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 판결 개요 — 특허법원 2025허10401 등록취소(상)
- 상표 불사용취소제도 개관
- 상표법 제119조 제1항 제3호의 취지
- 관련 핵심 법리
- 사건의 사실관계
- 등록상표 정보
- 당사자 관계 및 사업 구조
- 심판 경위
- 특허심판원의 판단 — 취소심결의 배경
- 특허법원의 판단 — 3가지 핵심 쟁점 분석
- 쟁점 1: 묵시적 통상사용권의 인정 — 개인 상표권자와 법인의 관계
- 쟁점 2: OEM 수출에서의 상표 사용주체 판단
- 쟁점 3: 실사용 표장 및 상품의 동일성 인정 범위
- (1) 표장의 동일성 — 색상과 부기적 요소의 위치 변경
- (2) 상품의 동일성 — 원재료와 가공품의 관계
- 소결 — 일부 사용 증명에 의한 심판청구 전체 기각
- 실무적 의의 및 시사점
판결 개요 — 특허법원 2025허10401 등록취소(상)
특허법원 제1부는 2026년 1월 22일 상표 불사용취소심판 사건(2025허10401)에서, 등록상표 “맛찬들 있는”(제0494844호)에 대한 특허심판원의 취소심결을 취소하는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이 판결은 개인 상표권자가 운영하는 법인에 대한 묵시적 통상사용권의 인정,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수출에서의 상표 사용주체 판단, 그리고 실사용 표장 및 상품의 동일성 인정 범위라는 세 가지 핵심 쟁점에 관하여 실무적으로 중요한 판단 기준을 제시하였습니다.
상표 불사용취소심판은 상표법 제119조 제1항 제3호에 근거한 제도로, 등록상표가 정당한 이유 없이 심판청구일 전 계속하여 3년 이상 국내에서 사용되지 않은 경우 그 등록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본 사건은 이 제도의 방어 전략 측면에서 개인 상표권자와 법인 사업체의 관계, 해외 수출 중심 사업 구조, 그리고 제품 라벨 디자인 변경이라는 실무에서 흔히 발생하는 상황들을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상표 불사용취소제도 개관
상표법 제119조 제1항 제3호의 취지
상표법 제119조 제1항 제3호는 “상표권자·전용사용권자 또는 통상사용권자 중 어느 누구도 정당한 이유 없이 등록상표를 그 지정상품에 대하여 취소심판청구일 전 계속하여 3년 이상 국내에서 사용하지 아니한 경우”에 누구든지 그 상표등록의 취소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제도의 취지는 등록만 해두고 실제로 사용하지 않는 이른바 불사용 상표가 타인의 상표 선택의 폭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것을 방지하고, 상표의 사용을 촉진하여 상표제도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는 데 있습니다.
이 규정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입증책임의 전환입니다. 상표법 제119조 제3항에 따르면, 불사용취소심판이 청구된 경우 상표권자(피청구인)가 해당 등록상표를 심판청구일 전 3년 이내에 국내에서 정당하게 사용하였음을 증명하여야 합니다. 즉, 심판청구인은 불사용 사실을 주장하기만 하면 되고, 사용 사실의 입증은 상표권자 측이 부담하는 구조입니다. 따라서 상표권자의 입장에서는 평소에 상표 사용의 증거를 체계적으로 관리해 두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관련 핵심 법리
불사용취소심판에서 반복적으로 인용되는 핵심 법리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통상사용권의 성립 요건에 관하여, 대법원은 “상표의 통상사용권은 전용사용권과는 달리 단순히 상표권자와 사용자 사이의 합의만에 의하여 발생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대법원 1995. 9. 5. 선고 94후1602 판결). 즉, 통상사용권의 설정등록은 제3자에 대한 대항요건에 불과하며, 당사자 간의 합의만으로 효력이 발생합니다. 나아가 대법원은 이러한 합의가 “반드시 문서에 의하여야 한다거나 어떠한 형식을 갖추어야만 한다고 할 수도 없으며, 묵시적 행위에 의하여도 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대법원 2004. 9. 23. 선고 2003후1468 판결).
