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심판원 디자인 무효심판 본안에서 무효사유를 하나만 청구한 사건의 인용률은 70.5%인데, 두 개를 함께 청구하면 41.7%로 낮아집니다. 대표 조합으로 신규성 단독은 69.4%(본안 589건 중 409건 인용), 신규성과 용이창작을 함께 청구한 병합은 46.1%(본안 595건 중 274건 인용)로 23%p 차이가 납니다. 다만 이는 사유를 더해서 불리해진 것이 아니라, 신규성만으로 명백한 사건은 단독으로 청구하고 신규성이 약한 사건일수록 용이창작을 덧붙이는 자기선택 효과로 해석해야 합니다.
특허심판원 디자인 무효심판 본안 1,955건의 사유 조합을 분석한 결과, 무효사유 1개 청구는 인용률 70.5%, 2개 청구는 41.7%로 28.8%p 차이가 났습니다. 신규성 단독은 69.4%, 신규성+용이창작 병합은 46.1%입니다. 본 글은 이 격차가 “사유를 더하면 불리하다”는 인과가 아니라 약한 사건일수록 사유를 덧붙이는 자기선택 효과임을 설명하고, 무효사유 선택의 실무 기준 네 가지를 정리합니다.
무효사유는 많이 붙일수록 유리할까?
디자인권을 무효로 돌리려는 청구인에게 자연스러운 직관은 “동원할 수 있는 무효사유를 모두 청구하면 무효 가능성이 올라간다”는 것입니다. 신규성도 주장하고, 용이창작(창작비용이성)도 주장하고, 선출원·혼동우려까지 함께 걸면 그중 하나라도 받아들여질 확률이 높아질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본 사무소가 특허심판원 디자인 무효심판 본안 사건을 사유 조합 단위로 집계한 결과는 이 직관과 반대 방향을 가리킵니다.
먼저 전체 그림을 보면, 디자인 무효심판의 본안 인용률은 56.5%입니다. 이 평균과 그 의미는 본 사무소가 이미 디자인 무효심판 본안 인용률 56.7% — 2,028건이 보여주는 청구인 측 승소 흐름 글에서 다루었으므로, 본 글에서는 평균을 다시 분석하지 않습니다. 본 글의 자리는 “같은 무효심판이라도 어떤 사유를, 몇 개나 청구했느냐에 따라 결과가 어떻게 갈리는가”입니다.
본 분석의 정의를 먼저 정리합니다. 대상은 사건 유형이 디자인무효이면서 무효사유가 기재된 본안 사건 1,955건입니다. 인용률은 인용 건수를 본안 판단 건수(인용+기각)로 나눈 값이며, 본안에 진입하지 못한 각하·취하 사건은 분모에서 제외했습니다. 한 사건에서 신규성과 용이창작을 함께 청구하면 “병합” 사건으로, 신규성만 청구하면 “신규성 단독”으로 분류했습니다.
청구 사유 개수가 늘수록 인용률은 떨어진다
가장 먼저 확인되는 패턴은 청구한 무효사유의 개수와 인용률의 관계입니다. 사유를 몇 개 청구했는지에 따라 본안 인용률을 나누면 다음과 같습니다.
| 청구 사유 개수 | 본안 사건 수 | 인용 | 기각 | 인용률 |
|---|---|---|---|---|
| 1개 (단일 사유) | 999건 | 704건 | 295건 | 70.5% |
| 2개 (병합) | 775건 | 323건 | 452건 | 41.7% |
| 3개 이상 | 152건 | 67건 | 85건 | 44.1% |
무효사유를 하나만 청구한 사건의 인용률은 70.5%로 가장 높고, 두 개를 청구한 사건은 41.7%로 28.8%p 떨어집니다. 세 개 이상을 청구한 사건도 44.1%에 머물러, 단일 사유 청구와는 큰 차이를 보입니다. 사유를 더 많이 붙일수록 인용률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단일 사유로 명확하게 다툰 사건의 인용률이 가장 높다는 점이 데이터에 드러납니다.
이 결과는 무효심판을 준비하는 청구인에게 직관과 반대되는 신호를 줍니다. “사유를 많이 걸어 두면 안전하다”는 통념과 달리, 통계상으로는 단일 사유로 명확하게 다툰 사건이 더 자주 인용되고 있습니다. 다만 이 수치를 곧바로 “사유를 줄여야 한다”는 결론으로 옮기기 전에, 왜 이런 격차가 나타나는지를 반드시 짚어야 합니다. 그 해석은 뒤에서 따로 다룹니다.
