는 미감을 보호하는 권리입니다. 그만큼 주관적이고 애매한 영역이 많죠.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전문가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미세한 차이를 발견하고, 그 차이가 가진 의미를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하니까요.
만약 여러분의 디자인에 이의신청이 제기되었다면, 혼자 고민하지 마시고 빠르게 전문가와 상담받으시길 권합니다. 특히 패턴 디자인, 텍스타일 디자인처럼 유사 판단이 까다로운 분야일수록 더욱 그렇습니다.
디자인은 창작자의 노력과 투자가 담긴 소중한 자산입니다. 그 가치를 제대로 지켜드리는 것이 저희 특허사무소 소담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