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 모인출원 무효심판에서 청구인 적격이란 무엇인가?
- 사건의 사실관계 — 산학협력에서 시작된 특허 분쟁
- 대법원은 묵시적 권리 이전을 어떻게 판단하였는가?
- 대법원 판결의 세 가지 논리 단계
대법원 2022후10814 판결(2025. 1. 9. 선고)은 발명자가 타인 명의의 특허출원 과정에 적극 협력하면서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경우, 묵시적으로 특허받을 수 있는 권리를 이전한 것으로 보아 모인출원 무효심판의 청구인 적격을 부정하였습니다. 이 글의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발명자라 하더라도 출원 과정에 관여하면서 타인 명의 출원을 묵인하였다면, 이후 마음이 바뀌더라도 모인출원을 이유로 한 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없습니다. 산학협력 연구에 참여하는 발명자라면 반드시 서면 계약으로 권리관계를 명확히 해 두어야 합니다.
모인출원 무효심판에서 청구인 적격이란 무엇인가?
모인출원이란, 발명을 하지 않은 사람(무권리자)이 정당한 발명자의 발명을 도용하여 자기 명의로 특허출원을 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러한 모인출원에 의해 특허가 등록되면, 정당한 권리자는 특허법 제133조 제1항에 따라 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2016년 2월 29일 특허법 개정(법률 제14035호)으로, 제133조 제1항에 중요한 괄호 조항이 신설되었습니다. 이 괄호 조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해관계인(제2호 본문의 경우에는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자만 해당한다) 또는 심사관은 특허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즉, 모인출원(제2호)을 이유로 무효심판을 청구하려면, 단순한 이해관계인이 아니라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자”여야 합니다. 종전에는 이해관계인이면 누구나 모인출원을 이유로 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있었으나, 개정 이후에는 정당한 권리자만 청구할 수 있도록 제한된 것입니다.
이 괄호 조항은 같은 개정에서 함께 신설된 특허법 제99조의2(특허권의 이전청구) 제도와 짝을 이룹니다. 정당한 권리자에게 무권리자의 특허를 무효로 하는 것 외에, 곧바로 특허권 이전을 청구할 수 있는 새로운 구제수단을 부여하되, 모인출원 무효심판은 정당한 권리자에게만 허용하여 무분별한 무효심판 청구를 방지하려는 취지입니다. 이 괄호 조항은 2017년 3월 1일 이후 설정등록되는 특허부터 적용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청구인 적격의 판단 시점입니다. 대법원 2007후4625 판결(2009. 9. 10. 선고)에 따르면, 심판청구인이 정당한 권리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심결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심판청구 당시가 아니라 심결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하므로, 심판 진행 중에 권리관계가 변동되면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사건의 사실관계 — 산학협력에서 시작된 특허 분쟁
이 사건의 배경에는 대학 교수와 기업 사이의 산학협력 연구가 있습니다. 시간순으로 주요 사실관계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당사자 관계
| 구분 | 인물/단체 | 역할 |
|---|---|---|
| 청구인(원고) | 이창우 | 한국산업기술대학교 교수, 주식회사 아이알더블유 대표, 이 사건 특허의 발명자 |
| 출원인 | 김규현 | 주식회사 힘펠 직원 (특허 출원인) |
| 피청구인(피고) | 주식회사 힘펠 | 환풍기 제조업체, 현 특허권자 |
주요 경과
| 일자 | 사건 |
|---|---|
| 2018. 5. 10. | 1차 연구계약 체결 (힘펠 – 한국산업기술대 산학협력단, 연구비 6천만원, 연구기간 12개월) |
| 2018. 9. 25. | 발명자 이창우, 특허법인 주원(대리인)에 발명자료 전달 |
| 2018. 11. 6. | 대리인으로부터 명세서 초안 수령, 검토 |
| 2018. 12. 19. | 특허출원 (출원인: 김규현, 발명자: 이창우) |
| 2019. 2. 19. | 심사관 면담 (이창우 + 출원인 김규현 함께 참석) |
| 2019. 3. 22. | 특허등록 (제10-1963411호, ‘정풍량 제어 방법’) |
| 2019. 5. 31. | 2차 연구계약 체결 (6천만원) |
| 2019. 6. 7. | 김규현 → 힘펠에 특허권 전부 이전 |
| 2019. 8. 19. | 힘펠 – 이창우 간 연구개발 위탁 용역 합의서 체결 (1억원) |
| 2020. 3. 4. | 이창우, 모인출원 무효심판 청구 |
주목할 점은, 발명자 이창우가 단순히 발명만 한 것이 아니라, 출원을 위해 대리인에게 발명자료를 직접 전달하고, 명세서 초안을 검토하며, 심사관 면담에까지 출원인 김규현과 함께 참석하였다는 사실입니다. 이 과정에서 출원인이 김규현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습니다.