둘째, OEM 방식에서의 사용주체 판단에 관하여, 대법원은 OEM 방식에 의한 수출에서는 “상품제조에 대한 품질관리 등 실질적인 통제가 주문자에 의하여 유지되고 있고 수출업자의 생산은 오직 주문자의 주문에만 의존하며 생산된 제품 전량이 주문자에게 인도되는 것이 보통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주문자인 상표권자나 사용권자가 상표를 사용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대법원 2012. 7. 12. 선고 2012후740 판결).
셋째, 등록상표의 동일성 범위에 관하여, “상표권자가 등록상표의 동일성을 해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그 색상이나 글자꼴을 변경한다든가, 그 상표에 요부가 아닌 기호나 부기적 부분을 변경하여 사용한다 하더라도 이를 동일한 상표의 사용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는 법리가 확립되어 있습니다(대법원 2000. 10. 24. 선고 99후345 판결).
사건의 사실관계
등록상표 정보
본 사건의 대상인 등록상표 제0494844호 “맛찬들 있는”은 도형과 문자가 결합된 상표로, 2000년 3월 9일 출원되어 2001년 6월 5일 등록되었습니다. 이후 1차 갱신등록(2011. 1. 27.)과 2차 갱신등록(2021. 3. 12.)이 이루어졌으며, 지정상품은 다음과 같습니다.
| 상품류 | 지정상품 |
|---|---|
| 제29류 | 새우젓, 조개젓, 오징어젓, 창란젓, 명란젓, 꼴뚜기젓, 밴댕이젓, 어리굴젓, 게장, 순태젓, 깻잎, 마늘쫑, 고추, 모듬짱아치, 더덕, 무말랭이, 고들빼기, 파래, 김치, 깍두기 |
| 제30류 | 고추장, 된장, 간장 |
당사자 관계 및 사업 구조
이 사건의 당사자 관계는 다음과 같이 정리됩니다.
| 당사자 | 지위 | 역할 |
|---|---|---|
| 원고 A | 상표권자 (개인) | C 주식회사의 유일한 사내이사로서 실질적 운영 |
| C 주식회사 | 통상사용권자 (묵시적) | 반찬류 제조·가공, 즉석반찬 도소매, 호주 수출 |
| E (상호 F) | 통상사용권자 (원고 주장) | 2018. 7. 16.부터 국내에서 지정상품 양도 |
| D 주식회사 | OEM 생산자 | 이 사건 계약에 따른 제품 생산 및 라벨 부착 |
| H 주식회사 | 수출 대행사 | 식품수출 전문회사, 호주 I사로의 수출 중개 |
| 피고 B | 심판청구인 | 불사용취소심판 청구자 |
핵심적인 사업 구조를 보면, 상표권자인 원고 A는 개인 명의로 상표를 보유하면서 C 주식회사를 유일한 사내이사로서 실질적으로 운영해 왔습니다. 원고는 C의 수출을 통한 상표 사용과 더불어, 별도의 통상사용권자인 E(상호 F)가 2018년 7월 16일부터 국내에서 지정상품에 등록상표를 표시하여 양도해 왔다는 점도 병행하여 주장하였습니다. 즉, 원고는 C의 해외 수출과 E의 국내 양도라는 이중 경로를 통해 상표 사용을 주장한 것입니다.
