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2026년 2월 26일, 소유자의 요청에 따라 명품 가방을 다른 형태의 제품으로 만들어 주는 리폼 행위가 원칙적으로 상표권 침해가 아니라고 판단하며, 침해를 인정한 원심을 파기환송했습니다(2024다311181). 리폼 제품이 거래시장에 유통되지 않고 개인적 용도로만 사용되는 한 상표법상 ‘상표의 사용’ 자체가 없다는 것입니다. 다만 리폼업자가 과정을 지배·주도해 사실상 자기 제품으로 유통시켰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침해가 성립할 수 있고, 그 증명책임은 상표권자가 집니다.
1896년경 창안된 표장의 프랑스 명품 가방 브랜드가 가방 리폼업자를 상대로 낸 침해금지 소송에서, 특허법원까지는 침해가 인정됐지만 대법원이 결론을 뒤집었습니다. 본 글은 대법원이 세운 원칙(“상표의 사용은 시장 유통과 결부된다”), 소진 원칙과의 관계, 침해가 되는 예외인 ‘특별한 사정’의 판단 요소 6가지를 실무 체크리스트로 정리하고, 리폼업자와 브랜드 양쪽의 대응 포인트까지 다룹니다. 사건은 파기환송으로 환송심이 계속 중이며, 확정 결론이 아니라는 점도 함께 봐야 합니다.
사건 — 리폼업자와 명품 브랜드, 뒤집힌 결론
피고는 가방·지갑의 수선·제작업을 하면서, 2017년경부터 소유자들의 요청을 받아 등록상표가 표시된 가방을 건네받고 그 원단·부품을 재활용해 개수·크기·모양이 다른 가방과 지갑을 만들어 소유자에게 돌려주었습니다. 원고는 등록상표의 상표권자인 명품 가방 브랜드로, 이 리폼 행위가 상표법상 ‘상표의 사용’으로서 상표권 침해라고 주장하며 침해행위 금지와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예비적으로 부정경쟁행위 주장).
| 단계 | 판단 | 결론 |
|---|---|---|
| 원심 (특허법원 2023나11283, 2024. 10. 28.) | 리폼은 새로운 상품의 생산이고, 상표 표시·인도는 ‘상표의 사용’ | 침해 인정 — 금지 청구 인용·손해배상 일부 인용 |
| 대법원 (2026. 2. 26.) | 개인적 사용 목적·비유통 리폼은 원칙적으로 ‘상표의 사용’ 아님 — 특별한 사정 심리 없이 침해를 인정한 것은 법리 오해 | 파기환송 (피고 패소 부분) |
| 환송심 (특허법원) | ‘특별한 사정’ 존재 여부 심리 예정 | 계속 중 — 확정 결론 아님 |
원심까지는 브랜드가 이기고 있던 사건입니다. 대법원은 왜 결론을 뒤집었을까요.
대법원이 세운 원칙 — ‘상표의 사용’은 시장 유통과 결부된다
상표권 침해가 성립하려면 먼저 상표법상 ‘상표의 사용'(상표법 제2조 제1항 제11호)이 있어야 합니다. 대법원은 상표의 사용이 상품이 상거래에 제공되어 거래시장에서 유통되는 상황과 밀접하게 결부된 개념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해, 소유자가 구매한 상품을 개인적 용도로 쓰는 영역에는 상표법이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습니다.
핵심 판시는 두 단계입니다. 먼저 소유자에 대하여 — 리폼 제품이 “상거래에 제공되어 거래시장에서 유통되지 않고 개인적 용도로만 사용되는 한 리폼 제품에 상표를 표시하는 행위 등은 ‘상표의 사용’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상표권 침해가 성립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 법리를 리폼을 업으로 하는 자에게까지 확장합니다. 소유자의 개인적 사용 목적 요청에 따른 것이라면, “리폼업자가 리폼 제품에 상표를 표시하는 행위 등은 원칙적으로 상표법상 ‘상표의 사용’에 해당하지 않아 상표권 침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리폼에 전문 기술이 필요한 현실에서 소유자가 직접 하는 리폼만 허용한다면 그 자유가 형식적 선언에 그친다는 점, 리폼 전후로 소유권이 시종 소유자에게 있고 리폼업자가 받는 대가는 제품 판매 대금이 아니라 서비스 제공의 대가라는 점이 근거가 됐습니다.