1차 연구계약의 주요 내용
1차 연구계약서의 권리귀속 조항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 제6조(연구 결과의 귀속 및 실시): “본 계약에 의거 생성되는 모든 연구결과물은 원칙적으로 ‘갑'(힘펠)의 단독소유로 사용, 수익 및 처분에 관한 권리는 ‘갑’만이 행사할 수 있다.”
- 제7조(지적재산권의 출원): “본 연구결과로 지적재산권을 취득하고자 할 경우 ‘갑’과 ‘을’의 합의에 의한다.”
이 사건 특허는 1차 연구계약 기간(2018. 6. 1. ~ 2019. 5. 31.) 중에 출원(2018. 12. 19.)되고 등록(2019. 3. 22.)되었으므로, 연구계약의 적용 범위 안에 있었습니다.
특허심판원의 판단 — 2020당703 심결(2021. 7. 8.)
특허심판원은 이 사건 심판청구를 각하하였습니다. 이에 앞서, 청구인 이창우는 ① 청구인과 피청구인 간에 특허 기술료를 지급한다는 구두계약이 있었고 이 사건 특허 기술을 주도적으로 개발하여 양도한 것이므로 자신이 진정한 발명자라는 점, ② 이 사건 특허는 1차 연구계약의 시작일(2018. 6. 1.) 이전에 이미 완성되었으므로 1차 연구계약의 결과물이 아니라는 점을 주장하였습니다.
특허심판원이 이를 배척하고 각하한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이 사건 특허는 2019년 3월 22일 등록되었으므로, 2017년 3월 1일 이후 설정등록분에 적용되는 특허법 제133조 제1항 괄호 조항이 적용됩니다. 따라서 모인출원을 이유로 한 무효심판은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자”만 청구할 수 있습니다.
(2)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는 발명의 완성과 동시에 발명자에게 원시적으로 귀속되지만, 이는 재산권으로서 계약 또는 상속 등을 통하여 이전할 수 있고, 그 이전 계약은 묵시적으로도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대법원 2011다67705 판결 참조).
(3) 발명자 이창우는 이 사건 특허의 출원부터 심사, 등록에 이르는 전 과정, 즉 명세서 초안 검토, 특허청 의견제출통지서에 대한 의견 교환, 심사관 면담자료 검토, 특허 등록결정서 접수에 이르기까지 대리인(특허법인 주원)과 적극 협력하였고, 출원인이 김규현인 것을 알면서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면, 이창우는 특허받을 수 있는 권리를 출원인 김규현에게 최소한 묵시적으로 이전하였다고 봄이 상당합니다.
(4) 청구인이 주장하는 “1차 연구계약 이전 완성” 주장에 대하여는, 청구인이 제출한 메일과 소스코드가 동일 제품을 가리킨다고 볼 충분한 근거가 없으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구두 기술개발계약(3년간 2억씩 총 6억원)의 존재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서면으로 체결된 계약들(1차 연구비 6천만원, 2차 연구비 6천만원, 위탁 용역 1억원)에 비해 훨씬 큰 규모의 계약을 구두로만 하였다는 것은 일반적 거래관행상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이유였습니다.
