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 사건 기본 정보 — 일본 총판이 먼저 등록한 상표
- 일본 상표법 제53조의2는 어떤 제도인가
- 분쟁의 경위 — 수년간의 독점판매 관계와 승낙 없는 출원
- 쟁점 1 — 한국 권리자와 상표·상품의 유사
- 쟁점 2 — 독점판매 총판도 ‘대리인’인가
- 쟁점 3 — 승낙과 정당한 이유, 계약서가 결론을 갈랐다
- 같은 기준, 다른 결론 — 지재고재 판결과의 대비
- 본 사무소가 준비한 것
- 수출기업이 계약 단계에서 점검할 것
- 이미 등록되었다면 — 사후 대응의 순서
- 한국에서라면 —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21호
- 결론 — 총판 관계는 상표 조항으로 마무리해야 한다
- FAQ
- 해외 총판이 우리 상표를 먼저 등록하면 되찾을 방법이 있나요?
- 대리점 계약이 아니라 독점판매계약이었는데도 대리인으로 보나요?
- 총판이 구두로 허락받았다고 주장하면 어떻게 되나요?
- 일본에서 이 취소심판은 언제까지 청구할 수 있나요?
- 한국에서 같은 일이 생기면 어떤 절차를 쓰나요?
해외 총판이 권리자의 승낙 없이 현지에서 상표를 먼저 등록했더라도, 일본에서는 상표법 제53조의2에 따른 취소심판으로 그 등록을 취소시킬 수 있습니다. 특허사무소 소담이 대응 전략과 청구서 초안을 맡은 이 사건에서 일본 특허청은 독점판매계약을 맺은 총판을 같은 조의 ‘대리인’으로 보았습니다. 계약서에 출원을 허락하는 조항이 없고 승낙을 뒷받침할 증거도 없다는 점을 들어, 총판 명의로 등록된 상표 세 건을 모두 취소했습니다.
사건 기본 정보 — 일본 총판이 먼저 등록한 상표
본 사무소 의뢰인은 한국에서 상표를 등록하고 생활가전 제품을 제조·판매하는 기업입니다. 일본 시장에는 현지 총판 한 곳과 독점판매계약을 맺고 진출했습니다. 그런데 계약이 이어지던 중 그 총판이 의뢰인의 브랜드와 같은 문자로 된 상표를 자기 명의로 일본에 출원해 등록받았습니다. 영문 표기 한 건과 일본어 표기 한 건이었고, 그보다 앞서 브랜드 문자를 도안화한 로고 형태의 상표도 한 건 등록해 두었습니다.
의뢰인은 일본 상표법 제53조의2에 따라 세 등록 각각의 취소를 구하는 심판을 청구했습니다. 일본 특허청 심판부는 세 사건 모두 등록을 취소하고 심판비용을 총판이 부담하라는 심결을 내렸습니다. 문자상표 두 건은 2026. 9. 10., 로고 상표는 2026. 10. 5.에 심결이 나왔고, 세 심결은 대상 상표의 형태만 다를 뿐 판단의 구조와 이유가 같습니다.
| 항목 | 내용 |
|---|---|
| 절차 | 일본 특허청 상표등록 취소심판 세 건(대상 상표별로 각각 청구) |
| 청구인 | 본 사무소 의뢰인 — 한국에 상표를 등록한 제조사 |
| 피청구인 | 의뢰인과 독점판매계약을 맺은 일본 현지 총판 |
| 대상 등록 | 총판 명의로 등록된 상표 세 건(문자상표 두 건 — 영문 표기·일본어 표기, 로고 형태 상표 한 건) |
| 근거 규정 | 일본 상표법 제53조의2(대리인·대표자가 권리자의 승낙 없이 한 상표등록의 취소) |
| 결론 | 세 사건 모두 상표등록 취소, 심판비용은 피청구인 부담 |
| 본 사무소 역할 | 대응 전략 수립, 취소심판 청구서 초안과 증거 구성 준비. 청구와 절차 수행은 일본 현지 대리인(일본 특허사무소)이 담당 |
| 확정 여부 | 이 글의 기준일(2026. 10. 19.) 현재 미확정 — 심결에 불복하는 소가 제기되면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
의뢰인과 상대방의 동의 범위를 고려해 당사자 명칭, 상표의 구체적 표기, 등록번호와 심판번호, 지정상품의 세부 목록은 공개하지 않습니다. 이 글에서는 심결문에 나타난 판단 구조를 중심으로, 해외 총판을 두고 수출하는 기업이 같은 상황에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정리했습니다.