대법원은 이 판단의 바탕에 있는 가치도 명시했습니다. 리폼 행위는 “소유권 행사의 자유, 표현의 자유, 소비자 후생 증대, 자원 순환이용을 통한 환경적 지속 가능성” 확보와 관련되어 있으므로, 상표권 보호 범위는 상표권자의 이익만이 아니라 이러한 가치들을 함께 고려해 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소진 원칙과의 관계 — 형태를 크게 바꿔도 개인 용도라면
종래 실무의 틀은 상표권 소진이었습니다. 상표권자가 상품을 적법하게 판매하면 그 상품에 대한 상표권은 소진되어 구매자가 자유롭게 사용·처분할 수 있지만, “리폼의 정도가 리폼 전 제품과의 동일성을 해할 정도에 이르러 실질적으로 새로운 제품을 생산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면 상표권 소진 원칙은 적용되지 않으므로” 침해가 문제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판결문이 인용한 대법원 2002도3445 판결의 법리). 원심도 이 틀에서 “새로운 상품의 생산”에 해당한다며 침해를 인정했습니다.
대법원은 이 틀에 한 겹을 더했습니다. 동일성을 해할 정도의 리폼이어서 소진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라 하더라도, 그 리폼 제품이 시장에 유통되지 않고 개인적 용도로만 사용되는 한 상표 표시 행위는 ‘상표의 사용’ 자체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소진 여부를 따지기 전에, 애초에 상표법이 개입할 장면인지(시장 유통인지 개인 영역인지)를 먼저 물어야 한다는 구조입니다.
예외 —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여전히 침해다
이 판결을 “리폼은 무조건 괜찮다”로 읽으면 틀립니다. 대법원은 예외를 분명히 남겼습니다. 형식적으로는 소유자 요청에 따른 리폼 서비스로 보이더라도, “실질적으로는 리폼업자가 일련의 리폼 과정을 지배·주도하면서 리폼 제품을 생산·판매하는 등 이를 자신의 제품으로서 상거래에 제공하여 거래시장에서 유통되게 하였다고 평가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상표의 사용’에 해당하여 침해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특별한 사정에 대한 증명책임은 리폼업자의 행위가 상표권 침해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는 상표권자에게 있다”고 했습니다.
판결이 열거한 판단 요소 — 소유자의 리폼 요청 경위와 내용, 리폼 제품의 목적·형태·개수 등에 관한 최종적 의사 결정의 주체, 대가의 성격, 재료의 출처와 비중, 리폼 제품의 소유관계 — 를 실무 신호로 풀면 다음과 같습니다(체크리스트의 안전·위험 신호는 판결 요소를 실무 관점에서 번역한 것입니다).