(5) 따라서 이창우는 심결 당시 특허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정당한 권리자가 아니므로, 청구인 적격이 없어 심판청구를 각하합니다.
특허법원의 판단 — 2021허4232(2022. 9. 28.)은 어떠하였는가?
이창우는 특허심판원의 각하 심결에 불복하여 특허법원에 심결취소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특허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다만, 특허법원 원심판결의 전문은 대법원 판결에서 인용된 범위 내에서만 확인이 가능합니다. 대법원은 “원심의 이유 설시에 일부 부적절한 부분이 있으나”라고 지적하면서도, “원고가 특허법 제133조 제1항 전문에서 정한 이해관계인에 해당하지 않아 이 사건 심판청구가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한 이 사건 심결이 정당하다”는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즉, 특허법원의 이유 설시에는 일부 부적절한 부분이 있었으나, 심판청구를 기각한 결론 자체에는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묵시적 권리 이전을 어떻게 판단하였는가?
대법원 제1부(재판장 노태악, 주심 신숙희)는 2025년 1월 9일 상고를 기각하였습니다. 대법원이 제시한 법리의 골격은 다음과 같습니다.
대법원 판결의 세 가지 논리 단계
대법원 판결문은 크게 세 단계의 논리로 구성됩니다.
(1) 모인출원 무효심판의 청구인 적격 제한: 특허법 제33조 제1항은 “발명을 한 사람 또는 그 승계인”이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제133조 제1항 괄호 조항은 무권리자의 출원을 무효사유로 한 무효심판의 청구인 적격을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지는 정당한 권리자 또는 심사관”으로 한정합니다. 청구인 적격이 없는 자가 제기한 무효심판청구는 부적법하므로, 무효사유를 판단할 필요 없이 각하하여야 합니다(대법원 97후235 판결).
(2) 묵시적 권리 이전의 인정: 특허받을 수 있는 권리는 발명의 완성과 동시에 발명자에게 원시적으로 귀속되었다가, 원고와 피고의 묵시적 합의에 따라 피고의 직원인 출원인(김규현)에게 적법하게 이전되었습니다. 대법원은 이를 직접적으로 인정하였습니다.
(3) 결론: 원고는 심결 당시 정당한 권리자가 아니므로 청구인 적격이 없고, 심판청구는 부적법하여 각하되어야 합니다. 모인출원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여부는 판단할 필요조차 없습니다.
대법원 판시의 의미
대법원 판결문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다음 문구입니다.
“이 사건 특허발명에 관한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는 발명의 완성과 동시에 발명자인 원고에게 원시적으로 귀속되었다가 원고와 피고의 묵시적 합의에 따라 피고의 직원인 소외인에게 적법하게 이전되었으므로, 원고는 이 사건 심결 당시 이 사건 특허발명에 관한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지는 정당한 권리자가 아니다.”
대법원은 원고가 “발명자”라는 사실 자체는 부정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발명자로서 원시적으로 귀속된 권리가 이미 묵시적으로 이전되었기 때문에, 심결 시점에서는 더 이상 정당한 권리자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이는 대법원 2011다67705 판결(2012. 12. 27. 선고)에서 확립된 법리, 즉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이전하기로 하는 계약은 명시적으로는 물론 묵시적으로도 이루어질 수 있다”는 법리를 모인출원 무효심판의 청구인 적격 판단에 적용한 것입니다.