일본 상표법 제53조의2는 어떤 제도인가
해외 진출 과정에서 가장 흔한 상표 분쟁 가운데 하나는 현지 협력사가 권리자보다 먼저 그 나라에 상표를 출원하는 일입니다. 대리점이나 총판은 브랜드를 가장 가까이에서 알고 있고 현지 출원 절차에도 익숙합니다. 권리자가 현지 출원을 미루는 사이 협력사가 자기 이름으로 등록을 받아 두면, 계약이 끝난 뒤 권리자가 오히려 그 나라에서 자기 브랜드를 쓰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일본 상표법 제53조의2는 이런 상황에서 외국의 권리자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입니다. 조문은 다음 요건을 모두 갖춘 경우 권리자가 그 상표등록을 취소하는 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 파리협약 동맹국, 세계무역기구 회원국 또는 상표법조약 체약국에서 상표권에 상당하는 권리를 가진 사람의 상표와 같거나 비슷한 상표일 것
- 그 권리에 관계된 상품·서비스와 같거나 비슷한 상품·서비스를 지정했을 것
- 권리자의 대리인이나 대표자, 또는 출원일 전 1년 이내에 대리인이나 대표자였던 사람이 출원했을 것
- 정당한 이유 없이 권리자의 승낙을 받지 않고 출원했을 것
이 제도는 일본에서의 사용 사실이나 주지성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권리자가 외국에서 상표권에 상당하는 권리를 갖고 있고 상대방이 그 권리자의 대리인 관계에 있었다는 점이 중심이 됩니다. 일본 내 인지도를 따지는 다른 공격 방법과 비교하면, 상대방과의 계약 관계를 입증할 수 있는 권리자에게 상대적으로 명확한 수단입니다.
다만 청구할 수 있는 기간에는 제한이 있습니다. 일본 상표법 제53조의3은 이 심판을 상표권 설정등록일부터 5년이 지나면 청구할 수 없다고 정합니다. 현지 협력사의 등록을 알게 되었다면 등록일부터 기간을 먼저 계산해 두어야 합니다.
분쟁의 경위 — 수년간의 독점판매 관계와 승낙 없는 출원
의뢰인은 한국에서 먼저 상표를 등록한 뒤 일본 시장에 진출했습니다. 상대방과 맺은 첫 독점판매계약은 1년 단위였고 이후 해마다 갱신되었습니다. 몇 년 뒤에는 기간을 정하지 않은 새 독점판매계약을 맺었고, 이와 별도로 제품 공급계약도 체결했습니다. 독점판매계약에는 의뢰인이 일본 내 다른 업체에 제품을 공급하지 않고 상대방도 다른 곳에서 같은 종류의 제품을 들여오지 않는다는 취지가 담겨 있었습니다.
상대방은 이 계약 관계가 이어지던 중에 의뢰인의 브랜드와 같은 문자로 된 상표 세 건을 차례로 일본에 출원해 등록받았습니다. 의뢰인은 출원 전에 상대방으로부터 승낙을 요청받은 적이 없었습니다. 등록 사실을 확인한 뒤 상대방에게 상표권의 양도 또는 포기를 요청했지만 상대방은 받아들이지 않았고, 그 뒤 두 회사의 계약 관계는 해지되었습니다.
계약이 끝난 뒤에도 일본의 상표등록은 상대방 명의로 남아 있었습니다. 그대로 두면 의뢰인이 새 판매 경로를 찾더라도 일본에서 자기 브랜드를 붙인 제품을 판매하는 데 법적 장애가 생길 수 있었습니다. 의뢰인은 상대방 명의 등록 세 건을 각각 대상으로 삼아 제53조의2 취소심판을 청구했습니다.
심판에서 상대방은 크게 두 가지를 주장했습니다. 하나는 자신이 일본에서 해당 상표를 다른 발음으로 불러 판매해 왔으므로 의뢰인의 한국 상표와 비슷하지 않다는 주장이었습니다. 다른 하나는 의뢰인이 일본에서는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다며 출원하지 않았고 상대방이 비용을 들여 출원하는 것을 승낙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상대방은 자신이 일본 시장에서 브랜드를 알리고 모조품 유통을 막으려면 등록이 필요했다는 사정도 내세웠습니다.