원고의 주장에 따르면, C 주식회사는 2021년 9월 13일부터 직접 제품을 생산하여 호주로 수출하였고, 2023년 11월경 이후에는 D 주식회사를 통한 OEM 방식으로 전환하였습니다. 이에 대하여 법원은 C가 “늦어도 2023년 1월 17일부터” 심판청구일 무렵까지 제품을 호주에 수출한 사실을 인정하였습니다. 여기서 “늦어도”라는 표현은 법원이 증거에 의하여 확인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 시점을 의미하는 것으로, C의 실제 사용 개시일이 이보다 앞설 수 있음을 함축합니다. 원고가 주장한 2021년 9월 개시 시점과 법원이 인정한 “늦어도 2023년 1월 17일” 사이에 간극이 있으나, 어느 쪽이든 심판청구일(2024. 1. 18.)로부터 3년 이내의 기간에 해당하므로, 불사용취소 방어의 요건은 충족됩니다.
심판 경위
피고 B는 2024년 1월 18일 원고를 상대로 이 사건 등록상표의 제29류 지정상품 전체(20개 품목)에 대한 불사용취소심판을 청구하였습니다. 피고는 상표권자, 전용사용권자, 통상사용권자 중 누구도 심판청구일 전 계속하여 3년 이상 해당 지정상품에 등록상표를 국내에서 사용하지 아니하였다고 주장하였습니다. 특허심판원은 이 사건을 2024당182호로 심리한 후, 2025년 5월 15일 심판청구를 인용하는 심결(취소심결)을 하였습니다.
특허심판원의 판단 — 취소심결의 배경
특허심판원은 취소심결을 하였으나, 본 판결문에는 심결의 구체적 이유가 기재되어 있지 않습니다. 다만, 특허법원에서 다루어진 핵심 쟁점 — 묵시적 통상사용권 인정 여부, OEM 방식 수출의 사용 해당 여부, 표장 및 상품의 동일성 등 — 이 심판 단계에서도 주요하게 다투어졌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원고(상표권자)는 심결취소소송을 제기하여 특허법원의 판단을 구하게 되었습니다.
특허법원의 판단 — 3가지 핵심 쟁점 분석
쟁점 1: 묵시적 통상사용권의 인정 — 개인 상표권자와 법인의 관계
이 사건의 첫 번째 핵심 쟁점은 상표권자인 원고 A(개인)가 운영하는 C 주식회사가 이 사건 등록상표의 통상사용권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였습니다.
특허법원은 먼저 관련 법리로서 “상표의 통상사용권은 전용사용권과는 달리 단순히 상표권자와 사용자 사이의 합의만에 의하여 발생하고, 위와 같은 합의는 반드시 문서에 의하여 이루어져야 한다거나 어떠한 형식을 갖추어야만 한다고 할 수도 없으며, 묵시적 행위에 의하여도 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를 인용하였습니다.
그 위에서 법원은 다음의 사실관계를 인정하였습니다.
- C 주식회사는 반찬류 제조·가공업, 즉석반찬 제조 및 도소매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 원고는 2019년경부터 현재까지 C의 유일한 사내이사로서 C를 실질적으로 운영하여 왔다.
법원은 이러한 인정사실을 종합하여, “C은 원고로부터 새우젓, 오징어젓, 무말랭이무침 등 반찬을 지정상품으로 하는 이 사건 등록상표에 대한 통상사용권을 적어도 묵시적으로 설정받았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 판단에서 주목할 점은 법원이 별도의 서면 사용허락 계약이나 통상사용권 설정등록 없이도, 상표권자(개인)와 법인의 관계 — 특히 상표권자가 해당 법인의 유일한 사내이사로서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사정 — 만으로 묵시적 통상사용권의 성립을 인정하였다는 것입니다. 이는 대법원 94후1602 판결 및 2003후1468 판결의 법리를 충실히 적용한 것으로, 개인 명의로 상표를 보유하면서 법인을 통해 사업을 영위하는 중소기업의 현실을 반영한 판단이라 할 수 있습니다.
쟁점 2: OEM 수출에서의 상표 사용주체 판단
두 번째 쟁점은 C 주식회사가 D 주식회사에 OEM 방식으로 생산을 위탁한 제품에 부착된 상표의 사용주체가 누구인지의 문제였습니다.
