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침해에서 기능 관련 디자인 — 대법원이 제시한 ‘대체 형상 존재 여부’ 기준의 실무적 의미

디자인 침해에서 기능 관련 디자인 — 대법원이 제시한 ‘대체 형상 존재 여부’ 기준의 실무적 의미

목차

대법원 2020. 9. 3. 선고 2016후1710 판결은, 화물차량용 공구함 디자인의 등록무효 사건에서 기능과 관련된 형상이라는 이유만으로 디자인 유사 판단 시 그 중요도를 낮게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대법원은 “물품의 기능을 확보할 수 있는 선택 가능한 대체 형상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기능 불가결 형상이 아니므로 유사 판단에서 정당한 비중을 부여해야 한다는 기준을 명확히 하고, 등록디자인과 선행디자인이 전체적으로 유사하다는 원심 판단을 유지하여 상고를 기각하였습니다.


디자인 침해의 종래 실무와 판례 — 기능적 형상은 중요도를 낮추는 것이 관행

디자인의 유사 여부를 판단하는 기본 원칙은 대법원 판례를 통해 오래전부터 확립되어 있습니다. 대법원 2012. 6. 14. 선고 2012후597 판결은, 디자인의 유사 여부는 구성 요소를 분리하여 개별적으로 대비할 것이 아니라 외관을 전체적으로 대비 관찰하여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상이한 심미감을 느끼게 하는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지배적인 특징이 유사하다면 세부적인 점에 다소 차이가 있더라도 유사하다고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편, 대법원 2010. 5. 13. 선고 2010후265 판결은 디자인이 표현된 물품의 사용 시뿐만 아니라 거래 시의 외관에 의한 심미감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하여, 유사 판단의 시점을 확장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기본 원칙 아래에서, 실무적으로는 양 디자인의 공통 부분이 물품의 기능을 확보하는 데 불가결한 형상인 경우 그 중요도를 낮게 평가하는 것이 관행이었습니다. 디자인보호법 제34조 제4호 역시 “물품의 기능을 확보하는 데에 불가결한 형상만으로 된 디자인”은 디자인등록을 받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어, 기능적 형상의 중요도를 낮추는 것은 법리적으로도 근거가 있는 접근이었습니다.

그런데 실무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기능과 관련된 형상”과 “기능을 확보하는 데 불가결한 형상”의 경계입니다. 이 사건에서도 피고 측은 양 디자인의 공통 부분이 기능적 형상이므로 중요도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였으며, 실무적으로도 이러한 주장은 디자인 분쟁에서 빈번하게 제기됩니다. 그러나 기능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과 기능 확보에 “불가결”하다는 것은 전혀 다른 개념입니다. 본 판결은 바로 이 구별 기준을 명확히 한 사건입니다.


사건 사실관계 — 화물차량용 공구함, 구조적 공통점과 세부 차이

이 사건은 ‘화물차량용 공구함’을 대상물품으로 하는 등록디자인에 대하여, 원고(주식회사 대륜캐리어테크)가 선행디자인과 유사하다는 이유로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등록무효심판을 거쳐 특허법원(2016허2010)에서도 등록무효로 판단되자, 피고(디자인권자)가 불복하여 대법원까지 다투었습니다.

등록디자인과 선행디자인의 비교

양 디자인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구분이 사건 등록디자인선행디자인
좌측 상부모서리직육면체 형상의 절개홈 형성동일한 절개홈 형성
전면 여닫이문직사각형, 좌측 상부 45도 절삭동일한 형태
몸체 상단 우측기다란 경사면 형성동일한 경사면
우측면 후방 중앙반구형 요입홈이 경사지게 형성동일한 요입홈
배면 우측중간부위까지 하향 경사면동일한 경사면
배면 중앙수직 요입홈 형성동일한 요입홈
몸체부 및 여닫이문 무늬양각으로 형성된 무늬음각으로 형성된 무늬

위 비교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양 디자인은 6가지 구조적 특징에서 공통되며, 몸체부 및 여닫이문 부분에 양각 또는 음각으로 형성된 무늬의 위치와 모양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이 사건 등록디자인

이 사건 등록디자인 — 화물차량용 공구함 사시도

선행디자인

선행디자인 — 화물차량용 공구함 사시도

위 두 도면을 대비하면, 전체적인 몸체 형상 — 좌측 상부의 직육면체 절개홈, 전면 여닫이문의 좌측 상부 45도 절삭, 우측의 반구형 요입홈 — 이 매우 유사하다는 점을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차이점은 몸체부 및 여닫이문 표면의 양각/음각 무늬 위치와 모양에 한정됩니다.