쟁점 1 — 한국 권리자와 상표·상품의 유사
권리자 요건부터 보겠습니다. 심결은 한국이 파리협약 동맹국이자 세계무역기구 회원국이며 상표법조약 체약국이라는 점을 직권으로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의뢰인이 상대방의 출원일 당시 한국에서 관련 상표등록 여러 건을 보유하고 있었고 그 등록이 지금도 유효하게 존속한다고 인정했습니다. 일본에서 먼저 출원하거나 사용했는지는 이 요건에서 문제되지 않았습니다.
상표의 유사 판단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의뢰인의 한국 상표 가운데 일부는 영문 표기와 한글 표기를 위아래 두 줄로 배치한 구성이었습니다. 심결은 두 부분이 문자의 종류가 달라 시각적으로 분리되어 보이고 언제나 하나로 묶어 파악해야 할 특별한 사정도 없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영문 부분만 떼어 상대방 상표와 비교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결과 외관이 근사한 인상을 주고 호칭이 같으므로, 관념은 비교할 수 없더라도 출처 혼동의 우려가 있는 비슷한 상표라고 결론지었습니다.
상대방의 다른 발음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심결은 상표의 철자에 비추어 자연스럽게 생기는 호칭을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상대방이 주장한 호칭이 일반적이고 항상적인 거래 실정이라는 점을 보여 주는 증거가 없었고, 직권으로 조사해도 그러한 사정은 찾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현지 판매자가 독자적인 발음을 홍보해 왔다는 사정만으로는 유사 판단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로고 형태 상표도 결론이 같았습니다. 심결은 그 상표가 브랜드 문자를 다소 도안화한 것이어서 의뢰인 상표와 문자의 디자인에 차이가 있지만, 철자가 같아 외관이 근사하고 호칭이 같으므로 비슷한 상표라고 판단했습니다. 문자를 꾸며 로고로 만들었다고 해서 유사 판단을 벗어나기는 어렵습니다.
지정상품도 쉽게 정리되었습니다. 상대방 상표의 지정상품은 조명기구와 소형 가전 분야였고 의뢰인의 한국 상표 역시 같은 분야의 상품을 지정하고 있었습니다. 심결은 이를 같거나 비슷한 상품으로 인정했습니다. 해외 상표가 여러 건이면 상대방 지정상품을 빠짐없이 덮도록 자국 등록을 조합해 제시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 사건에서도 그렇게 해서 상대방 등록의 지정상품 전체를 대응시킬 수 있었습니다.
쟁점 2 — 독점판매 총판도 ‘대리인’인가
이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판단은 상대방이 제53조의2의 ‘대리인’에 해당하는지였습니다. 상대방은 의뢰인 제품을 사서 자기 이름으로 일본에 판매하는 독립된 판매회사였습니다. 의뢰인을 대신해 법률행위를 하는 좁은 의미의 대리인은 아니었습니다. 문언만 보면 다툼의 여지가 있는 부분입니다.
심결은 대리인의 범위를 넓게 보았습니다. 대리인·대표자는 권리자로부터 대리권을 받은 사람이나 권리자인 법인의 대표자에 한정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계약에 기초한 계속적 법률관계가 있거나, 적어도 계속적인 거래로 관행적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권리자의 사업 수행 체계에 편입된 사람이면 충분하다고 보았습니다. 이 기준은 일본 지적재산고등재판소(이하 ‘지재고재’)가 2021. 12. 15. 선고한 令和2年(行ケ)第10100号 판결이 제시한 것으로, 심결은 이 판결을 그대로 인용했습니다.
이 기준을 사건에 적용하면서 심결은 두 회사 사이에 독점판매계약과 공급계약에 따른 계속적 거래관계가 수년간 이어졌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상대방은 의뢰인이 제조하거나 공급한 제품을 일본에서 독점적으로 판매하던 회사이므로 의뢰인과 거래상 신뢰관계에 있었다고 보았습니다. 출원 당시에도 계약이 유효했으므로 상대방은 출원 시점에 대리인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해외 협력사와 맺는 계약은 대리점 계약, 판매점 계약, 총판 계약, 유통 계약 등 이름이 제각각입니다. 계약서 제목이 ‘대리점’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제53조의2를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독점성, 계약 기간과 갱신 이력, 공급 구조처럼 상대방이 권리자의 사업 체계 안에서 움직였다는 사실을 입증하면 됩니다. 이 사건에서는 첫 계약부터 갱신 계약, 새 독점판매계약과 공급계약까지 계약서를 시간 순서대로 제출해 관계가 끊김 없이 이어졌다는 점을 보였습니다.