법원은 사실관계로서, C가 2023년 12월 7일 D와 제품공급계약(OEM)을 체결하였고, 이 계약에 따라 D가 새우젓, 오징어젓, 무말랭이무침 등의 제품을 생산하여 C로부터 제공받은 라벨(“맛찬들” 상표 라벨)을 상품의 용기, 뚜껑, 박스 등에 부착한 후 C에 공급하였으며, C는 이를 식품수출 전문회사인 H 주식회사를 통해 호주의 I사에 수출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였습니다.
OEM 계약의 내용을 살펴보면, 그 구조가 대법원 2012후740 판결에서 제시한 OEM 방식의 전형적 요건을 충족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 OEM 판단 요소 | 이 사건 계약의 내용 |
|---|---|
| 주문자의 품질 통제 | 제6조: 구매자(C)가 공급자(D) 직원에 대한 기술교육 실시 가능, 공급자는 거부 불가 |
| 주문자의 상표 관리 | 제10조: 공급자는 구매자 상표를 계약 목적 외로 사용 금지, 브랜드 이미지 유지 의무 |
| 주문 의존적 생산 | 제3조, 제7조: 구매자의 발주에 따라 품명·사양·수량·납품기한 등을 정하여 생산 |
| 품질 보증 | 제9조: 공급자가 개별계약 사양 기준으로 하자 없음을 보증 |
| 라벨 제공 주체 | C가 라벨을 제공하고, D가 이를 부착 |
법원은 “이 사건 계약의 내용, 이 사건 각 제품의 생산에서 수출에 이르기까지의 실제 업무처리 방식 등에 비추어 볼 때, D로부터 공급받은 이 사건 각 제품은 C이 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에 따라 수출한 것으로 보이므로, C이 직접 생산한 제품뿐만 아니라 D로부터 공급받은 제품에 사용된 상표 역시 그 사용주체를 C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 판단은 대법원 2012후740 판결의 법리를 구체적인 OEM 계약 조항과 대비하여 적용한 것입니다. 특히 라벨을 주문자(C)가 제공하고, 품질관리 권한이 주문자에게 있으며, 상표 사용이 계약 목적 범위로 제한되어 있다는 계약 내용이 사용주체 판단의 결정적 근거로 작용하였습니다.
아울러, 이 사건에서 C의 상표 사용은 제품을 호주로 수출한 행위이므로, 수출이 상표법상 ‘국내에서의 사용’에 해당하는지도 문제될 수 있습니다. 상표법 제2조 제1항 제11호는 상표의 사용을 “상품 또는 상품의 포장에 상표를 표시하는 행위” 등으로 정의하고 있으며, 국내에서 상표를 상품에 표시하여 이를 수출하는 행위도 국내에서의 상표 사용에 해당한다는 것이 기존 판례에 의하여 확립된 법리입니다. 다만, 이 사건에서 법원이 수출의 국내 사용 해당 여부에 관하여 별도의 법리를 설시하지는 않았는데, 이는 위 법리가 이미 확립되어 있어 별도의 판단이 불필요하였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법원은 C가 늦어도 2023년 1월 17일부터 이 사건 심판청구일(2024. 1. 18.) 무렵까지 이 사건 각 제품을 호주에 수출한 사실을 인정함으로써, 심판청구일로부터 3년 이내의 국내 사용을 긍정하였습니다.
쟁점 3: 실사용 표장 및 상품의 동일성 인정 범위
세 번째 쟁점은 두 가지 차원에서 검토되었습니다. 하나는 표장의 동일성, 다른 하나는 상품의 동일성입니다.