| 판단 요소 | 안전 신호 (원칙 유지) | 위험 신호 (침해 방향) |
|---|---|---|
| 최종 의사 결정의 주체 | 소유자가 디자인·형태·개수를 결정 | 리폼업자가 규격화된 제품을 기획·결정 |
| 대가의 성격 | 가공·수선 서비스의 공임 | 완제품 판매 대금에 가까운 구조 |
| 재료의 출처·비중 | 소유자가 맡긴 제품이 재료의 중심 | 리폼업자가 공급한 재료·표장 부품의 비중이 큼 |
| 소유관계 | 리폼 전후로 시종 소유자에게 귀속 | 리폼업자가 소유권을 취득하거나 재고로 보유 |
| 요청 경위·내용 | 개별 주문·개인적 사용 목적 확인 | 불특정 다수를 향한 완제품 판매 방식 운영 |
| 소유자의 유통 목적 인지 | 개인 사용 목적 확인·기록 | 재판매 목적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데 관여 — 공동 책임 위험 |
마지막 행은 별도의 판시입니다. 소유자가 개인적 사용이 아니라 시장 유통 목적으로 리폼을 요청하는 등 상표권 침해행위를 할 것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데도” 리폼업자가 서비스 제공 등으로 관여했다면 공동의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실무 가이드 — 리폼업자와 브랜드, 각자의 체크포인트
리폼업을 운영한다면, 이 판결은 방패이자 설계도입니다. 표 2의 안전 신호를 운영 구조에 심는 것 — 소유자의 개별 주문과 결정권이 드러나는 주문서, 공임 성격이 분명한 대가 구조, 소유권이 이전되지 않는 계약 문구, 개인 사용 목적의 확인·기록 — 이 분쟁 예방의 핵심입니다. 반대로 샘플 완제품을 대량 전시하고 사실상 골라서 사게 하는 방식, 맡긴 제품보다 새로 공급한 재료·표장 부품이 중심이 되는 방식은 ‘특별한 사정’ 쪽으로 끌려갈 수 있는 위험 신호입니다.
브랜드(상표권자) 쪽이라면, 원칙이 불리해진 대신 싸울 지점이 명확해졌습니다. 침해를 주장하려면 리폼업자가 과정을 지배·주도하며 사실상 자기 제품으로 유통시켰다는 특별한 사정을 상표권자가 증명해야 하므로, 주문·제작·대가·재고 구조에 대한 증거 수집이 소송의 성패를 가릅니다. 소유자의 재판매 정황을 리폼업자가 알 수 있었다는 사정(공동 책임 카드)과, 이 사건에서도 예비적으로 주장된 부정경쟁방지법 경로가 함께 검토됩니다. 상표 유사 판단이 다투어지는 국면이라면 상표가 비슷하면 무조건 침해일까 — 대법원 2019도11688 분석과 결합상표의 요부 판단 — CATALIC 사건 분석을 함께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사용’의 양면 — 침해에서는 방패, 불사용취소에서는 창
이 판결의 축인 ‘상표의 사용’ 개념은 다른 국면에서는 정반대로 작동합니다. 침해 사건에서 “사용이 아니다”는 리폼업자의 방패였지만, 등록상표를 3년 이상 사용하지 않으면 누구든지 불사용취소심판으로 등록 자체를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특허심판원의 상표 등록취소심판 인용률은 91.4%(2026-08-26 기준)에 이릅니다. 무엇이 상표의 사용으로 인정되는지는 불사용취소를 막는 사용증거 체크리스트에서, 등록상표를 공격하는 두 경로의 선택은 취소심판 vs 무효심판 비교에서 정리했습니다. 같은 개념이 국면에 따라 창과 방패로 바뀌는 것 — 상표 분쟁 설계에서 ‘사용’ 개념을 정확히 다뤄야 하는 이유입니다.
해석상 주의 — 이 사건은 파기환송으로 특허법원 환송심이 계속 중이며, 환송심에서 ‘특별한 사정’의 존재 여부가 심리됩니다. 확정된 최종 결론이 아니고, 개별 리폼 사업의 침해 여부는 주문·대가·재료·소유관계의 구체적 구조에 따라 달라지므로 사건별 검토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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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사무소는 리폼·수선업의 운영 구조 점검과 경고장 대응, 상표권자의 침해 입증 설계, 침해소송·심판·불사용취소 대응까지 상표 분쟁의 양 방향을 모두 수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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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이 다루지 않는 한계는?
(1) 확정 결론이 아닙니다. 파기환송 판결로 사건은 환송심(특허법원) 계속 중이며, 환송심 결과에 따라 이 사건 자체의 결론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다만 대법원이 선언한 법리는 환송심을 기속합니다.