쟁점 3 — 승낙과 정당한 이유, 계약서가 결론을 갈랐다
대리인 관계가 인정되더라도 권리자가 출원을 승낙했거나 출원에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면 취소되지 않습니다. 상대방도 이 부분에 반론을 집중했습니다. 의뢰인이 일본 출원을 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고 상대방이 자비로 출원하는 것을 승낙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심결은 계약서부터 살폈습니다. 독점판매계약과 공급계약 어디에도 의뢰인이 상대방에게 상표 출원을 허락한다는 규정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공급계약에는 공급자가 납품한 제품과 관련된 인허가·특허·상표 등의 문제와 분쟁은 공급자가 책임지고 해결한다는 취지의 조항이 있었습니다. 심결은 이 조항을 근거로, 두 회사 사이에서 제품의 상표 문제는 권리자인 의뢰인이 대응하기로 되어 있었다고 보았습니다. 상표 문제의 책임을 공급자에게 지운 계약 구조는 총판이 독자적으로 상표권을 확보할 권한을 받았다는 주장과 맞지 않습니다.
상대방의 승낙 주장에는 증거가 따라오지 못했습니다. 심결은 상대방이 승낙을 받았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증거가 제출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의뢰인이 일본에서는 등록받을 수 없어 출원하지 않겠다고 말했다는 주장도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고 보았습니다. 상대방이 내세운 브랜드 관리와 모조품 방지의 필요성 같은 사정도 출원의 정당한 이유로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승낙 여부는 말이 아니라 문서로 판단되었습니다. 해외 협력사는 분쟁이 생기면 “구두로 허락받았다”, “권리자가 관심이 없어 보였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권리자 쪽에서 출원을 허락한 적이 없다는 사실 자체를 증명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처럼 계약서에 출원 허락 조항이 없고 상표 문제의 책임이 권리자에게 있다는 조항이 있으며 상대방이 승낙을 문서로 제시하지 못한다면, 승낙 주장은 힘을 잃습니다. 심결은 이러한 사정을 종합해 출원이 권리자의 승낙 없이, 정당한 이유 없이 이루어졌다고 판단했고 세 등록을 모두 취소했습니다.
같은 기준, 다른 결론 — 지재고재 판결과의 대비
심결이 인용한 지재고재 판결은 이 사건과 함께 읽어 볼 만합니다. 그 판결에서도 법원은 대리인의 범위를 넓게 보았습니다. 외국 권리자와 일본 측 사업 파트너가 맺은 합작계약에 따라 설립된 일본 회사가 상표를 출원한 사안이었습니다. 법원은 그 회사가 계속적 거래로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권리자의 사업 수행 체계에 편입된 사람에 해당한다고 보아 대리인 요건을 인정했습니다.
그런데 결론은 반대였습니다. 법원은 상표를 포함한 지식재산권을 권리자와 파트너가 같은 비율로 공유한다고 정한 합작계약 조항에 주목했습니다. 그리고 그 조항이 뒤의 수정계약으로 바뀌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상표권이 두 당사자의 공유로 볼 여지가 있는데도 그 해석을 거치지 않고 정당한 이유 없는 출원이라고 판단한 것은 잘못이라며, 등록을 취소한 특허청 심결을 취소했습니다.
두 사건은 같은 대리인 기준을 썼지만 결론이 갈렸습니다. 차이는 계약서가 상표의 귀속을 어떻게 정했는지에 있었습니다. 지재고재 사건은 계약상 상표가 공유일 여지가 있었던 반면, 이 사건은 계약서에 출원 허락이 없을 뿐 아니라 상표 문제를 권리자가 책임지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대리인 관계는 넓게 인정되는 추세여서 승부는 승낙과 정당한 이유에서 납니다. 두 사건 모두 그 판단은 계약서에서 출발했습니다.
본 사무소가 준비한 것
본 사무소는 의뢰인과 함께 사실관계를 정리하고 대응 방향을 세운 뒤, 제53조의2 취소심판 청구서 초안과 증거 구성을 준비했습니다. 심판 청구와 이후 절차는 일본 현지 대리인인 일본 특허사무소를 통해 진행했습니다. 일본에 주소가 없는 권리자는 일본 내 대리인을 통해 절차를 밟아야 하므로, 한국 사무소가 사건 논리와 자료를 만들고 현지 대리인이 절차를 수행하는 방식으로 역할을 나누었습니다.