신규성 단독 69.4%, 용이창작을 더하면 46.1%
사유 개수의 패턴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조합이 디자인 무효심판에서 가장 흔히 함께 청구되는 신규성과 용이창작입니다. 신규성(디자인보호법 제33조 제1항)은 선행디자인과 동일·유사하여 새롭지 않다는 주장이고, 용이창작(같은 조 제2항)은 통상의 디자이너가 선행디자인으로부터 쉽게 창작할 수 있었다는 주장입니다. 이 두 사유를 단독으로 청구했을 때와 함께 청구했을 때의 본안 인용률은 다음과 같습니다.
| 청구 조합 | 본안 사건 수 | 인용 | 기각 | 인용률 |
|---|---|---|---|---|
| 신규성 단독 | 589건 | 409건 | 180건 | 69.4% |
| 용이창작 단독 | 396건 | 191건 | 205건 | 48.2% |
| 신규성 + 용이창작 병합 | 595건 | 274건 | 321건 | 46.1% |
신규성만 단독으로 청구한 사건의 인용률은 69.4%로 가장 높습니다. 반면 신규성에 용이창작을 더해 함께 청구한 병합 사건은 46.1%로, 신규성 단독보다 23.3%p 낮습니다. 용이창작을 단독으로 청구한 사건도 48.2%에 그쳐, 신규성 단독과는 21%p 이상 차이가 납니다.
표면적으로만 읽으면 “신규성에 용이창작을 더하는 순간 인용률이 23%p 깎인다”고 해석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이 해석은 통계의 방향을 거꾸로 읽은 것입니다. 병합 사건이 600건에 가까운 큰 모수를 가지고 있고 그중 274건이 실제로 인용되었다는 점에서, “병합하면 무효가 안 된다”는 식의 단정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핵심은 격차의 원인을 인과가 아니라 사건의 자기선택 구조에서 찾아야 한다는 데 있습니다.
왜 사유를 더하면 인용률이 낮아 보이는가 — 자기선택 효과
사유 개수가 늘수록, 그리고 신규성에 용이창작을 더할수록 인용률이 낮아지는 진짜 이유는 “사유를 더해서 불리해졌다”가 아니라 “어떤 사건이 사유를 더 붙이는가”에 있습니다. 이를 자기선택 효과라고 합니다.
신규성만으로 무효가 명백한 사건, 즉 선행디자인과 거의 동일한 디자인이 등록된 사건에서는 청구인이 신규성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판단해 단독으로 청구합니다. 이런 사건은 애초에 무효 가능성이 높으므로 신규성 단독 그룹의 인용률을 끌어올립니다. 반대로 선행디자인과의 동일·유사성이 애매한 사건에서는 신규성만으로는 불안하다고 보아 용이창작을 보강 사유로 함께 청구합니다. 즉 신규성이 약한 사건일수록 용이창작이 따라붙고, 그 결과 병합 그룹에는 처음부터 다투기 어려운 사건이 더 많이 모이게 됩니다.
다시 말해 인용률 격차는 사유 조합이 만들어 낸 결과라기보다, 사건의 강약이 사유 조합을 결정한 결과에 가깝습니다. 약한 사건이 사유를 더 붙이는 것이지, 사유를 더 붙여서 사건이 약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이 통계로부터 “용이창작을 빼면 인용률이 올라간다”는 결론을 도출해서는 안 됩니다. 명백한 신규성 사건에서 용이창작을 빼는 것과, 애매한 사건에서 용이창작을 빼는 것은 전혀 다른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해석상 주의 — 본 통계는 청구 조합과 인용 결과의 상관관계를 보여줄 뿐, “사유를 줄이면 인용률이 오른다”는 인과를 입증하지 않습니다. 사유 조합은 사건의 강약에 따라 사후적으로 결정되는 변수이며, 본 수치를 개별 사건의 전략으로 옮길 때는 사건별 선행디자인 검토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무효사유를 어떻게 선택할까 — 실무 네 가지 기준
자기선택 효과를 고려하면, 데이터가 주는 실무 메시지는 “사유를 무조건 줄여라”가 아니라 “사유의 강약을 먼저 평가하고 증거 구조를 분리하라”입니다. 본 사무소가 디자인 무효심판 청구서를 설계할 때 적용하는 네 가지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가장 강한 사유를 먼저 확정합니다. 선행디자인과의 동일·유사성이 명백하면 신규성을 주된 사유로 삼고, 신규성 입증이 애매하면 용이창작의 논리 구조(주지 형상의 조합, 상업적·기능적 변형 등)를 주된 사유로 재설계합니다. 사유를 나열하기 전에 어느 사유가 이 사건의 본질인지를 먼저 정하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2) 보강 사유는 증거 구조를 분리해 청구합니다. 신규성과 용이창작을 함께 청구하더라도, 두 사유의 선행디자인 인용 방식과 논증을 뒤섞지 않고 각각 독립적으로 성립하도록 구성합니다. 병합 자체가 불리한 것이 아니라, 두 사유의 논리가 서로 섞여 어느 쪽도 명확하지 않게 되는 청구서가 불리합니다.