(1) 표장의 동일성 — 색상과 부기적 요소의 위치 변경
이 사건 라벨에 포함된 실사용 표장은 등록상표의 표장과 비교할 때, 문자의 색상 및 “있는”의 위치 등에서 일부 차이가 있었습니다.
| 비교 항목 | 등록상표 | 실사용 표장 |
|---|---|---|
| 기본 구성 | “맛찬들 있는” (도형+문자) | “맛찬들” (도형+문자) + “있는” |
| 색상 | 등록 시 색상 구성 | 일부 색상 변경 |
| “있는” 위치 | 등록 시 배치 | 위치 변경 |
법원은 “이러한 차이는 이 사건 등록상표의 동일성을 해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변경한 것에 불과하므로, 양 표장은 거래사회의 통념상 동일하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는 대법원 99후345 판결에서 확립된 법리, 즉 등록상표의 동일성을 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색상·글자꼴 변경이나 요부가 아닌 부기적 부분의 변경은 동일한 상표의 사용에 해당한다는 원칙을 적용한 것입니다. “있는”이라는 부분은 “맛찬들”이라는 요부에 비하여 부기적 성격을 가지므로, 그 위치 변경은 상표의 동일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본 것입니다.
(2) 상품의 동일성 — 원재료와 가공품의 관계
실사용 상품과 지정상품의 동일성 판단은 다음과 같이 이루어졌습니다.
| 실사용 상품 | 지정상품 | 동일성 판단 |
|---|---|---|
| 새우젓 | 새우젓 | 지정상품에 직접 해당 |
| 오징어젓 | 오징어젓 | 지정상품에 직접 해당 |
| 무말랭이무침 | 무말랭이 | 거래사회 통념상 동일 |
| 마늘쫑무침 | 마늘쫑 | 거래사회 통념상 동일 |
| 고추무침 | 고추 | 거래사회 통념상 동일 |
| 더덕무침 | 더덕 | 거래사회 통념상 동일 |
| 깻잎무침 | 깻잎 | 거래사회 통념상 동일 |
| 고들빼기무침 | 고들빼기 | 거래사회 통념상 동일 |
| 파래무침 | 파래 | 거래사회 통념상 동일 |
새우젓과 오징어젓은 지정상품에 그대로 해당하므로 별도의 동일성 판단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한편, 무말랭이무침·마늘쫑무침 등 가공된 반찬류와 지정상품인 무말랭이·마늘쫑 등 원재료의 관계가 문제되었는데, 법원은 이들이 거래사회의 통념상 동일성이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법원은 동일성이 인정되는 구체적 이유를 별도로 설시하지는 않았으나, 실사용 상품과 지정상품의 주된 원재료가 동일하고, 소비자 관점에서도 같은 범주의 식품으로 이해된다는 점이 위 판단에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소결 — 일부 사용 증명에 의한 심판청구 전체 기각
법원은 위 세 가지 쟁점에 대한 판단을 종합하여, 이 사건 등록상표의 통상사용권자인 C가 등록상표를 지정상품 중 9개 품목(새우젓, 오징어젓, 깻잎, 마늘쫑, 고추, 더덕, 무말랭이, 고들빼기, 파래)에 대하여 심판청구일로부터 3년 이내에 국내에서 정당하게 사용하였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법원은 C의 사용만으로 결론에 도달하기에 충분하다고 보았으므로, “원고가 주장하는 나머지 상표 사용에 관하여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등록상표가 상표법 제119조 제1항 제3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이는 원고가 E(상호 F)의 국내 양도를 통한 상표 사용도 별도로 주장하였으나, 법원이 이에 대한 판단에 나아가지 않았음을 의미합니다.
나아가 법원은 대법원 2013. 2. 15. 선고 2012후3220 판결을 인용하여, “동시에 수 개의 지정상품에 대하여 상표등록취소심판을 청구한 경우 심판청구의 대상인 지정상품을 불가분 일체로 취급하여 전체를 하나의 청구로 간주하여 지정상품 중의 하나에 대한 사용이 증명되면 그 심판청구는 전체로서 인용될 수 없다”는 법리를 적용하였습니다.