청구서는 조문의 요건 순서에 맞춰 짜되, 대리인 관계와 승낙 부재를 두 축으로 삼았습니다. 대리인 관계는 계약서를 시간 순서대로 배열해 첫 계약부터 출원 시점까지 관계가 끊기지 않았다는 점을 보였습니다. 승낙 부재는 계약서에 출원 허락 조항이 없다는 점, 공급계약상 상표 문제의 책임이 공급자에게 있다는 점, 등록 사실을 안 뒤 양도나 포기를 요청한 경위로 뒷받침했습니다. 판매 실적이 목표에 크게 못 미치면 의뢰인이 일본 내 판매권을 거둘 수 있도록 한 조항도 함께 제시했습니다. 총판을 바꿀 가능성을 열어 둔 권리자가 일본 상표권을 총판에게 넘겨줄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취지였습니다.
유사 판단에 대비해 의뢰인의 한국 상표 여러 건을 묶어 제시했습니다. 상대방 상표의 지정상품 전체가 의뢰인의 등록 범위와 대응하도록 정리했고, 철자에서 생기는 호칭뿐 아니라 상품과의 관계에서 떠올릴 수 있는 호칭까지 들어 어느 쪽으로 불러도 두 상표의 호칭이 같다는 점을 주장했습니다. 심결은 이 구성에 따라 요건 네 가지를 차례로 인정했습니다.
수출기업이 계약 단계에서 점검할 것
이 사건은 이겼지만, 권리자가 처음부터 일본에 상표를 출원해 두었다면 분쟁 자체가 생기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해외 협력사와 거래를 시작하는 기업이라면 계약 단계에서 아래 사항을 점검해 두면 좋습니다.
- 현지 선출원 — 진출 국가에는 권리자 명의로 먼저 출원합니다. 현지 협력사가 출원 비용이나 절차를 대신 맡겠다고 하더라도 출원인 명의는 권리자로 둡니다.
- 출원 금지와 귀속 조항 — 총판·대리점 계약에 협력사가 권리자의 상표나 비슷한 상표를 어느 나라에서도 출원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둡니다. 협력사 명의로 등록이 이루어지면 권리자에게 무상으로 이전한다는 조항도 함께 둡니다.
- 계약 종료 시 처리 — 계약이 끝나면 상표 사용을 중단하고, 등록이나 출원이 있으면 이전하거나 포기한다는 의무와 그 기한을 정합니다.
- 허락은 서면으로 — 현지 사정상 협력사 명의 출원을 허락해야 한다면, 그 범위와 조건, 계약 종료 시 이전 의무를 서면으로 남깁니다. 승낙의 존재와 범위가 나중의 분쟁에서 그대로 쟁점이 됩니다.
- 공급계약의 책임 조항 — 상표 등 지식재산권 문제를 권리자가 관리하고 책임진다는 조항은 이 사건처럼 협력사의 독자 출원이 허용되지 않았다는 사정으로 작동할 수 있습니다.
- 지식재산권 귀속의 일관성 — 합작이나 공동사업 형태라면 상표의 귀속을 공유로 정할지 신중히 판단합니다. 지재고재 사건처럼 공유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조항은 나중에 권리자의 취소 청구를 막는 사정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조항은 계약 협상 초기에 넣어 두는 편이 훨씬 수월합니다. 거래가 자리 잡은 뒤에 추가하려 하면 협력사가 브랜드 성장에 기여했다는 이유로 반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미 등록되었다면 — 사후 대응의 순서
현지 협력사 명의의 등록을 발견했다면 감정적인 대응보다 기간과 증거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이 사건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아래 순서로 검토하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가장 먼저 볼 것은 청구 기간입니다. 일본 제53조의2 취소심판은 상대방 상표권의 설정등록일부터 5년 안에 청구해야 합니다. 등록일을 확인해 남은 기간을 계산하고, 기간이 짧다면 협상보다 청구 준비를 먼저 진행합니다. 협상을 이어 가더라도 청구 기간이 지나면 이 수단은 사라집니다.
권리자 요건의 증거로는 자국 상표등록증과 등록원부를 준비하되, 상대방의 출원일보다 먼저 등록되었고 지금도 유효하다는 점이 드러나야 합니다. 상대방의 지정상품을 덮을 수 있도록 자국 등록 여러 건을 조합할 수 있는지도 살핍니다.