(3) 약한 사유의 단순 추가는 자제합니다. 인용 가능성이 낮은 사유를 “걸어 두기” 위해 추가하면, 심판부의 심리 부담만 늘리고 주된 사유의 설득력을 희석할 수 있습니다. 사유의 개수가 아니라 각 사유의 독립적 완결성이 중요합니다.
(4) 사안별로 판단합니다. 위 통계는 사건군 전체의 경향이며, 개별 사건에서는 신규성과 용이창작을 함께 청구하는 것이 명백히 유리한 경우도 많습니다. 선행디자인의 성격, 등록디자인의 창작 수준, 확보된 증거에 따라 최적 조합은 달라집니다.
디자인 무효심판 사유 설계 상담
본 사무소는 선행디자인 조사부터 무효사유의 강약 평가, 신규성·용이창작 논증 구조 분리, 청구서 설계까지 일괄 진행합니다. 사유를 몇 개 거느냐보다 어느 사유를 어떻게 구성하느냐가 결과를 좌우합니다.
디자인 무효심판 사유 설계 상담 신청
이 분석이 다루지 않는 한계는?
본 분석에는 다음 한계가 있으니 인용 시 함께 고려하시기 바랍니다.
(1) 자기선택 편향이 핵심 한계입니다. 앞서 설명한 대로 사유 조합은 사건의 강약에 따라 사후적으로 결정되므로, 본 통계의 인용률 격차를 사유 조합의 인과 효과로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같은 사건에서 사유를 더하거나 빼면 어떻게 달라지는지는 본 데이터로 측정할 수 없습니다.
(2) 사유 분류는 청구서 기재 기준입니다. 본 집계는 심결문에 기재된 무효사유 문자열을 기준으로 신규성·용이창작 포함 여부를 판정했습니다. 같은 취지의 사유라도 기재 방식이 다르면 분류가 달라질 수 있고, 사유별 정규화 방식에 따라 전체 집계와 세부 수치에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3) 일부인용·각하의 처리입니다. 본 인용률은 인용을 분자로, 인용과 기각의 합을 분모로 산정했으며 각하·취하는 분모에서 제외했습니다. 디자인 무효 본안에서 일부인용으로 분류된 사건은 본 집계 대상에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4) 본 분석은 일반 정보 제공입니다. 개별 사건의 사유 선택은 선행디자인의 성격, 등록디자인의 창작 수준, 확보 증거, 상대방의 대응에 따라 크게 달라지며, 본 글의 평균값을 그대로 자기 사건에 적용해서는 안 됩니다. 청구 전 사건별 법률 검토가 필요합니다.
본 사무소가 분석한 디자인 무효심판 본안 1,955건의 사유 조합은 한 가지 분명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무효사유는 많이 붙일수록 유리한 것이 아니며, 단일 사유로 명확하게 다툰 사건의 인용률이 가장 높습니다. 다만 그 격차의 본질은 사유 조합 자체가 아니라 사건의 강약이 사유 조합을 결정하는 자기선택 구조에 있습니다. 따라서 실무의 출발점은 “사유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어느 사유가 이 사건의 본질인지를 먼저 정하고, 보강 사유의 증거 구조를 분리하는 것”입니다.
본 사무소는 디자인 무효심판에서 선행디자인 조사와 무효사유 강약 평가, 청구서 논증 구조 설계를 함께 운영해 왔습니다. 사유의 개수가 아니라 각 사유의 독립적 완결성이 인용 결과를 좌우하므로, 사건 특성에 맞춘 사유 설계가 권고됩니다.
향후 신규성·용이창작 외 사유(선출원·혼동우려·무권리자 등)별 인용률 비교, 물품 분야별 무효사유 인용률 차이, 그리고 같은 사건에서 사유 조합을 달리한 청구의 결과 비교는 후속 글에서 다룰 계획입니다. 본 글이 디자인 무효심판을 준비하는 청구인과 등록디자인을 방어하는 권리자 모두에게 사유 설계의 의사결정 기준을 제공하는 작은 참고가 되기를 바랍니다.
데이터 기준일: 2026-05-29 · 본 글은 2026-06-01 기준으로 작성되었으며, 최신 데이터는 소담 디자인 심판통계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작성자: 여인재 변리사 | 프로필 보기
전문분야: 디자인 분쟁, 상표 분쟁, 특허 심판·소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