따라서 심판청구 대상인 제29류 지정상품 20개 품목 전체에 대하여 사용을 입증할 필요 없이, 위 9개 품목에 대한 사용 입증만으로 피고의 심판청구 전체가 기각되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이에 법원은 “이 사건 심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다”고 판시하며 심결을 취소하였습니다.
실무적 의의 및 시사점
이처럼 본 판결은 상표 불사용취소심판의 방어에 관하여 세 가지 차원에서 중요한 실무적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첫째, 묵시적 통상사용권의 인정 범위가 넓다는 점입니다. 개인 상표권자가 법인의 유일한 사내이사로서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도 해당 법인에 대한 묵시적 통상사용권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이는 별도의 서면 계약이나 설정등록 없이도 통상사용권의 성립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하며, 개인 명의로 상표를 보유하면서 자신의 법인을 통해 사업을 영위하는 중소기업 상표권자에게 매우 유용한 방어 논리입니다. 다만, 이러한 묵시적 통상사용권 주장을 보다 확실하게 하기 위해서는 상표권자와 법인 간의 관계를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사내이사 등기부, 실질적 운영 증빙 등)를 평소에 확보해 두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둘째, OEM 수출 구조에서의 상표 사용 입증 방법이 구체화되었습니다. OEM 방식에 의한 수출에서 주문자(통상사용권자)가 상표 사용주체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OEM 계약서상 (1) 주문자의 품질관리 권한, (2) 주문자의 상표 관리·통제 조항, (3) 주문 의존적 생산 구조, (4) 라벨·포장재의 제공 주체 등이 명확히 규정되어 있어야 합니다. 본 사건의 OEM 계약서는 이러한 요소들을 체계적으로 담고 있었기에 법원이 사용주체를 주문자(C)로 인정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였습니다. 해외 수출 중심의 사업 구조를 가진 기업이라면 OEM 계약서를 작성할 때 이러한 조항들을 빠짐없이 포함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셋째, 표장 및 상품의 동일성 인정 범위가 실무적으로 유연하게 적용된다는 점입니다. 등록상표의 색상이나 부기적 요소의 위치를 마케팅 목적 등으로 변경하더라도, 요부의 동일성이 유지되는 한 불사용취소의 방어에 장애가 되지 않습니다. 또한 원재료 형태의 지정상품을 조리·가공한 형태로 사용하더라도 거래사회의 통념상 동일성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이는 식품 분야를 중심으로 원재료와 가공품이 밀접한 관계에 있는 상품류에서 특히 의미 있는 판단 기준입니다.
아울러, 본 판결은 수 개의 지정상품에 대한 취소심판에서 일부 상품에 대한 사용 증명만으로 심판청구 전체를 기각할 수 있다는 대법원 법리(2012후3220 판결)를 재확인함으로써, 상표권자가 모든 지정상품의 사용을 개별적으로 입증해야 하는 부담을 덜어주고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 원고는 C의 수출 사용 외에, 별도의 통상사용권자인 E(상호 F)의 국내 양도를 통한 상표 사용도 병행하여 주장하였습니다. 법원은 C의 사용만으로 심판청구를 기각하기에 충분하다고 보아 E에 대한 판단에 나아가지 않았으나, 이처럼 복수의 통상사용권자가 각기 다른 경로(수출, 국내 양도 등)로 상표를 사용하는 다중적 증거 구조를 구축해 두는 전략은, 불사용취소심판 방어에서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향후 상표 불사용취소심판에 대응하는 상표권자 및 실무자는, (1) 개인-법인 간 관계에서 묵시적 통상사용권의 성립 근거를 평소에 정비해 둘 것, (2) OEM 계약 시 품질관리·상표 통제 조항을 구체적으로 명시할 것, (3) 등록상표 사용 시 요부의 동일성을 유지하는 범위 내에서 디자인을 변경할 것, (4) 다수 지정상품 중 주요 품목에 대한 사용 증거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것, (5) 가능하다면 복수의 통상사용권자를 통한 다중 방어 경로를 확보해 둘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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