대리인 관계의 증거도 필요합니다. 첫 계약부터 출원일까지 이어진 계약서, 갱신 기록, 발주서와 거래 명세, 독점성을 보여 주는 조항을 모읍니다. 계약이 이미 끝났다면 출원일이 계약 종료 후 1년 이내인지도 확인합니다. 조문은 출원일 전 1년 이내에 대리인이었던 사람의 출원도 대상으로 삼고 있습니다.
승낙 부재를 보여 주는 자료도 정리합니다. 계약서에 출원 허락 조항이 없다는 점, 상표 관련 책임이나 귀속을 정한 조항, 등록 사실을 안 뒤 양도나 포기를 요구한 교신을 준비합니다. 상대방이 승낙의 근거로 내세울 수 있는 이메일이나 메신저 대화가 있는지도 미리 검토해 반론을 준비해 둡니다.
현지 대리인 선임과 역할 분담도 미리 정해 둡니다. 일본 특허청 절차는 현지 대리인이 수행하지만, 계약 경위와 증거는 권리자 측이 가장 잘 압니다. 한국에서 사건 논리와 증거를 정리해 넘기면 현지 절차가 빨라지고 비용도 줄어듭니다.
한국에서라면 —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21호
반대로 외국 기업의 한국 총판이 그 기업의 상표를 한국에 먼저 출원하는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요. 한국 상표법은 일본처럼 별도의 취소심판을 두지 않고, 이를 등록 거절 사유이자 무효 사유로 정하고 있습니다.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21호는 조약당사국에 등록된 상표와 같거나 비슷한 상표를 그 권리자와 동업·고용 등 계약관계나 업무상 거래관계 또는 그 밖의 관계에 있거나 있었던 사람이 권리자의 동의 없이 같거나 비슷한 상품에 출원한 경우 등록을 받을 수 없다고 정합니다.
일본 조문과 비교하면 몇 가지 차이가 눈에 띕니다. 한국 조문은 대리인·대표자라는 표현 대신 계약관계, 업무상 거래관계, 그 밖의 관계를 직접 열거해 관계의 범위를 문언에서부터 넓게 잡고 있습니다. 해당 여부는 출원한 때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이미 등록되었다면 상표법 제117조에 따른 무효심판으로 다툽니다. 상표법 제122조 제1항이 등록일부터 5년의 제척기간을 두는 무효사유 목록에는 제21호가 들어 있지 않습니다.
같은 항 제20호는 국내에서 동업이나 거래 관계 등을 통해 타인이 사용하거나 사용을 준비 중인 상표임을 알면서 출원한 경우를 다룹니다. 외국 등록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는 데서 제21호와 구별됩니다. 해외 브랜드의 국내 총판 문제라면 두 조항을 함께 검토하게 됩니다. 등록상표를 다투는 두 절차의 차이는 「등록상표를 공격하는 두 가지 길 — 취소심판과 무효심판」에서, 무효심판의 절차와 준비는 「상표 등록무효심판」 안내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수출 과정에서 현지 거래처와 상표 문제를 함께 다룬 다른 사례로는 「OEM 수출과 묵시적 통상사용권 — 상표 불사용취소를 이기는 방어 전략」이 있습니다. 거래 구조와 계약서가 상표 분쟁의 결론에 어떻게 연결되는지 비교해 볼 수 있습니다.
결론 — 총판 관계는 상표 조항으로 마무리해야 한다
이 사건에서 일본 특허청은 독점판매계약을 맺은 현지 총판을 일본 상표법 제53조의2의 대리인으로 보았습니다. 계약서에 출원을 허락하는 조항이 없고 승낙을 뒷받침하는 증거도 없다는 이유로 총판 명의의 등록 세 건을 모두 취소했습니다. 대리인의 범위를 넓게 본 지재고재 판결의 기준이 총판형 거래에도 그대로 적용된 사례입니다.
같은 기준을 쓴 지재고재 판결에서는 계약상 상표가 공유일 여지 때문에 결론이 반대로 나왔습니다. 대리인 관계가 넓게 인정되는 만큼 결론은 승낙과 정당한 이유를 둘러싼 계약서의 문언에서 갈립니다. 해외 협력사와 거래하는 기업이라면 현지 선출원과 함께 출원 금지, 귀속, 계약 종료 시 이전 조항을 계약서에 미리 넣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이미 협력사 명의 등록이 생겼다면 등록일부터 5년이라는 청구 기간부터 확인하고 계약서와 교신을 정리합니다.