(2) 준거법. 이 판결은 구 상표법(2025. 5. 27. 개정 전) 기준입니다. 다만 ‘상표의 사용’ 정의 조항(제2조 제1항 제11호)은 현행법도 같은 구조이므로 법리의 적용에는 차이가 없습니다.
(3) 판결문에 기재된 사실만 사용했습니다. 당사자 표기는 판결문의 익명 처리를 따랐고, 판결문에 나타나지 않는 1심 경과 등은 다루지 않았습니다.
(4) 표 2의 안전·위험 신호는 판결이 열거한 판단 요소를 실무 관점에서 번역한 것이며, 판결 자체의 자구가 아닙니다.
(5) 본 글은 일반 정보 제공이며 개별 사건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정리하면, 대법원은 “개인적 사용 목적으로, 시장에 유통되지 않는” 리폼은 리폼업자가 업으로 하더라도 원칙적으로 상표권 침해가 아니라고 선언했습니다. 그러나 리폼업자가 과정을 지배·주도해 사실상 자기 제품을 판매한 것으로 평가될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여전히 침해이고, 그 증명책임은 상표권자에게 있습니다. 리폼업자에게는 운영 구조를 안전 신호 쪽으로 설계할 숙제가, 브랜드에게는 특별한 사정의 증거를 수집할 숙제가 각각 남은 판결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명품 가방을 리폼하는 것은 불법인가요?
소유자가 자신이 산 가방을 개인적 사용 목적으로 리폼하고 그 제품이 시장에 유통되지 않는 한, 대법원 2024다311181 판결(2026. 2. 26.)에 따라 원칙적으로 상표권 침해가 아닙니다. 상표법상 ‘상표의 사용’ 자체가 없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돈을 받고 리폼해 주는 업체도 침해가 아닌가요?
소유자의 개인적 사용을 위한 요청에 따라 리폼하고 제품을 소유자에게 돌려주는 한 원칙적으로 침해가 아닙니다. 소유권이 시종 소유자에게 있고 대가가 서비스 제공의 대가라는 점이 근거입니다. 다만 아래의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면 침해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어떤 경우에 리폼이 상표권 침해가 되나요?
리폼업자가 일련의 과정을 지배·주도하면서 리폼 제품을 사실상 자신의 제품으로 생산·판매해 시장에 유통시켰다고 평가할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입니다. 의사 결정의 주체, 대가의 성격, 재료의 출처와 비중, 소유관계 등을 종합해 판단하며, 이 특별한 사정의 증명책임은 상표권자에게 있습니다.
리폼한 가방을 중고로 되팔아도 되나요?
이 판결이 직접 판단한 사안은 아니지만, 판결의 법리는 리폼 제품이 “거래시장에서 유통되지 않고 개인적 용도로만 사용되는 한”을 전제로 합니다. 리폼 제품을 판매해 시장에 유통시키면 이 전제가 무너져 상표권 침해가 문제될 위험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브랜드(상표권자)는 이 판결 이후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요?
침해를 주장하려면 리폼업자가 과정을 지배·주도하며 자기 제품으로 유통시켰다는 특별한 사정을 상표권자가 증명해야 하므로, 주문 방식·대가 구조·재료 비중·재고 보유에 대한 증거 수집이 핵심이 됩니다. 소유자의 재판매 목적을 리폼업자가 알 수 있었다는 사정(공동 책임)과 부정경쟁방지법 경로도 함께 검토됩니다.
기준·근거: 대법원 2026. 2. 26. 선고 2024다311181 판결(상표권침해금지 등) 원문을 본 사무소가 확보해 판시 자구를 직접 인용했으며, 인용률 91.4%는 특허심판원 심결 집계(2026-08-26 기준)입니다. 이 글의 통계 업데이트: 2026-09-05. 상표 심판 전체 통계는 소담 상표 심판통계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작성자: 여인재 변리사 | 프로필 보기
전문분야: 특허 심판·소송, 상표 분쟁, 디자인 분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