사건의 경과 — 특허법원에서 대법원까지

특허법원 2016. 7. 15. 선고 2016허2010 판결은, 이 사건 등록디자인이 선행디자인과 유사한 디자인에 해당하므로 등록이 무효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에 피고(디자인권자)가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은 “같은 취지의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며 상고를 기각하였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 ‘대체 형상 존재 여부’가 기능적 형상 판단의 분수령

피고는 상고이유에서, 양 디자인의 공통 부분은 화물차량용 공구함의 기능적 형상이므로 유사 판단에서 중요도를 낮게 평가해야 하고, 이를 제외하면 양 디자인은 유사하지 않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주장을 배척하고, 다음과 같은 법리를 제시하였습니다.

(1) 기능 불가결 형상의 중요도 저감 원칙

대법원은 우선 기존 법리를 확인하였습니다. 양 디자인의 공통되는 부분이 물품의 기능을 확보하는 데에 불가결한 형상인 경우에는 그 중요도를 낮게 평가하여야 하므로, 이러한 부분들이 유사하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양 디자인이 서로 유사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2) 대체 형상 존재 시 — 기능 불가결이 아니다

이어서 대법원은 결정적인 기준을 제시하였습니다.

“물품의 기능을 확보할 수 있는 선택 가능한 대체 형상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물품의 기능을 확보하는 데에 불가결한 형상이 아니므로, 이 경우 단순히 기능과 관련된 형상이라는 이유만으로 디자인의 유사 여부 판단에 있어서 그 중요도를 낮게 평가하여서는 아니 된다.”

이 판시는 “기능 관련 형상”과 “기능 불가결 형상”을 명확히 구별한 것입니다. 기능과 관련이 있더라도 동일한 기능을 달성할 수 있는 다른 형태의 디자인이 가능하다면, 그 형상은 기능에 불가결한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유사 판단에서 정당한 비중을 부여받아야 합니다.

(3) 본 사건에의 적용

대법원은 본 사건의 화물차량용 공구함에 이 법리를 적용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습니다.

(1) 양 디자인의 공통 부분(절개홈, 경사면, 요입홈 등)은 화물차량용 공구함의 기능을 확보하는 데에 불가결한 형상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또한 화물차량용 공구함의 거래 시 수요자는 이러한 공통된 부분의 특징들을 포함한 물품 전체의 외관에 의한 심미감을 고려하여 물품을 거래할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단순히 양 디자인의 공통 형상이 기능과 관련된 부분이라거나, 차량에 장착 후 보이지 않는 부분이라는 이유만으로 유사 판단 시 중요도를 낮게 평가할 수 없고, 그것까지 포함하여 전체로서 관찰하여 느껴지는 심미감에 따라 디자인의 유사 여부를 판단해야 합니다.

(2) 양 디자인의 공통 부분은 종래 화물차량용 공구함 디자인에서는 흔히 찾아보기 어려운 참신한 형상이면서, 물품의 전체 외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디자인의 구조적 특징을 잘 나타내는 부분입니다. 따라서 수요자의 주의를 끌기 쉬운 부분에 해당합니다.

(3) 양 디자인의 차이점(몸체부 및 여닫이문 부분에 양각 또는 음각으로 형성된 무늬의 위치 및 모양)은 양 디자인의 지배적 특징의 유사성을 상쇄하여 서로 상이한 심미감을 가지게 할 정도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4) 결론적으로, 이 사건 등록디자인과 선행디자인은 전체적으로 볼 때 심미감이 유사하여 서로 유사한 디자인에 해당하므로, 등록이 무효로 되어야 합니다.