이 심결은 기준일 현재 확정되지 않았으므로, 불복 소송이 제기되면 결론이 바뀔 수 있습니다. 개별 사건의 결과는 계약 내용, 거래 경위, 제출된 증거에 따라 달라지므로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기준으로 검토해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해외 총판이 우리 상표를 먼저 등록하면 되찾을 방법이 있나요?
나라에 따라 대리인이나 거래 상대방이 권리자의 승낙 없이 한 등록을 다투는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일본은 상표법 제53조의2에서 권리자가 그 등록의 취소를 구하는 심판을 청구할 수 있도록 정하고, 한국은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21호를 거절·무효 사유로 둡니다. 권리자가 외국에서 상표권에 상당하는 권리를 갖고 있고, 상대방이 권리자의 대리인 관계에서 승낙 없이 출원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합니다. 나라마다 절차와 기간이 다르므로 해당 국가의 제도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대리점 계약이 아니라 독점판매계약이었는데도 대리인으로 보나요?
일본에서는 대리인의 범위를 넓게 봅니다. 지재고재 판결과 이번 심결은 대리권을 받은 사람에 한정하지 않고, 계약에 기초한 계속적 법률관계가 있거나 계속적 거래로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권리자의 사업 체계에 편입된 사람이면 충분하다고 보았습니다. 이번 사건에서는 수년간 이어진 독점판매계약과 공급계약을 근거로 총판을 대리인으로 인정했습니다. 계약서의 이름보다 거래 관계의 실질이 중요합니다.
총판이 구두로 허락받았다고 주장하면 어떻게 되나요?
승낙이나 정당한 이유는 이를 주장하는 쪽이 구체적인 증거로 뒷받침해야 결론에 반영됩니다. 이번 사건에서 상대방은 권리자가 일본 출원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고 자비 출원을 승낙했다고 주장했지만, 이를 객관적으로 뒷받침하는 증거가 없어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계약서에 출원 허락 조항이 없고 상표 문제의 책임을 권리자가 지도록 한 조항이 있었던 점도 판단에 반영되었습니다. 권리자 측은 계약서와 교신 기록을 미리 정리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일본에서 이 취소심판은 언제까지 청구할 수 있나요?
일본 상표법 제53조의3에 따라 상표권 설정등록일부터 5년이 지나면 청구할 수 없습니다. 상대방 명의 등록을 발견했다면 등록일을 확인해 남은 기간부터 계산해야 합니다. 협상을 진행하더라도 기간이 지나면 이 수단을 쓸 수 없으므로, 기간이 촉박하면 청구 준비를 함께 진행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계약 종료 후의 출원이라면 출원일이 종료일부터 1년 이내인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한국에서 같은 일이 생기면 어떤 절차를 쓰나요?
한국 상표법은 이를 별도의 취소심판이 아니라 등록 거절 사유이자 무효 사유로 다룹니다. 제34조 제1항 제21호는 조약당사국에 등록된 상표의 권리자와 계약관계나 업무상 거래관계 등에 있거나 있었던 사람이 동의 없이 출원한 상표의 등록을 막습니다. 이미 등록되었다면 제117조에 따른 무효심판으로 다툽니다. 국내 거래 관계에서 타인의 상표를 알면서 출원한 경우를 다루는 제20호도 함께 검토할 수 있습니다.
본 글은 특허사무소 소담(변리사 여인재)이 대응 전략과 청구서 초안을 맡은 일본 특허청 상표등록 취소심판 세 건의 심결문(2026. 9. 10.자 두 건, 2026. 10. 5.자 한 건)을 기초로 작성되었습니다. 심판 청구와 절차 수행은 일본 현지 대리인이 담당했습니다. 의뢰인과 상대방 보호를 위해 당사자 명칭, 상표의 구체적 표기, 등록번호, 심판번호와 지정상품의 세부 목록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세 심결은 기준일(2026. 10. 19.) 현재 확정되지 않았으며, 불복 소송이 제기되면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실무 시사점은 일반적인 참고사항이고, 개별 사건의 결과는 계약 내용, 거래 경위, 증거 및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구체적 사안별 검토가 필요하시다면 특허사무소 소담 온라인 상담을 통해 문의하실 수 있습니다.