실무적 의의 및 시사점 — 산학협력 발명자가 주의할 점
이처럼 본 판결은 발명자가 타인 명의의 출원 과정에 협력하면서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묵시적으로 특허받을 수 있는 권리를 이전한 것으로 인정될 수 있음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이 판결이 실무에 주는 시사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서면 계약 없는 산학협력은 발명자 권리를 잃을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발명자는 자신이 기술을 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 측 인사의 명의로 출원하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습니다. 산학협력 연구계약서에 “연구결과물은 갑의 단독소유”라는 조항이 있었고, 발명자는 출원 전 과정에 적극 관여하였습니다. 이 상황에서 법원은 권리 이전에 대한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따라서 산학협력에 참여하는 대학 연구자는 연구계약 체결 단계에서 특허받을 수 있는 권리의 귀속에 관하여 명확한 서면 합의를 해야 합니다. 특히 발명자 단독 또는 공동 명의로 출원할 것인지, 기업 명의로 출원하되 기술료를 지급할 것인지 등을 구체적으로 약정해 두어야 합니다.
(2) 구두 계약은 입증이 극히 어렵습니다
이 사건에서 발명자는 “3년간 매년 2억원씩 총 6억원의 기술개발 계약을 구두로 체결하였다”고 주장하였으나,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서면으로 체결된 계약들(연구비 6천만원, 용역대금 1억원)보다 더 큰 규모의 계약을 구두로만 하였다는 것은 거래관행상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이유였습니다.
기술개발 계약, 특히 특허받을 수 있는 권리의 귀속이나 이전에 관한 계약은 반드시 서면으로 체결하고, 발명자, 출원인, 권리귀속, 기술료 등을 명확히 기재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3) 출원 과정 참여 시 권리관계를 반드시 확인하여야 합니다
발명자가 명세서 검토, 의견서 작성 협의, 심사관 면담 참석 등 출원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도 타인 명의의 출원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행위는, 법원에 의해 묵시적 권리 이전의 중요한 근거로 평가됩니다.
출원 과정에 참여하는 발명자는, 출원인이 자신이 아닌 타인으로 되어 있는 경우 그 이유와 권리관계를 반드시 확인하고, 필요하다면 서면으로 이의를 제기하거나 별도의 권리귀속 합의서를 작성해야 합니다.
(4) 모인출원 무효심판 전략에서 청구인 적격은 최우선 검토 사항입니다
2017년 3월 1일 이후 등록된 특허에 대해 모인출원을 이유로 무효심판을 청구하려면, 청구인이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자”임을 입증해야 합니다. 이 입증에 실패하면, 모인출원의 실체(정말로 무권리자가 출원한 것인지)에 대한 판단 자체로 나아가지 못하고 각하됩니다.
따라서 모인출원 무효심판을 검토할 때에는, 발명자가 출원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하였는지,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권리를 이전한 사정이 있는지를 먼저 면밀히 검토하여야 합니다. 권리 이전이 인정될 여지가 있다면, 무효심판보다는 특허법 제99조의2에 따른 특허권 이전청구를 검토하는 것이 더 적절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이 다루지 않는 범위
본 글은 대법원 2022후10814 판결의 쟁점, 즉 모인출원 무효심판의 청구인 적격과 묵시적 권리 이전에 한정하여 분석하였습니다. 다음 사항은 이 글의 범위를 벗어납니다.
- 직무발명에 해당하는 경우의 권리귀속 문제(발명진흥법 적용 여부)
- 특허법 제99조의2에 따른 특허권 이전청구 소송의 구체적 요건과 절차
- 공동발명자 간의 지분 분쟁
- 모인출원이 아닌 다른 무효사유(진보성, 기재불비 등)에 기한 무효심판의 청구인 적격 — 이 경우에는 괄호 조항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이해관계인이면 족합니다(대법원 2017후2819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기재불비를 이유로 한 무효심판의 심급별 판단이 달라진 사례는 특허무효심판 기재불비 분석 글에서 다루고 있습니다.
- 이 사건 특허발명(‘정풍량 제어 방법’)의 기술적 내용 자체에 대한 분석
유사한 사안에서 구체적인 법률 조력이 필요한 경우에는 특허 전문 변리사 또는 변호사에게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작성자: 여인재 변리사 | 프로필 보기 전문분야: 상표·디자인 분쟁, 특허 심판·소송 최종 업데이트: 2026-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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