실무적 의의 및 시사점

이처럼 본 판결은 디자인 유사 판단에서 기능적 형상의 취급에 관하여 중요한 실무적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1) ‘기능 관련’과 ‘기능 불가결’의 구별 기준 — 대체 형상의 존재 여부

본 판결이 제시한 가장 중요한 기준은, 기능적 형상의 중요도를 낮출 수 있는 경우를 “기능 확보에 불가결한 형상”으로 한정하고, 그 판단 기준으로 “대체 형상의 존재 여부”를 제시한 것입니다.

이는 디자인보호법 제34조 제4호가 규정하는 “물품의 기능을 확보하는 데에 불가결한 형상만으로 된 디자인”의 해석과도 궤를 같이합니다. 디자인 등록 단계에서의 부등록사유 판단과 등록 후 유사 판단에서의 중요도 평가가 동일한 기준 — 대체 형상의 존재 여부 — 에 의하여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법리적 일관성이 있습니다.

실무적으로, 디자인 분쟁에서 기능적 형상 항변을 하려면 단순히 해당 형상이 기능과 관련된다는 점을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해당 형상 외에는 동일한 기능을 확보할 수 있는 대체적 형상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까지 입증해야 합니다. 이 입증 부담은 기능적 형상이라고 주장하는 측에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2) ‘참신한 형상’의 증명이 유사 판단의 승패를 가른다

본 판결에서 대법원은 양 디자인의 공통 부분이 “종래 화물차량용 공구함 디자인에서는 흔히 찾아보기 어려운 참신한 형상”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공통 형상이 참신할수록 수요자의 주의를 끌기 쉬운 지배적 특징으로 인정되어, 유사 판단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게 됩니다.

이는 반대로, 공통 형상이 종래 디자인에서 흔히 발견되는 형상이라면 — 설령 기능 불가결 형상이 아니더라도 — 수요자의 주의를 끌기 어려운 부분으로서 중요도가 낮아질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디자인 유사 판단에서 공통 형상의 참신성 여부에 대한 입증이 실질적으로 결과를 좌우하는 쟁점이 됩니다.

관련하여, ‘개구리 마스크’ 디자인 권리범위 사건 분석에서도 공지 요소의 결합이 만드는 새로운 심미감이 유사 판단에 미치는 영향을 다루고 있으므로 참고할 수 있습니다.

(3) 산업용 제품도 심미감 기반 유사 판단 원칙이 그대로 적용된다

본 사건의 대상물품은 화물차량에 장착되는 공구함으로, 일반 소비재와 달리 기능성이 강조되는 산업용 제품입니다. 피고는 이러한 물품의 특성상 기능 관련 형상의 비중을 더 크게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였으나,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화물차량용 공구함이라 하더라도 거래 시 수요자는 물품 전체의 외관에 의한 심미감을 고려하여 거래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입니다. 장착 후 보이지 않는 부분이라는 사정 역시 중요도를 낮추는 근거가 되지 못합니다. 산업용 제품의 디자인 출원 시에도 심미적 관점에서의 유사성 검토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4) 디자인 출원 전 선행디자인 조사의 중요성

본 사건에서 등록디자인은 선행디자인과 6가지 구조적 특징을 공유하면서 여닫이문 무늬에서만 차이를 보였습니다. 대법원은 이 정도의 차이로는 지배적 특징의 유사성을 상쇄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디자인 출원 시, 선행디자인과의 공통점이 지배적 특징에 해당하는지, 차이점이 상이한 심미감을 창출할 수 있는 정도인지를 사전에 면밀히 검토해야 합니다.


이 글에서 다루지 않는 범위

본 분석은 디자인 유사 판단에서 기능적 형상의 중요도 평가 기준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디자인 무효심판의 절차적 요건, 디자인보호법 제34조 제4호에 따른 부등록사유 해당 여부(기능 불가결 형상”만으로 된” 디자인), 부분디자인의 유사 판단 등은 별도의 분석이 필요한 쟁점입니다.

디자인 유사 판단의 다른 측면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식품용기 디자인 권리범위 사건 분석에서 공지 부분의 중요도 평가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을 참고하실 수 있습니다.


작성자: 여인재 변리사 | 프로필 보기 전문분야: 상표·디자인 분쟁, 특허 심판·소송 최종 업데이트: 2026-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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